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숲의 과학] 숲은 4억년, 인류는 고작 200만년

산포로 2008. 6. 4. 20:23
[숲의 과학] 숲은 4억년, 인류는 고작 200만년
창간 39주년 기념특집 | 숲이 미래다
숲의 생태계·구조·종류·기능·가꾸기와 숲에 대한 인식

나무가 여럿이 모여 자라고 있는 곳을 숲, 산림, 삼림이라고 한다. 숲은 우리나라 순수어이고, 산림(山林)은 산에 있는 숲이란 뜻으로 산에 숲이 많은 곳에서 쓰이며, 삼림(森林)은 나무가 많은 곳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숲은 여러 말로 표현이 되지만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이란 것이 공통된 표현이다.


국제적으로 볼 때 세계농업식량기구(FAO)에서는 5,000㎡ 이상의 면적에 나무 높이가 5m 이상, 수관울폐가 10% 이상 되는 곳을 숲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고, 현재의 나무가 어린 경우 이러한 크기까지 자랄 수 있으면 이곳도 숲에 해당된다고 부연설명을 하고 있어 숲(forest)이라는 용어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다.


▲ 대관령 소나무 단순림.

숲의 생성과정을 보면 고생대 데본기에 식물이 출현하여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것은 4억 년 전으로, 이때까지는 숲의 형태를 이루지 못하다가 대형 양치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한 약 3억5천만 년 전부터이고, 이후 석탄기인 2억7천만 년 전부터 2억2천만 년 사이에 극성기에 달하면서 대규모 숲을 이루고 침엽수가 자라게 된다.


약 2억 년 전인 페름기에 지구는 빙하기를 거쳐 1억5천만 년 전에 활엽수가 나타났으며, 약 5천만 년 전에 오늘날 현재의 수목들이 자라게 되었다. 나무와 숲의 역사는 4억 년이나 되지만 이에 비해 인류는 고작 약 2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비교하면 숲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숲생태계… 물질순환과 에너지 흐름


▲ 숲의 층 구분(WSL, 2001)

숲은 식물(나무), 동물, 곤충, 버섯, 부후균 등의 생물과 공간, 땅 등 무생물 환경이 합쳐진 독립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숲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모든 생태계에서는 물질과 에너지는 계속 변화하고 이에 따라 생태계의 구조도 변화하게 되는데, 생물과 물리적 환경 사이에 끊임없는 물질순환이 이루어지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생태계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생물이 살려면 여러 가지 원소가 필요한데, 이러한 원소들이 생물과 물리적 환경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물질의 순환과 에너지의 흐름으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에너지의 순환이 필요하다. 생명체가 최초로 얻는 에너지가 태양에너지이다. 녹색식물 즉 나무는 태양에너지를 얻어 광합성으로 물질생산을 하기 때문에 생산자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나뭇잎이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들은 식물을  먹고 살아 가는 생물을 소비자라고 하는데,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을 1차 소비자, 동물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을 2차 및 3차 소비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람처럼 동·식물을 먹는 동물은 잡식동물로 소비자에 해당된다. 숲생태계에 있어서 인간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인간들은 숲에서 살지는 않지만 숲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죽으면 이들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미생물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숲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를 비롯하여 숲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두 숲생태계에서 개개의 역할을 담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숲의 구조… 상층·중층·하층·관목층·지피식생층


숲의 구조는 나무의 크기 즉 높이에 따라 구조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나무 높이가 3~4m 정도이기 때문에 대부분 단층을 이루고 자라지만, 나무가 다 크면 나무들로 이루어진 층이 여러 개 생기는데, 일반적으로 상층, 중층, 하층 3개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오대산 천연림(분비나무·활엽수 혼효림)

나무의 높이는 수종, 입지 등에 따라 비슷한 나이더라도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절대 수치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꼭대기층(상층)을 기준으로 하여 상대적 수치로 나타낸다. 상층은 숲의 꼭대기를 점유하는 나무, 중층은 숲의 중간부분에 위치한 나무, 하층은 숲의 아래 부분을 이루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층이다.


나무들로 이루어진 층 이외에도 하층의 아래 부분에는 관목과 지피식생이 자라면 관목층과 지피식생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관목층은 2~3m 높이까지 자라는 관목들이 구성하는 층이며, 그 아래 부분 땅바닥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층을 지피식생층이라고 부른다.


숲은 이와 같이 단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나무, 관목, 지피식생으로 이루어진 5개 층을 이루고 자라고 있다. 숲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층에 따라 살고 있는 나무종류, 그리고 식물종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나무들 아래 자라는 지피식생들은 음지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들이 흔히 보는 야생화들은 숲속에서보다는 숲 가장자리나 길가에 많이 자라고 있다.


숲의 종류…천연림·인공림 & 단순림·혼효림


숲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숲이 시작되는 것이 다르다. 사람이 나무를 심지 않고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숲을 천연림이라고 하고, 사람들이 직접 어린 나무를 심어서 숲을 만든 것을 인공림이라고 한다. 이렇게 천연림과 인공림으로 구분하지만 나무가 크게 자라면 겉으로 봐서는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이 보통이다.


▲ 잣나무 인공림.

천연림은 나무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침엽수림이나 활엽수림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같은 나무종류라도 사람이 심을 수 있기 때문에 나무종류로 구분할 수 없다. 천연림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나무와 크고 작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특징을 보인다. 숲이 어렸을 때에는 나무를 심지 않았기 때문에 일렬로 서서 자라지 않고 나무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인공림은 이와는 달리 어린 숲에는 나무를 심은 줄이 뚜렷이 보이고, 대부분 숲을 이루는 나무종류가 한 종류이거나 2~3종류로 비교적 종류가 적고 나무의 높이도 대체로 같다.

숲은 인공림과 천연림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어떤 수종들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는데, 한 종류의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단순림(單純林), 두 종류 이상의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을 혼효림(混淆林)이라고 한다. 숲이 소나무로만 이루어지면 소나무단순림, 소나무와 참나무가 같이 자라면 소나무·참나무혼효림이라 한다.


▲ 오대산 침엽수·활엽수 혼효림.

특히 혼효림에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숲에 따라서는 특정 종류의 나무들이 함께 잘 자라고 어떤 종류의 나무들이 같이 못 자라는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은 마치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처럼 특징적인 집단이 구분되기 때문에 숲을 연구하는 분야 중 산림사회학이라는 분야가 생겨날 정도이다.


이외에도 숲은 나이를 기준으로 유령림(어린나무숲), 장령림, 노령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나무 숲의 나이가 많으면 소나무 노령림이라고 한다.


숲의 기능…목재 제공에서 재난 방지와 휴양기능으로


숲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주고 있는데, 이중 전통적인 것이 목재다. 목재는 옛날에는 건축용, 난방용, 취사용, 광산용, 유리제조용 등으로 이용되는 필수적인 품목으로, 현재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목재 등과 같은 물질적인 것 외의 공익적 기능이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도시생활과 자연과의 격리,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등에 의해 휴양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숲의 휴양기능이 중요하게 되었다. 특히 주거지 주변의 숲은 일과 후에, 도시 근교의 숲은 주말에 도시민들이 찾는 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다.


▲ 수자원함양림. 우리나라 산림의 수원함양. 정수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23조6천억 원에 달한다.

숲은 도시에 비하여 변동이 적은 기온, 비교적 높은 상대습도, 낮은 풍속, 그리고 맑은 공기를 갖고 있고, 공기 중에 약효가 있는 방향물질(피톤치드)이 있어 피로한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소음이 적고 면적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숲은 도시에 경험할 수 없는 자연에서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자연과의 접촉과 동식물의 관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도시민들이 숲을 많이 찾는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물은 숲에 의하여 저장되고 정수된다. 특히 산림토양은 녹색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고 물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은 숲 토양 내에서 생물학적 물리적으로 정화되고, 토양 침투수는 균일한 수자원공급에 기여한다. 특히 장마와 눈이 녹아내릴 때 지표유수와 지중유수가 급히 흘러내리는 것을 막고, 홍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완화하며, 갈수기에는 물을 공급한다. 홍수범람지역에서 숲은 유수속도를 저하시켜 부유물질의 침적과 여과를 촉진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면 “공기가 맑다, 시원하다, 깨끗하다”라고 느낀다. 이것은 숲의 나뭇잎들이 마치 필터처럼 대기 중에 있는 먼지를 흡착하여 공기 중에 있는 먼지들을 정화하고, 부유물질을 여과시켜 주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단지 숲속의 공기만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통과하는 모든 공기들을 정화하기 때문에 도시 주변의 숲들은 도시의 공기도 맑게 해준다.


숲의 기능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기능 외에도 우리를 보호하는 여러 기능이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으로 산사태·눈사태 방지, 기후 보호, 소음 보호, 시계 보호, 도로 등 시설물 보호 등을 들 수 있다. 산사태 방지는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기능으로 집중호우나 장마기에 산사태가 나는 것을 숲이 막아주는 것으로 나무뿌리와 줄기가 젖은 땅이 통째로 쓸려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함양 상림. 도시 숲은 소음 차단과 대기순환 원활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주거지 환경을 개선해 준다.

기후 보호는 숲이 주거지, 휴양시설, 농업용지, 특용 경작지를 찬 공기 피해와 바람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대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거주지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대도시 주변에 숲을 유지하는 그린벨트에서 실질적인 예를 엿볼 수 있다.


시계 보호는 숲이 자연경관을 저해하는 대상물을 시야에서 차단하고 외부로부터 들여다보이는 것을 막으며, 소음 보호는 공장이나 차량 등에서 발생된 소음을 막아주며, 도로 보호는 숲이 낙석, 눈바람의 피해발생을 막고, 도로의 측면바람의 상황과  곡선이 많은 도로와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 시각적 개선하여 교통로의 보호와 교통안전에 이바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림기능을 목재생산림, 수원함양림, 산지재해방지림, 자연환경보전림, 산림휴양림, 생활환경보전림 등 6개 기능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 숲의 다양한 기능을 2005년 기준에서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목재생산 등 물질생산가치는 약 3조 원인데 반하여 공익기능들인 수원함양·정수기능은 약 23조6천억 원, 산지재해방지기능은 16조5천억 원, 대기정화기능 13조4천억 원, 휴양기능 11조6천억 원, 기타 8천억 원으로 거의 66조 원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국내 총생산액의 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숲가꾸기…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솎아베기


▲ 나무가 자람에 따른 작업종류(Burschel & Huss, 1997)

숲가꾸기는 숲의 다양한 기능을 유지·개선을 위하여 실시하는 작업으로 목적에 맞게 이루어져야한다. 일반적으로 어린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나무 하나하나가 자라는 공간이 적게 차지하지만 나무가 커감에 따라 나무가 자랄 공간도 커지기 때문에 그냥 두면 나무끼리 자랄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경쟁을 하게 된다.


나무들이 경쟁하는 근본적인 까닭은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햇빛을 받기 위해서다. 자연 상태로 나무들이 경쟁하게 두면 많은 나무들이 경쟁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무가 굵어지지 않고 가늘게 자라게 된다. 나무가 높고 가늘면 강한 바람에 부러지거나 뿌리째 쓰러지게 되는 등 숲이 큰 피해를 받게 된다.


나무가 굵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 위하여서는 숲을 가꾸어야 하며, 숲을 가꾼다는 것은 숲속에 있는 나무들을 솎아내는 것으로 즉, 숲속의 나무 숫자를 조절하는 것이다.


나무가 아주 어릴 때는 풀베기를 해주고, 어린 나무는 잘 가꾸고, 잘라낸 나무를 이용할 수 있을 때는 솎아베기를 실시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1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회에 걸쳐 반복한다. 이 작업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실시하는 것은 솎아베기(간벌)작업이다.


숲가꾸기는 한 가지 종류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작업을 나무가 커감에 맞추어 적절하게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칡과 같은 덩굴이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덩굴제거작업이 필요하며, 옹이가 없는 고급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도 필요하다.


숲은 인류의 역사와 비교가 안될 만큼 장기간의 진화과정을 거쳐 오늘의 숲을 이루어 왔으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숲을 물질적 정신적 이용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숲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람은 숲을 필요로 한다’는 말처럼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서 숲을 의식하고 이용한다면 우리의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다.


/ 배상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 기술연구소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29/2008052900951_2.html

 

* [숲과 문화] ‘숲 없이 문화 없고, 문화 없이 숲 없다’

숲은 인류 정신문명의 원형이자 삶의 흔적

천문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주는 대폭발(big bang model)과 함께 탄생과정이 설명되고 있다. 100~200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흩어진 고온 고밀도의 물질들은 영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우주적 질서의 틀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게 되었다. 고온의 가스 덩어리로 뭉쳐 불타기 시작한 태양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행성 지구가 차츰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45억 년 전의 일이다.

지구가 현재와 같은 지각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끊임없이 계속된 조산운동, 화성활동, 습곡작용의 결과다. 육지는 오랜 세월동안 풍화, 침식, 퇴적작용을 연속적으로 받아왔다. 생물은 물이 있는 바다로부터 탄생하였고 원시식물들이 서서히 육지로 상륙하기 시작하였다. 지구가 탄생한 지 41억 년쯤 지난 후의 일이고, 지금으로부터 4억4천만 년 전쯤의 일이다. 육지에 상륙하기 시작한 최초의 육상식물은 물가로부터 번성하고 점차 내륙으로 퍼져 지구를 뒤덮게 되었다. 신생대 제3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400만 년 전쯤 되면 알프스 조산운동이 끝나게 되는데, 당시의 생물계가 전체적으로 현재의 동식물계와 대단히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숲이 태어나고 변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어느 시점에서 출현하였을까? 원인(猿人) 라마피테쿠스는 600~1400만 년 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비로소 500만 년 전에 나타나는데, 이들은 모두 숲에 나왔다. 숲이 생긴 지 4억 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인간이 숲과 만나게 된 것이다. 숲이 인간을 낳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3만5천 년경이 되면 각 대륙마다 원주민들이 점령하고 저마다 독특한 생활환경을 개척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문화의 시대를 열어가게 된 것이다.


▲ 갓 태어난 새 생명들(왼쪽부터 독일가문비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인류의 문화와 미래는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숲과 문화의 연관성

숲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삶을 가능하게 하였다. 인간의 삶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육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원래 숲으로부터 얻었다. 열매를 따고 사냥을 하여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숲을 개간하여 경작하였다.

정신적 활동, 예를 든다면 철학, 과학, 예술, 문학 등에 필요한 것도 자연(숲)으로부터 터득했거나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인간이 지구상에 태어났을 때 그 앞에 전개된 것은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서 大自然(=숲)이 있었다. 정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에 인간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서 자연(숲)이 격분하지 않도록 숭배하여 왔다. 인류 정신문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원시 종교는 그렇게 하여 태동한 것이다.

울창하고 아름다운 산림은 철학가들의 사색의 장소로 안성맞춤이었고 대문호와 작곡가, 예술가들의 창작을 위한 구상의 장소로, 종교와 각 민족 신앙의 태동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뿐만아니라 나무와 숲을 원시신앙으로 섬기던 시대의 주술문들이 구비문학으로서 문학의 토대를 이뤄왔다. 모든 학문은 자연으로부터 출발하며 학문이라는 것은 결국 자연(숲) 속에 깃든 신의 섭리와 의도를 규명해 낸 것일 뿐이다.

이러한 것들이 인류의 삶의 흔적이라면 그것들 하나하나와 그 총체를 문화라고 한다. 문화는 이처럼 출발부터 숲에서 시작한 것이며 숲과 문화가 연결된 고리는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져 있다.
한편, 산림이 문화의 형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반영이라도 하듯 산림학에 관련된 용어들은 어원상으로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미학이라든가 예술 혹은 문화라는 말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즉, 숲에서 인간의 활동을 뜻하는 용어를 쓸 때에 그 용어들은 곧잘 숲(Silva)과 문화(Culture)라는 단어로 결합되어 있다. 예를 든다면 조림학(造林學·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에 관한 학문)을 뜻하는 라틴어는 Silvicultura, 영어는 Silviculture, 프랑스어는 Sylviculture, 이태리어는 Selvicoltura로 되어 있다.

예술적 냄새가 더욱 물씬 풍기는 용어는 산림학으로서 라틴어에서는 ars Silvatica, 독일어로는 Waldkunst, 즉 산림예술로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예로 볼 때, 산림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단순한 임업적 차원의 일이 아니었으며 미적인 것이라든가, 문화, 예술 등 뚜렷한 목적 지향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숲 없이 문화 없고 문화 없이 숲 없다’고 외친 오스트리아의 임업학교 교장 웨슬리.

정보화 시대에도 늘어만가는 종이 소비

숲은 인류사회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긴요한 역할을 하였다. 농경시대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역사시대를 크게 4구분 한다면 농업사회, 청동/철기시대, 산업혁명, 전자시대로 나눌 수 있겠는데, 각 시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숲은 결정적으로 기여하여 왔다.

농업사회는 인류가 정착하면서 크게 발전하였는데 늘어나는 인구로 인하여 식량과 주거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였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넓은 농토를 개간하여야 했고, 증가하는 인구의 정착을 위해 건축과 연료 확보가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숲은 가장 안성맞춤이었다.

청동과 철기시대가 가능하였던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광석으로부터 청동과 철을 선광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석을 녹이는 데 엄청난 양의 목재연료가 필요로 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직 석탄을 채굴하여 연료로 쓰던 시대가 아니어서 목재는 광석을 녹이는 데 핵심연료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시형태의 용광로로 청동 1kg를 얻는 데 목재 약 1톤 정도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산업혁명시대를 대표하는 단어는 대량생산이다. 이것은 또한 대량생산에 필요한 새로운 기계의 탄생도 함께 의미하고 있다. 기계를 제작하는 데에는 설계도면이 필요하여 종이 수요가 발생하고, 기계를 돌리는 데 필요한 연료로서 목재와 석탄의 수요가 급증하였다.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식과 정보로 인쇄술이 발달하게 됨으로써 종이와 그에 따른 목재 수요가 폭증하게 되었다. 이렇듯 산업혁명도 겉으로 보기에는 대량생산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양의 숲의 희생이 뒤따르고 있었다.

전자시대는 거의 모든 일상이 전자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는 전자시대의 대명사다. 과거에 종이에 의존하던 업무를 거의 모두 PC로 처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이나 목재의 수요가 감소하고, 숲의 가치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PC로 멋지게 디자인하고 편집한 것을 질 좋은 종이로 인쇄한다든가, 늘어나는 정보의 처리, 친환경적 삶, 웰빙, 건강 등의 관심으로 오히려 종이와 목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숲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 통합적 접근 필요한 산림학
숲은 마법의 상자이다. 인류가 삶을 시작한 이후로 숲으로부터 얻은 혜택은 다양하다. 숲의 세계로부터 얻은 지혜는 새로운 지혜를 낳아서 또 다른 세계를 개척할 수 있게 한다. 마치 펼쳐진 손부채처럼 숲은 다양하고 폭넓게 인간의 삶의 영역을 넓혀 주고 있다.

숲과 문화적 측면에서 새롭게 등장하거나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움직임들이 많이 있다. 나무와 숲과 관련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사)숲과문화연구회가 활동을 개시하던 1992년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였다. 미술, 음악, 문학 등 숲과 관련한 순수 문화예술적 창작활동의 증가하든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관련 행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산림을 대상으로 한 각종 개발계획에서 산림문화적 요소를 발굴하여 계획의 개념으로 삼는다든가, 계획요소에 포함시키는 일이라든가, 상품화하여 지역의 특산으로 개발하는 것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이것은 단순히 공간적으로 물리적으로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서 일반인들의 욕구가 있고 사회적 수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긴 결과다.
 
산림학을 문화예술적, 사회적 접근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숲에 대한 교육은 어느 누가 제공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겠지만, 이와 같은 흐름이 형성됨으로써 산림분야의 학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관심 속에 서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산림학은 각계각층의 공동의 관심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학제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고,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종합 학문으로서 정립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숲이 문화를 이어오게 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문화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인 접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산림학은 지금 그린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 2006년 4월5일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주록리 마을 야산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소나무를 심고 있다. 나무 심는 일은 숲을 조성하는 것이자 인류문화를 창조하고 미래를 보장하는 일이다.<사진=조선DB>


숲은 인류의 꿈이자 미래 보장
지름이 수십억 광년인 대우주 공간에서 먼지 크기만도 못한 지구에만 숲이 존재하고 있다. 우주는 숲을 위해 존재한다. 숲은 얼마나 숭고하고 신비로운 존재인가!

숲을 이루는 나무는 이산화탄소와 물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숨쉬고 자신의 몸을 키우면서 다른 생명체들의 삶을 유지시켜 준다. 그 덕분에 인간도 숨쉴 수 있게 되어 삶을 가능하게 하며, 그 덕분에 문화를 창조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숲이 없었으면 인류의 삶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숲은 생명이다. 숲으로부터 인간의 삶이 시작되었고, 숲으로부터 인간의 문명이 태동하였다. 숲은 문화와 역사의 산실이다. 모든 것이 숲으로부터 받는 유형 무형의 혜택 덕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류 문명의 역사는 숲과의 간단없는 투쟁의 역사이며, 웨슬리의 말처럼 숲 없이 문화가 있을 수 없고 문화 없이 숲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문화는 우리 선인들의 과거이며, 우리들이 만들고 있는 현재이며, 장래 우리 후손들이 누리게 될 미래다. 따라서 문화는 선조들과 그리고 우리들의 꿈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와 꿈은 보잘것없는 씨로부터 시작해서 이윽고 거대하게 자란 나무와 울창한 숲으로부터 탄생하고 발전해 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숲은 곧 인류의 꿈이다. 인류의 삶, 즉, 문화를 창조하고 유지하며 먼 미래를 보장해 준다. 우주는 숲을 품고 숲은 인간을 품으며 인간은 문화를 창조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숲만 보고 문화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 김기원 국민대 교수·숲과문화연구회 회장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4/2008060400961_2.html

 

 

 

[숲과 건강] 육체·마음의 병 모두 숲과 동떨어진 삶에서 생겨
숲속에 수용한 환자, 일반 병동보다 치료효과 월등

 

많은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스트레스 해소, 기분의 전환, 산책과 명상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바로 ‘건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숲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숲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은 필자와 산림과학원이 2005년에 공동으로 실시한 ‘숲 이용 동기’ 연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전국에 거주하는 2,000여 명의 숲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약 80%의 사람들이 건강 관련 동기에 의해 숲을 찾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숲의 중요한 기능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사람들에게 건강을 주는 기능을 82점 이상을 부여해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높게 평가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에서 밝힌 설문조사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숲의 건강 기능을 잘 알고 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숲을 건강 목적으로 이용하여 왔다. 우리 주변에서도 숲이나 산을 꾸준히 이용함으로 각종 질병을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숲을 이용한 건강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학문적인 관심은 최근에야 비로소 관심을 끌게 되었다. 과거 경험적으로만 이야기되던 숲의 건강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근거 중심의 숲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염 중화시키는 음이온의 보고


숲은 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까? 왜 숲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고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해 주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원초적인 역사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고생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기원을 약 500만 년에서 7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숲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숲에서 시작한 인간의 역사는 지금부터 약 5,000년 전쯤에야 숲에서 나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 왔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급격한 도시생활을 하게 된 것은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세월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인간 역사의 거의 대부분을 숲에서 숲과 함께 살아왔다.


▲ 숲에서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

 

그 기나긴 인간 역사에 비추어 본다면 불과 눈 깜박할 사이 우리들은 숲과 자연을 등지며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 동안 맨땅 한번 밟아볼 시간 없이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숲 환경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현재에도 숲 환경에 알맞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자연과의 부조화된 삶이 편할 리가 없다. 육체의 병, 마음의 병이 모두 숲과 동떨어진 삶으로부터 나온다.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는 인간의 이러한 자연의존성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이라고 명명하고, 우리 인간의 유전자 속에 뿌리박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숲의 녹색을 접하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유, 심신이 피로할 때 숲을 찾게 되는 이유가 바로 바이오필리아라는 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숲의 건강효과를 의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첫째 거론되는 것이 ‘피톤치드의 효과’다.  1969년 레닌그라드 대학의 식물학 교수인 토킹 박사가 발견한 수목 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란 물질이 인간에게 해로운 균의 살균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피톤치드의 장점은 개개의 수목이 그 특성에 따라 살균의 범위를 선택하고 인간의 몸에 무리 없이 흡수된다는 것이다.


▲ 인간은 본성적으로 숲에 의지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수목의 향기와 수액에 포함된 테르펜계 물질의 약효가 숲의 건강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며, 이는 주로 피부자극제, 소염제, 소독제, 완화제로 쓰인다고 한다. 실제로 피톤치드가 풍부한 숲은 폐결핵과 같은 전염성 병을 위한 좋은 요양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이 폐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은 숲에서 요양하는 것이었고, 또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보았다.


숲이 가진 치료 효능은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병원에서 보고한 임상 관찰 결과에 의하여 과학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 창궐했던 폐결핵 때문에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 이들을 수용할 만한 병실이 모자랐다. 뉴욕의 한 병원에서는 넘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 뒤뜰 숲에 텐트 병동을 임시로 만들어 결핵환자들을 수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속에 수용한 환자들의 치료효과가 훨씬 높은 것을 발견한 병원에서 이 사실을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숲의 치료효과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후 그 학술지에는 ‘Pine Hospital'이란 별도 섹션을 만들어 숲의 치료효과를 연속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 숲은 거대한 산소 공장이다.

 

또한 숲은 음이온의 창고다. 숲에서는 광합성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호흡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 한번 만들어진 음이온은 영구불변한 게 아니라 양이온을 중성화시키는 데 진력한다. 대부분의 양이온은 오염이 많은 곳이나 먼지 등이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음이온을 만나면 쉽게 중화되어 없어진다. 즉 공기가 오염된 곳에선 양이온이 늘어나고, 음이온은 모자라게 된다.
또한 전자제품, 휴대전화 등은 대표적으로 양이온을 발생시키는 기구들이다. 따라서 숲에 음이온이 많은 이유는 숲이 음이온을 많이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와 먼지, 전자제품 같은 것들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음이온을 그대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실제 숲속에 존재하는 음이온의 양은 1cm3당 800∼2000개로서 도시의 실내보다 14~70배 이상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에는 음이온의 비율이 높다. 보통 음이온이 공기 1cm3당 700개 이상 되어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음이온이 공기 1cm3당 1,000개 이상으로 풍부해지면 안정된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긴장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두통을 없애주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신경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과 자유 히스타민(Free Histamin)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들은 밝히고 있다.

1㏊ 숲, 45명이 1년 숨 쉴 산소 배출


숲은 거대한 산소공장이다.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1ha의 숲에서 1년간 16t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12t의 산소(O2)를 방출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의 양은 0.75㎏ 정도이므로, 1ha의 숲이 생산하는 산소는 45명이 1년간 숨 쉴 수 있는 양이다.


산소는 웰빙과 내추럴빙의 중심에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깊은 숲속의 무공해 산소를 캔에 담아 판매하기도 하고, 신선한 산소를 제공해 주는 산소방의 인기도 대단하다.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마스크는 필수적이다. 숲에 가면 온몸이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물론 온도도 낮지만 질 좋고 풍부한 산소가 우리 몸을 상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에 오면 마음껏 깊은 호흡을 하여 폐 속에 묻어있는 찌꺼기를 씻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귀중한 산소를 만들어 내는 광합성작용이지만 나무를 비롯한 녹색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조건이나 대가를 원하지 않는다. 광합성의 원료는 이 지구 대기에 흔히 들어있는 이산화탄소와 햇빛, 그리고 물뿐이다.


숲은 또한 현대 도시생활에서 무디어진 우리의 오감을 민감하게 회복시켜 준다. 숲에 있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다시 살려주는 매개체들이다. 가장 먼저 시각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인간은 몇 백만 년을 숲에서 살아오면서 숲의 녹색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들의 눈에는 녹색과 같은 자연색이 아니라 온갖 화려하고 원색의 인공색이 우리 시각을 어지럽힌다. ‘눈이 피로해지거든 잠시라도 눈을 들어 창밖의 숲을 바라보라.’ 이것이 아직도 안과의사가 추천하는 가장 평범하지만 효과적인 눈 보호법이다.


▲ 피톤치드는 숲이 주는 건강물질 중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에서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역시 세상의 온갖 소음에 더럽혔던 우리의 귀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이 숲의 소리는 어지러웠던 우리의 마음조차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숲에서 느끼는 오감 중 우리를 즐겁게 하는 또 하나는 상쾌하고 시원하게 후각을 자극시켜주는 냄새다. 특히 비가 촉촉이 내린 여름철 숲속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소나무 숲에서 피어나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은 우리의 폐 허파꽈리 깊숙이 파고들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숲을 걷거나 숲에서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감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숲의 아름다움, 자연의 소리, 어느 값비싼 향수도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향긋함, 이런 모든 것을 즐기는 숲의 이용이 바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숲에 와서도 열심히 정상을 향하여 땀만 흘린다면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숲에서의 오감회복은 우리 인체의 생리활동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정신까지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숲은 일상과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서 탈출감을 준다. 일상의 환경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직장, 학교, 심지어 가장 편안하고 안식을 취해야 할 집에서도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숲은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다. 즉, 일상의 탈출구 역할을 숲이 수행한다. 숲에서는 일상의 모든 근심을 잠시 잊고 자기를 재충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환경과 숲의 환경이 다름으로 해서 얻어지는 자극의 효과다.


숲은 우리를 순수하게 만든다. 숲을 꾸리고 있는 모든 것이 원초적 순수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도 비슷하게 닮아가지 않을 수 없다. 또 숲이 가진 녹색만큼 평온하고 평화로운 색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의 상징으로 녹색을 많이 쓴다. 숲에 오면 마치 엄숙한 성전에 들어온 듯하다. 숲은 신의 창조물 중에 가장 순수한 형태로 지속된 창조물이다. 그 숲은 희망의 세계이며, 세상에 살면서 찌든 때를 벗겨내고 우리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재충전 장소로 각광


인간은 숲에 있을 때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해진다. 이런 변화는 곧 생리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긴장과 불안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낮아지고, 안정되고 행복한 상태에서 분비되는 엔돌핀과 같은 쾌적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호르몬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체의 반응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되고, 혈압과 맥박이 감소되는 현상을 실험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직접 숲에 와서 느끼는 변화뿐만 아니라 비디오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미국의 환경생리학자인 울리치(Ulrich)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내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장면과 아름다운 숲의 경관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생리적 변화를 조사했더니 교통체증의 비디오를 볼 때 올라갔던 혈압과 맥박, 그리고 수축되었던 근육이 아름다운 숲의 경관 비디오를 본지 5분 정도만에 안정된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숲은 건강과 행복의 산실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침상에 아름다운 숲을 가상으로 산책하는 비디오 장치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그들이 느끼는 통증이 훨씬 완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숲의 아름다움이 환자들의 아픔을 잊게 하는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촉진시킨 결과다.


오늘날 많은 병원과 의사들은 이러한 숲의 건강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임상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상태를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한 상태가 아닌 것뿐만 아니고,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복리적으로 완전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바탕을 둔다면, 숲이 인간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또는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자연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숲이나 자연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수백 개의 병원을 짓는 일보다 주변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나 긴장이 몰려올 때 숲이나 나무를 바라보며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Tps 효과적인 산림욕 방법


1 산림욕이 좋은 계절은?
산림욕을 피톤치드의 발산과 연관하여 생각한다면 피톤치드의 발산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과 여름이므로 이 때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에도 피톤치드의 발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절에 구애 없이 산림욕은 몸에 좋다. 또한 산림욕은 피톤치드뿐만 아니라 숲이 가진 우리 몸의 모든 감각에 자극을 주는 요소들을 체험하는 것이므로 구지 봄과 여름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2 산림욕이 좋은 시간은?
피톤치드의 발산은 기온과 연관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정오부터 오후 2시 정도가 피톤치드의 발산양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 때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몸에 땀이 많이 나고 움직일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쾌적하게 느껴지고 비교적 피톤치드의 발산도 많은 시간인 오전 10시경이나 오후 2시경을 좋은 시간이라고 추천한다.


3 산림욕이 좋은 장소는?
산림욕이 좋은 장소는 따로 없다. 굳이 꼽으라면 자기에게 맞고 감정이 끌리는 장소를 권하고 싶다. 또한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므로 시원하게 느껴질 뿐더러 몸에 음이온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4 산림욕에 좋은 옷은?
비교적 땀의 흡수가 잘 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이 좋다. 꼭 쬐거나 나일론 계통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


/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한국산림치유포럼 부회장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1/20080611014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