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백신의 시대 올까?
캐나다 바이오 제약회사인 메디카고(Medicago). 최근 이 회사는 식물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테스트의 2차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식물성 백신의 효과가 독감에 이어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나타나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백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식물기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성장 추세다. 후게스 포스터 보우벤도우 캐나다 라발대 의학부 교수와 게리 코빙거 미국 텍사스대 갤버스턴 연구소 박사는 사이언스(Science)지를 통해 “식물기반 백신 기술과 제조 발전으로 신 및 백신 및 치료제 활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라, 노로, 독감 바이러스 등 면역 효과
식물기반 백신은 바이러스 주요 독성을 없앤 일부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해 식물 재배 후 정제해 백신에 사용할 단백질을 얻는 원리다. 일반 백신은 달걀이나 포유류 등에서 배양한다.
식물을 숙주 삼아 바이오 의약품 생산한다고 해서 ‘분자농업’이라고 한다. 분자농업은 1986년에 대체 바이오 제조 방법으로 제안됐다. 1990년 담배에서 구강 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cus mutans)의 표면 단백질 항원을 생산할 수 있었다. 2년 후 B형 간염 표면 항원(HBsAg)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로 형질 전환된 담뱃잎 추출물에서 존재를 밝혀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다양한 식물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 수 있었다. 노로바이러스 항원이 감자, 토마토에서 발현되고, 광견병 당단백질과 B형 간염 표면 항원이 각각 시금치와 상추에서 발현됐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2014년 에볼라 발병 당시 담뱃잎에서 생산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인 ‘지맵(ZMapp)’이다.
2019년에 메디카고 사(社)는 담배 식물 종인 벤사이마나(Nicotiana benthamiana)에서 유래한 독감 백신 임상 시험을 3상까지 마쳤다. 식물기반 4가 바이러스 유사입자(QVLP) 독감 백신 접종 결과, A형(H1N1, H3N2)과 B형 독감 바이러스에 허가된 기존 백신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독감 바이러스 표면 돌기인 혈구응집소(Hemagglutin, HA) 단백질 유전자를 식물 발현벡터인 아그로박테리움을 통해 식물에 도입. 형질 전환된 담배를 재배 수확한 후 생산물을 분리 정제하는 방식이다.
식물성 코로나19 백신 시판 가능성 높여
코로나19 백신 연구도 앞다퉈 이뤄지고 있다. 메디카고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 연구협약을 맺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식물기반 백신 후보 2상 연구 결과를 지난 5월에 발표했다.
효능은 기대 이상이다. 21일 간격으로 18~64세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중화 항체와 세포 매개 면역 반응이 나타났고, 높은 체액성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특히, 2차 접종된 성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된 환자보다 10배 높은 중화 항체가 검출됐다.
아직 3상 연구 평가가 남았지만, 식물성 코로나 백신 치료제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메디카고는 월 1000만 도즈의 백신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미국 아이바이오(iBio), 미국 크리에티브 바이오랩스(Creative Biolabs), 독일 아이콘제네틱스-지엠비에이치(Icon Genetics-GmbH) 등이 식물성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지플러스생명과학, 바이오앱 등에서 식물기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다. 특히, 바이오앱은 돼지열병 백신 기술을 원천으로 한다. 최근에는 식물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 중이다.
생산 단가 저렴, 대량 생산…규제 완화 필요
식물기반 백신은 기존 동물세포 배양보다 생산 단가가 싸다. 형질전환 식물에서 재조합 단백질 생산비용은 대장균(E. coli) 발효에 의한 것보다 10~50배 더 낮다는 평가다.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식물기반 백신 생산은 신선한 식물 g당 1㎎의 수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생산 시스템과 달리 백신 제조 공정 중의 변수에 안전하다. 달걀에서 배양하는 일반 백신의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닭이 감염되면 달걀 수가 줄어들어 백신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식물을 특별한 보관법이나 멸균처리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백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를 이용해 코로나 백신을 연구하는 미국 켁 과학대학원 로리 그릴 박사 연구진은 백신 공장을 보오츠와나 정부와 협력해 현지에 건설할 계획 중에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릴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불평등을 겪는 국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물성 백신의 많은 장점에도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분자농업에 식물형질전환이 사용되므로 자칫 생태계에 유입될 수도 있는 위험도 있다.
미국 텍사스 생명공학기업인 프로디진(ProdiGene) 사는 2002년에 박테리아에서 유발한 돼지 설사병 예방을 위해 항원 발현하는 형질전환 옥수수가 대두를 오염시킨 사례가 있다. 이런 위험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이 필요하지만, 많은 자금 투자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다른 생물의약품과 이식 유전자 등의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더 나아가 이식 유전자가 안정적으로 발현되는 식물에만 적용되고, 일시적 형질 감염된 식물과 식물 세포 배양은 제외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인도 농생명공학 연구소 관계자는 “엄격한 규제로 아직 제품을 출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확산 속도가 빠른 전염병에 대처하는 규제 과정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FDA의 약품평가연구센터(CDER)와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는 신규 치료제에 관해 규제와 승인 속도의 내부적 검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승환 객원기자 ㅣ 2021.08.24 ⓒ ScienceTimes
의학약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