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제대로 씻어요
『손의 신비』의 저자인 미국의 존 네이피어 박사는 “손이 없었다면 도구의 인간(Homo Habilis)도, 진화도 없었다”고 단언했고, 옛 소련 출신의 미국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손을 가리켜 ‘정신의 칼날’이라고 칭송했다. 또 영국의 찰스 벨 경은 ‘손은 하나의 도구로서 모든 완벽함의 극치를 이룬 것”이라고 했으며, 아이작 뉴턴은 “다른 증거가 없어도 엄지 하나만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염내과 전문의들에게는 이 신성한 손이 그야말로 골칫덩이다.
손은 인체에서 미생물이 가장 많이 득실대는 ‘병균 창고’이며 그야말로 질병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감염내과 의사들은 온갖 물건과 접촉하는 손이 양말에 감싸인 발보다 훨씬 더럽다고 말한다.
이들 의사와 방역 당국의 전문가들은 21세기 들어 인류는 신종 전염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손만 제대로 깨끗이 씻으면 전염병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수억 원의 멸균 및 소독 장비를 들여놓지 않더라도 의료진이 손만 제대로 씻으면 병원 감염을 40-50%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특히 입원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사소한 감염에도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평소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손을 철저히 씻기만 해도 건강을 되찾을 확률이 급상승한다”고 말한다.
손 씻기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일부 전염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침방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고 침을 통해 병이 전염되는 경우 침방울이 1-2m 거리까지 튈 수 있지만 곧바로 코나 입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옷이나 몸에 묻었다가 손을 통해 입이나 코를 만져 감염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염병이 공기를 통해서 전염된다면 환자의 침방울이 증발하고 난 뒤 그 안에 섞여 있던 바이러스와 뒤엉킨 먼지입자가 공기 흐름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예방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은 몸이나 옷에 묻어 있다가 손을 통해 호흡기로 감염된다.
따라서 손만 제대로 씻으면 대부분의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변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에도 손 씻기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손을 제때 제대로 씻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
손은 귀가 후, 식사 또는 조리 전, 화장실에서 나올 때에 반드시 씻어야 한다. 자주 씻을수록 좋으며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수시로 씻도록 한다. 아이들에게도 귀가 후, 식사 전, 화장실 다녀올 때에 반드시 손을 씻도록 가르쳐야 한다.
손은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손 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야 하고 손가락으로 손바닥의 손금을 긁어주도록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특히 엄지를 깨끗이 씻는다. 손바닥뿐 아니라 손등도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한다.
손을 씻고 나서는 가급적 면 수건보다는 종이 타월로 닦는 게 좋다.
요즘 수도꼭지에 손을 대지 않는 자동 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모두 위생을 위해서다.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 버릇을 없애야 한다.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버릇도 없애도록 한다.
「뉴욕타임스」는 손을 씻어야 하는데 물만 있고 비누가 없다면 손에 흙을 문지르라고 권고했다. 손이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비누로 손을 씻게 될 때까지 손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손은 병균 덩어리일 수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입력일 2009.01.21 18:42 ㅣ 수정일 2009.01.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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