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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냄새를 맡는다고?

산포로 2016. 3. 8. 17:44

식물이 냄새를 맡는다고?
돌 냄새를 맡는 규조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동물도 아니고 식물이 냄새를 맡는다니…
 
2월 16일자 ‘사이언스 데일리’는 미세조류인 규조류가 돌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독일 프리드리히쉴러대학교 연구팀이 수행하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은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규조류는 어떤 생물?
 
규조류는 물에 떠서 사는 식물플랑크톤 가운데 가장 흔한 종류이며, 갯벌 표면에 사는 저서성 규조류도 있다. 세계적으로 10만 종 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규조류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종류는 규소(Si, 실리콘)로 된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단세포 식물이다. 종류에 따라서 원형, 타원형,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모양을 가지며, 여러 개체가 서로 연결해서 띠나 나선 모양의 군체를 이루기도 한다.
 
규조류는 식물분류학적으로 규조강(Class Bacillariophyceae)에 속하며, 더 세분하면 모양이 방사대칭인 중심목(Order Centrales)과 좌우대칭인 깃털 모양의 우상목(Order Pennales) 등 2가지로 나뉜다. 실험에 사용된 세미나비스(Seminavis robusta)는 우상목 쪽배돌말과(Family Naviculaceae)에 속한다. 크기는 약 80 마이크로미터 정도 된다.

 

다양한 모양의 규조류. ⓒ 위키피디아

 

규조류는 바다에서 가장 흔한 식물플랑크톤답게 해양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1차 생산자의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생물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 중 산소의 약 5분의 1을 만들어낸다. 동물이 살아가는데 먹이와 산소는 필수적이니, 규조류가 없다면 바다동물은 물론 육지 동물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 조차 않는 아주 작은 식물이지만,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흡수와 생성에 관여하여 지구 기후를 조절한다.
 
작지만 큰 힘을 가진 규조류의 또 다른 능력이 밝혀졌다. 바로 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처럼 코로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규소 광물이 많은 곳을 감지하고 규조류가 찾아 간다는 이야기다. 연구책임자인 독일 프리드리히쉴러대학교의 게오르그 포네르트(Georg Pohnert)교수는 규조류가 규산염 농도가 특히 높은 곳에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런 곳으로 이동한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 규조류는 운동성이 없지만, 표면에서 미끄러지면서 움직일 수 있는 저서성 규조류를 비롯해 일부 종은 이동을 한다.
 
규조류는 마치 뚜껑 있는 상자처럼 두 개의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껍데기의 주성분이 규소이기 때문에 껍데기를 만들려면 규산염이 필요하다. 규조류는 이분법을 사용해 번식한다. 즉,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나뉘어 새로운 개체가 된다. 규조류가 번식할 때는 뚜껑 닫힌 상자 속의 세포질이 두 개로 나뉘고, 닫혀있던 껍데기가 열리고 원래 있던 껍데기 안쪽에 새로운 껍데기가 만들어진다. 규조류는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껍데기를 1~2번씩 새로 만들어야한다. 당연히 물속에 껍데기 재료가 되는 규산염이 많이 있어야 번식이 가능하다.
 
규소를 찾아 움직이는 규조류
 
규조류는 번식을 위해 집을 지을 벽돌이 많은, 즉 규산염이 많은 곳을 찾게 된다.
 
연구팀은 규조류 일종인 세미나비스가 있는 곳에 규소가 든 입자를 넣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움직임을 촬영하였다. 세미나비스는 규소가 든 입자 표면에 달라붙어 자랐고, 규소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기까지 하였다. 촬영한 영상을 빨리 돌려 세미나비스가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하였더니, 1초에 약 2 마이크로미터를 움직였다. 참고로 1 마이크로미터는 1,000분의 1 밀리미터이다.
 
연구팀은 규조류가 규소를 찾아 움직이는 것을 관찰은 하였지만, 이들이 어떻게 규소 냄새 맡는지 그 기작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규조류에게 게르마늄처럼 독성이 있는 입자를 넣어주면 피하는 것을 보아, 이들이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단세포 식물이라도 자기가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한 능력은 가지고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김웅서 한국해양학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6.03.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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