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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에 빠진 사람들…뇌에도 치명적

산포로 2010. 3. 22. 17:44

술독에 빠진 사람들…뇌에도 치명적
블랙아웃 상태서 성범죄 많아…자살·타살로 이어지기도

 

 

최모(남·34)씨는 술을 많이 먹고 집에 가서 잠을 잤는데 눈을 떠 보니 남의 집에서 남의 옷을 입고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최 씨는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는데 자신이 어떻게 남의 집까지 가서 잠을 자게 됐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최 씨는 그 이후 과음을 하다가 또 필름이 끊길까봐 겁이 난다고 한다.

 

누구나 술을 많이 먹고 한 두 번 실수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최 씨처럼 술을 마신 뒤 자신이 한 행동이 기억이 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문의들은 술을 많이 마신 후에 블랙아웃이 됐다면 이는 알코올이 뇌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적신호임을 명심하고 이를 경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블랫아웃, 알코올 치매로 이어질 수도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건강뿐만 아니라 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급성 알코올중독의 한 증상인 알코올성 블랫아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지나친 과음 후에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되는 단기 기억상실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이러한 블랙아웃은 기억상실은 있지만 의식의 소실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 경우는 빠르게 음주하거나 많은 양을 단시간에 섭취할 경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블랙아웃 상태가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행동을 하면서 기억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랫아웃 상태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거나 정상적인 대화를 한다. 심지어는 블랙아웃 상태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자살, 타살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등 비교적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감행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인 관광객을 필름이 끊긴 상태에 살해하는 사건이 보도된 적도 있다. 이외에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사고 후 불안감은 증폭되기 일쑤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블랫아웃과 노인성 치매와는 개연성이 있다"며 "지나친 알코올 섭취시 기억력 감퇴가 올 수 있고 낮에도 건망증을 증세를 호소하게 되는데 정도가 심해지면 알코올성 치매도 올 수 있다"고 꼬집어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블랙아웃을 예방하려면 술을 끊어야 한다"며 "술을 끊는 게 힘들겠지만 약물 등 전문의 치료를 받고 운동을 병행해나간다면 기억력이 회복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의정부 성모병원 신경정신과 이정태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중독증, 알코올성 치매, 건망증, 기억력 감퇴, 집중력 감퇴 등이 올 수 있다"며 "술을 끊는 게 힘들다면 적정음주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번 망가진 간, 돌이킬 수 없어

 

술과 간은 뗄례야 뗄 수 없는 법.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게 간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술은 간의 여러 대사기능을 저하시키는데 특히 지방산 산화분해력을 감소시켜 간에 지방이 축적되게 함으로써 지방간을 야기시킬 수 있다.

 

알코올의 지나친 섭취는 체중증가, 간의 손상, 영양소 결핍 등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간은 5%만 남아 있어도 100% 간의 정상기능을 하지만 간은 한번 나빠지면 돌이킬 수 없다.

 

지방간 상태에서 금주를 하게 되면 완전히 정상화될 수 있어 특별치료나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없다. 그런데 이 상태가 계속되면 과음을 하게 되면서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일단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는 술을 끊더라도 약 절반은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의들은 지방간일 경우 자각증상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으며 약간 피로를 느끼거나 식사 후 포만감을 보이거나 우측 갈비뼈 아래에 느껴지는 불쾌감을 호소할 때 '간이 안 좋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려 있는 환자는 비교적 적은 양의 음주로도 심한 간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금주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또한 매일 음주를 하는 것을 피하고 1주일에 최소한 2,3일은 금주하는 게 간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는 "음주 시 안주를 충분히 먹으면 음주자한테 흔히 올 수 있는 영양장애를 피할 수 있고 간독성을 덜어 주는 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이런 음주법을 실천하는 게 간질환을 예방하는 기본이다"며 "본인 스스로 상습적 음주자로 생각되거나 폭음을 피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수 기자 (elizabeth@mdtoday.co.kr)
http://www.mdtoday.co.kr/health/news/index.html?cate=&no=120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