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원두 전파에 백신·치료제 요구 ‘빗발’
대부분 감염자 남성 동성애·양성애자...두창 백신·치료제 급부상

[의학신문·일간보사=김자연 기자] 최근 들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례 없던 원숭이두창이 퍼지면서 백신 및 치료제를 구하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영국에서는 원두가 풍토병인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사람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19일을 기준으로 9명의 환자가 보고돼 의료진 등 접촉자들에게 두창 백신을 접종했다고 보건안전국(UKHSA)은 밝혔다. WHO 및 미국 CDC 등에 따르면 두창 백신은 원두에도 85%의 예방 효과가 있다.
원두는 사망률이 10%에 이르는 콩고형과 1%에 그치는 서아프리카형이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보고된 케이스는 모두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됐다. 아프리카 CDC에 따르면 2020년 이래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아프리카에서 여러 원두 발발이 발생했으나 통제돼 왔다. 이와 같이 지난 10년 동안 원두는 서아프리카에서 감염이 증가한 경미한 바이러스 질환으로서 그동안 그 밖에 지역에서는 거의 퍼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전에 원두가 보고된 바 없던 포르투갈에서도 14건, 스페인에서 7건이 발견됐고 미국, 스웨덴, 이탈리아에서도 각각 1명씩 확인됐으며 프랑스에서도 1명의 감염 의심자가 보고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아프리카에서 온 동물을 통한 감염이 발생한 이래 전무했으나 작년 나이지리아 여행객으로부터 2건이 발생한 바 있으며 이번 환자는 캐나다를 다녀온 남성이다. 이후 캐나다 몬트리올 공중보건 당국은 17명의 감염 의심자를 조사 중이며 그 중 몇몇은 최근 미국인 감염자와 연관성이 있고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나눈 남성이라고 밝혔다. 영국 UKHSA 역시 환자들이 서로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로 남성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로 파악됐다며 그런 경우 이상한 발진이나 병변이 있으면 지체 없이 성건강 진료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포르투갈 환자도 모두 아프리카를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남성과 성관계를 나눈 양성애자 및 동성애자로 조사됐고,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의심건수 23명 중 22명이 지난 몇 주 사이에 남성과 성관계를 나눈 남성인 것으로 보도됐다.
원두의 증상은 피부 발진, 열, 두통, 근육통. 림프절 부종 등이며 발진은 얼굴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퍼진다. 감염은 보통 인간 사이에 쉽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체액 접촉, 원두 피부 상처로부터 오염, 오랜 대면에 따른 호흡기 비말 등을 통해 일어난다.
이에 대해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국제 공중보건 교수는 중증 질환의 중대한 발발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겠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전국적인 유행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덧붙여 한 가능한 원인으로 코로나19 여행 제한 해제에 따른 중서 아프리카 여행 증가를 지목했다. 퍼스트워드 파마에 따르면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의 전문가도 원두가 고도로 감염적이지 않으므로 대규모 발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서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TPOXX, tecovirimat)의 승인을 받은 시가 테크놀로지스의 CEO도 바이오스페이스를 통해 지금으로서는 더욱 전파를 막기 위해 조치해야 되겠지만 호흡기 감염은 우려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다만 UCLA의 역학 교수는 로이터를 통해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프리카 외에서 비일상적인 증가는 바이러스 변이나 새로운 전파 수단이 일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 등은 팬데믹을 대비해 두창 백신을 대거 비축해 둔 가운데 바바리안 노르딕은 원두 발발을 맞이해 한 유럽 국가로부터 두창 및 원두 백신 임바넥스(Imvanex)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바바리안 노르딕은 미국 생물의학고등연구개발국(BARDA)도 기존에 비축한 3000만개의 액상 동결 백신에 대해 2023~2024년 동안 보관 기간이 더 긴 동결 건조 백신으로 대체하기 위한 제조 옵션권을 활성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바리안 노르딕은 2025년까지 1300만 도즈를 공급할 목표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의 두창 백신 ACAM2000도 10년간 비축 계약 맺은 바 있는데 작년 중반 보건부(HHS)는 2차 옵션을 활성화시켰다.
더불어 시가 테크놀로지스도 올 초 원두 치료제로도 유럽에서 허가받은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를 원두 감염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미국에서는 이미 170만 코스의 치료제가 비축된 가운데 현재 여러 유럽 국가와도 공급 및 비축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가는 이번에 티폭스의 정맥주입 제형도 FDA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이머전트도 키메릭스로부터 작년 FDA 허가를 받은 경구 두창 항바이러스제 템벡사(Tembexa, brincidofovir)를 인수하기로 이번에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