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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구진이 수컷 생쥐의 피부 세포에서 난자를 생성해 생물학적 아버지가 두 명인 생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컷 세포로 포유류 난모 세포를 만든 최초의 연구로 동성 커플이 부모가 되거나 난임 치료의 새 길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하야시 카츠히코 일본 규슈대 연구팀이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영국 런던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서 열린 '제3차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공개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수컷 생쥐의 피부 세포를 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재설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든 뒤 Y염색체를 삭제하고 다른 세포에서 빌려온 X염색체로 대체해 XX 염색체를 가진 세포를 만들어냈다. iPS는 성체세포를 어떤 유형의 세포로든 발달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만들어낸 세포는 생쥐의 난소 내부 조건과 동일하게 설계한 난소 오가노이드(인공 장기)에서 배양됐다. 연구팀은 만들어낸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켜 약 600개의 배아를 얻었고 이를 대리모 쥐에 이식해 7마리의 새끼 쥐가 태어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기 쥐들은 건강하게 성장해 새끼를 낳았으며 수명도 정상적이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인간 세포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 중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난자를 사용하려면 안전성 확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하야시 교수는 10년 안에 남성 피부 세포에서 생존이 가능한 인간 난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X염색체가 부분적으로 결여돼 난소에 기능 장애가 생기는 유전질환인 '터너 증후군'을 가진 여성 등 난임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인간 세포에 적용시키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 세포는 성숙한 난자를 획득하기 위해 훨씬 더 긴 배양 기간이 필요하고 세포가 예상치 못한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조지 데일리 미국 하버드 의대 학장은 연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면서도 "실험실에서 인간 세포로 생식세포를 만드는 것은 생쥐 세포에서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밝혔다.
아만더 클라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과학자들은 아직 여성 세포로부터 인간 난자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연구를 인간 세포에 적용시키는 것은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연구에서 인간 난자의 전구체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포 분열의 중요한 단계인 감수 분열 이전에 세포가 발달을 멈춰 성숙한 난자로 만들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클라크 교수는 "이를 극복하는 데 10년이 걸릴 수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윤영혜 기자 yyh@donga.com 2023.03.09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