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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 환자에게 희망 줄 ‘인공 눈’ 시스템

산포로 2021. 11. 10. 09:45

시각 장애 환자에게 희망 줄 ‘인공 눈’ 시스템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아르고스(Argos)라는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이 등장한다. 눈이 많다 보니 얼굴에 달린 눈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도 목과 다른 신체 부위에 형성된 다른 눈들을 통해 적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에 사람은 아르고스와 달리 눈이 2개 뿐이어서 양쪽 모두 실명하면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서광이 비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을 통해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 눈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뇌 임플란트 형태의 인공 눈 시스템 이식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각종 사고나 합병증에 의한 망막 손상이 꼽힌다. 다른 신체조직과는 달리 망막은 재생이나 이식이 불가능한 신경조직이다. 따라서 망막에 손상이 일어나게 되면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페인의 과학자들이 망막이 손상되어 실명한 사람들도 주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공 눈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망막 문제로 실명한 사람의 경우라도 가족을 보거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 눈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곳은 스페인 미구엘에르난데스대학의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은 망막이 손상되어 지난 16년간 시각 장애를 갖고 살아온 57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인공 눈 시스템의 성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실험이 특히 주목을 끈 이유는 인공 눈 시스템이 뇌에 이식하는 일종의 ‘뇌 임플란트(brain implant)’이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아 대체용 인공 치아’를 떠올리기 쉽다. 치아가 빠졌거나 빼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비어있는 부위를 채우는 인공 치아를 임플란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임플란트가 가진 의미는 ‘심다’ 혹은 ‘끼워 넣다’로서, 의료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신체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돕기 위한 보형물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플란트 사용 부위는 신체의 모든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공 눈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미구엘에르난데스대학의 교수인 ‘에두아르도 페르난데스 호버(Eduardo Fernández Jover)’ 박사는 여성의 뇌에 96개의 미세 전극이 형성되어 있는 뇌 임플란트를 이식했다. 그리고 여성에게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씌운 뒤, 미세 전극에 자극을 주면서 게임기 화면에 보이는 불빛을 인지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 여성은 지난 16년 거의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기의 화면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카메라가 달린 안경이 일종의 인공 망막 역할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호버 박사는 “안경을 통해 들어온 빛은 전기 신호로 바뀐 뒤 미세 전극이 형성되어 있는 뇌 임플란트에 자극을 준다”라고 설명하며 “그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여 훈련하면 시각 장애인도 특정 물체의 모양이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공 눈으로 물체의 모양이나 윤곽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같은 궁금증에 대해 연구진은 뇌에 삽입하는 전극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해상도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사람에게는 100개 미만의 전극이 형성된 뇌 임플란트를 심은 것이 최대이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1,000개의 전극이 형성된 뇌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실험까지도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호버 박사는 “원숭이 뇌에 1,000개까지 뇌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사람에게 직접 테스트하는 것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부작용 적은 시신경 임플란트도 개발

뇌 임플란트를 활용한 인공 눈 시스템은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뇌에 이식한 임플란트에 직접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만큼,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신경을 자극하는 임플란트가 주목받고 있다. 시신경에 전기 자극을 제공하여 뇌가 시신경이 보내는 신호를 받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시신경 임플란트의 기본 원리다. 시신경이 보고 있는 장면을 뇌에 보내는 신호로 파악한 다음, 이를 그대로 시신경에 전달하면 뇌가 실제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시신경 임플란트를 연구하고 있는 곳은 스위스 로잔공대의 생명공학부 소속 연구진이다. 이들 연구진은 과거 시신경 임플란트를 통해 실명한 토끼의 시력을 일부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수준은 빛을 분간하는 정도이지만, 시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적 신호의 강도에 따라 물건의 모양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시신경 임플란트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신경 임플란트의 경우 시신경에 붙이는 형태로 제작되는 만큼, 시신경 전체를 자극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시신경 전체를 자극하지 못하면, 보고 있는 장면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12개의 전극이 시신경을 통과한 후 전류를 흘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토끼의 시신경에 임플란트를 이식한 후, 자극 횟수를 조절하여 시신경이 현실에서 볼 때와 유사한 전기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

물론 임플란트에 최대로 전기 자극을 넣을 수 있는 규모가 60개 정도인데, 이 정도로는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빛의 여부나 물체의 윤곽 정도만이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시각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ㅣ  2021.11.09 ⓒ ScienceTimes

 

의학약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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