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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발굴

산포로 2024. 10. 28. 10:35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발굴

 

자폐의 성차*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발견돼 주목된다.

 

 * 성차 :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차이.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안준용 교수(고려대학교), 유희정 교수(분당서울대병원), 김은준 단장(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도나 월링(Donna Werling) 교수(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 연구팀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폐 가족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고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 코호트 : 특정한 기간에 태어나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의 집단과 같이 통계상의 인자(因子)를 공유하는 집단.

 

 ** 전장 유전체 : 총유전체로 한 종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 염기들의 전체를 말한다.

 

자폐는 여성보다 남성의 유병률이 약 4배 높다고 알려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자폐의 성차 연구는 주로 유럽 인종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자폐는 다양한 임상적 특성을 포함하는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자폐의 성차가 동반되는 임상적 특성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유전 분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연구팀은 동아시아인 자폐 가족의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40개의 여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와 403개의 남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를 규명, 여성과 남성 간에 서로 다른 발생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여성 자폐 유전자는 주로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주는 반면, 남성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주관하는 시냅스에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자폐의 주요 유전적 원인인 신규변이*와 양적유전점수(Polygenic Score)**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적 조성의 성차가 지적장애 동반 여부 및 자폐 주요 증상 중증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남을 밝혔다.

 

 * 신규변이: 부모 세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부모의 생식세포에서 발생하여 자녀에게 전달되는 매우 희귀한 유전변이

 

 ** 양적유전점수: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수천 개 이상의 유전 변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으로 발현될 확률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점수

 

또한, 연구팀은 한국인 코호트의 가족 임상표현형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부모와 형제자매의 유전적 조성을 조사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양적유전점수를 갖지만, 인지능력은 더 높고 자폐 중증도는 더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준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자폐와 같은 신경발달장애의 정밀 진단을 위해서는 성별과 임상적 특징을 모두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메디신(Genome Medicine)’에 9월 27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고려대 김수휘 연구원>

 

논문명: Whole genome sequencing analysis identifies sex differeces of familial pattern contributing to phenotypic diversity in autism

 

저널명: Genome Medicine

 

키워드: Whole genome sequencing(전장유전체), Autism(자폐), Sex difference(성차), Phenotypic diversity(표현형 다양성), Familial pattern(가족 패턴), Polygenic score(양적유전점수)

 

DOI: https://doi.org/10.1186/s13073-024-01385-6

 

저  자

 

안준용 교수(교신저자/고려대), 유희정 교수(교신저자/서울대), 김은준 교수(교신저자/기초과학연구원), 도나 월링(Donna Werling) 교수(교신저자/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 김수휘 박사과정(제1저자/고려대), 이혜지 석박사통합과정(제1저자/고려대)

 

1. 연구의 필요성

 

 ○ 자폐는 성별에 따라 다른 유전적 조성 및 원인을 가진다. 그러나, 자폐 성차 연구는 주로 유럽 인종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특히 동아시아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 또한, 자폐는 다양한 임상표현형을 포함하는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자폐의 성차가 동반되는 임상표현형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유전 분석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 자폐성장애인 가족 내에서 형제자매와 부모는 자폐를 앓지 않더라도 자폐성장애인과 유전적 요인을 공유한다. 자폐인과 달리 형제자매와 부모는 복잡한 표현형을 나타내지 않게 때문에, 성별에 따른 유전-임상적 영향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2. 연구내용 

 

 ○ 연구팀은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를 발굴, 40개의 여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와 403개의 남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를 규명했다. 여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염색질 및 히스톤을 통한 유전자 발현 조절 기능을 수행하고, 남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신경세포의 소통을 담당하는 시냅스 관련 기능을 수행함을 밝혔다.

 

 ○ 연구팀은 여성 자폐인이 남성 자폐인보다 많은 신규 단백질 절단 변이(Protein-truncating variant)*를 갖고 있음을 관찰했다. 또한, 자폐성장애인의 여성 가족구성원들은 남성 가족구성원들보다 높은 양적유전점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폐의 주요 증상은 덜 심각하고 인지 및 적응 능력도 덜 손상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 유전적 요소에 더 낮은 유전적 민감도(Genetic susceptibility)**을 갖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 단백질 절단 변이 : 단백질 생성에 문제를 일으켜 단백질 기능을 손상시키는 유전 변이

 

** 유전적 민감도 : 유전적 요소에 의해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의 정도.

 

 ○ 자폐성장애인은 지적장애가 동반되거나 주요 증상 중증도가 증가할 때 남성 대 여성 유병률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자폐성장애인의 양적유전점수는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군에서 낮게, 주요 증상의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 높게 관찰되며, 지적장애와 고중증 자폐인의 남녀 비율에 따라 성차가 다르게 나타남을 관찰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연구진은 남녀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를 발굴하고, 남녀 특이적인 자폐 발병 기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자폐의 유전적 양상이 성별에 따라 다르며, 동반되는 임상적 특성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남을 관찰했다.

 

 ○ 이 연구는 한국인 자폐 및 신경발달장애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성차 연구로, 향후 성별 및 임상 특성을 고려한 맞춤 진단, 관리 및 치료등의 접근 전략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 이야기

 

<작성 : 고려대 김수휘 연구원>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여성 자폐인과 남성 자폐인은 외적으로 나타나는 표현형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여성 자폐인은 자폐 성향을 감추는 위장 행동을 잘해, 지적장애나 언어지연이 동반되지 않으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오진이 잦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폐의 성별에 따른 유전적 조성과 원인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여성 자폐인의 어려움을 더 잘 헤아리고, 정밀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및 중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기존 자폐 유전체 연구는 주로 유럽인 인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아시아 인종의 유전체 데이터를 새로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서 오랫동안 수집해온 포괄적인 자폐 가족의 유전체 및 임상표현형을 보유하고 있었고, 덕분에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임상표현형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어려웠지만,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활발한 주간 미팅을 통해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고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와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폐 성차 유전체 연구 전문가이신 Donna Werling 교수님과의 지속적인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성차 분석과 최신 유전체 분석 파이프라인에 대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협력과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고, 이러한 국내외 협력을 통해 연구의 주요 장애들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폐 데이터를 기반으로, 남성 자폐와 여성 자폐의 유전적 조성과 원인이 다르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특히, 가족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여 자폐의 성별 특이적인 유전적 민감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임상표현형에서 유전적 성차가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 자폐 성차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했습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자폐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는 동반되는 임상표현형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진단과 치료 및 중재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자폐의 유전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성별과 임상표현형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는 자폐를 비롯한 신경발달장애에서 성별과 임상표현형을 반영한 유전체 기반의 질환 예측 모델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성별-임상특이적으로 질환에 기여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탐구하고, 궁극적으로 신경발달장애의 정밀 진단과 적절한 치료 및 중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그림1)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네트워크
남성 혹은 여성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자폐 연관 유전자와 남녀 모두에게서 작동하는 공통 자폐 연관 유전자의 생물학적 경로 네트워크. 네트워크 노드는 동일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이며, 노드의 크기는 유전자 개수를 나타냄. 노드간의 연결점 개수는 각 노드를 이루고 있는 유전자들간의 기능적 연관성을 보여줌. 남성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는 하늘색, 여성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는 분홍색, 공통 유전자는 노란색으로 나타냄. 남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시냅스 관련 기능을, 여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능을 수행.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고려대 김수휘 연구원

 

(그림2) 성별 특이적인 자폐의 유전적 조성
성별 특이적 자폐 유전적 조성 그래프 및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결과 요약. 자폐의 유전적 조성은 성별 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지적장애와 주요 증상 중증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고려한 유전적 모델링이 필요함.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고려대 김수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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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Bio통신원(한국연구재단) 등록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