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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생산성 향상서 기술 선도 경쟁으로

산포로 2021. 2. 23. 15:08

스마트팜, 생산성 향상서 기술 선도 경쟁으로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14) 농업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과학기술의 일부는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특정 과학기술의 시작점을 향해 보면, 어떤 사회적 이슈에서 출발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위기를 타파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한 ‘스마트팜 기술’ 역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사례다.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농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식량 수급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서 등장한 것.

더 정확하게는 스마트팜 기술의 지향점은 식량 수급의 양적 위기보다는 생산 방식의 전환을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생산을 조정하는 데 있다. 1차 산업군에 속한 농경(農耕)에 4차 산업 기술이 더해진 스마트팜 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자.

 

최근에 등장한 ‘스마트팜 기술’은 기후변화,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농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사례다. Ⓒ게티이미지뱅크

농경의 ‘0’, 인류의 생활 그 자체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고 정착 생활을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큰 이견 없이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가능하게 한 농작물 생산, 즉 농경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확인된 바,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수렵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기는 했지만, 득실의 변수가 너무 컸기 때문에 끊임없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토지를 기반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활용하면서 식량 수급량이 증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를 얻기 위해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착 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시로서는 생활 양식이 통째로 바뀐, 대단히 획기적인 사건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심지어는 대량 생산으로 인해 잉여 개념이 창출되기도 하고, 축적량에 따라 계급이 나뉘었으며, 정착한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시와 문명을 탄생시켰다.

 

인류의 생활 그 자체가 된 농경, 이를 두고 영국의 고고학자 고든 차일드(Vere Gordon Childe)는 “수렵과 채집을 주된 생산 활동으로 삼았던 인류가 자연에 도전하는 생산 활동을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때부터 대규모 기계화가 실현된 지금까지, 사실 농경은 기후·온도·강수량 등 자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오지 않으면, 또 기온이 맞지 않으면 농사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들이 개최되었고, 지금은 농업 환경·작물들의 생육 환경을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둘은 매우 다른 형태지만 바람은 같다. 안정적인 식량 수급과 효율적 생산을 바라는 것.

 

18대 테베 왕조 시기의 농업 장면(Nakht의 무덤 벽화) Ⓒwikimedia commons

스마트팜, 생산성 증대를 위한 기술

 

초기의 스마트팜은 일부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외국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형태였다. 전통 농업에 비해 편의성은 향상되었으나, 디지털 기능을 습득하지 못한 고령층이 다루기에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기후변화, 고령화, 농업인구 감소 등 여러 영역에서 발생한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작물 생산성을 높이는 정도의 ‘스마트’에도 진화가 필요했다.

 

따라서 최근의 스마트팜은 로봇기술과 자동화 시스템, 빅데이터, AI, IoT 등 ICT를 적용하여 작물을 재배하기 좋은 생육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개별 작물의 생육정보와 환경정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점검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소재 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복합에너지 관리와 로봇·지능형 농기계를 농작업에 활용하는 3세대 스마트팜이 선보였다.

 

한국형 스마트팜 3세대 모델 Ⓒ농촌진흥청중소기업 기술 로드맵에서 재인용

이제는 위기관리 보다 기술 선도 경쟁

 

우리나라 보다 먼저 스마트팜을 도입한 유럽, 미국 등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전략로드맵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200억 달러로 추산되며, 매년 16.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는 스마트팜 기술을 원예를 비롯한 농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좁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농산품 수출국으로 꼽힌다. 수십 년간 누적된 재배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배환경을 제어하는 설루션은 온실의 온도, 습도, 조명, 영양 요소를 자동으로 관리한다. 또한 작물을 수확하는 로봇을 농업 현장에 투입하기도 하는데, 상품성 판별도가 95% 수준으로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린포트(Green ports)와 시드밸리(Seed Valley)라는 원예산업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여 산·학·연이 협업하여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구글, IBM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ICT, 나노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하여 스마트팜 기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IBM은 지역밀착형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IBM 딥썬더’를 기반으로 작물의 재배, 추수, 운송 등 농업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인 일기를 예측함으로써 작물 손실이 25% 이상 축소됐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워낙 농업 규모가 크고, 식량안보에 관심이 높은 미국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일본, 독일, 영국 등이 농업 위기관리를 넘어 스마트팜 기술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에 인류는 수렵과 채집 이후 농경을 시작하면서 정착과 거주, 잉여의 개념을 창출했다. 그리고 약 1만여 년 만에 과학기술에 힘입어 ‘자연에 도전하는 생산 활동(고든 차일드)’를 시작했으니, 미래에는 또 어떤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 궁금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