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화 메커니즘 연구에 새로운 방향 제시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물에서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구체적인 섬유화 메커니즘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자가 응집으로 형성되는 매우 정렬된 베타 시트 형태의 섬유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키는 주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섬유의 형성과 아밀로이드증의 발병 및 치료를 이해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에 대한 분자 수준의 연구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은 복잡한 구조 변화를 포함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다양한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구조 변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핵자기공명 (NMR)과 적외선(IR) 분광법에서는 물(H2O)이 아닌 화학적으로 동일한 성질을 나타낸다고 알려진 중수(D2O)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슐린을 사용하여 물과 중수에서 인슐린의 섬유화 속도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고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을 물에서 관찰해야 함을 인지하였다. 이에 연구진은 2차 적외선(2D-IR) 분광법이라는 첨단 분광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적외선 분광법에서 불가능했던 물에서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을 추적하였다.
연구진은 2차 적외선 분광법과 더불어 다양한 생물 물리학 분석을 사용하여 섬유화 초기 단계에서 물과 중수에서 인슐린의 섬유화 경로가 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고해상도의 2차 적외선 분광법 결과를 통해 섬유화의 핵 형성 단계가 시작될 때 중수에서 인슐린의 이량체 형성이 향상되어 물보다 중수에서 구조적 변화가 지연됨을 밝혀냈다.
제 1 저자인 전소연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존의 방법들로는 알 수 없었던 물에서의 섬유화 초기 단계의 단백질 구조 변형에 대한 정보를 2차 적외선 분광법을 적용해 직접 관찰한 사례”라며 “생물학적 조건에서의 섬유화 메커니즘 연구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행 단장은 “이번 연구는 화학적으로 동일하다고 알려진 물과 중수가 생체 환경 내에서는 섬유화에 다른 역할을 하는 이유를 2차원 적외선 분광법으로 관찰한 연구로 이는 물에서의 단백질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왕립화학회(RSC)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Chemical Science (IF 9.825)’ 3월 1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저널명
Direct Observation of Protein Structural Transitions through Entire Amyloid Aggregation Processes in Water using 2D-IR Spectroscopy / Chemical Science((RSC)
저자 정보
So Yeon Chun, Myung Kook Son, Chae Ri Park, Chaiho Lim, Hugh I. Kim, Kyungwon Kwak and Minhaeng Cho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는 아밀로이증의 발병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 아밀로이드 단백질 섬유화의 동력학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핵자기공명 (NMR)과 적외선 (IR) 분광법에서는 뚜렷한 동위원소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수가 사용된다. 우리 연구진은 고해상도 2차 적외선 (2D-IR) 분광법을 사용해 보다 생물학적 환경을 잘 묘사하는 물에서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을 추적하고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려웠던 점] 중수의 동위원소 효과로 인해 인슐린 단백질의 섬유화 속도가 물에서와 현저히 다른 것을 관찰하였다. 연구진은 중수와 물에서의 단백질 섬유화 과정을 추적하여 이러한 속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적외선 분광법에서는 단백질의 2차 구조 정보를 제공하는 아미드 Ⅰ 신호와 물의 신호가 비슷한 진동수 영역에서 겹치기 때문에 물에서의 단백질의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해상도의 2차원 적외선 분광법을 사용하였다. 특히 특정 조건을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2차원 적외선 분광 장치의 최적화를 통해 이 조건을 찾았고 물에서의 인슐린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성과 차별점] 본 연구진은 2차원 적외선 분광법을 통해 기존의 방법들로는 알 수 없었던 물과 중수에서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 과정을 추적하였다. 그 결과, 섬유화 초기 단계에서의 단백질 구조의 차이로 물과 중수에서 확연히 다른 섬유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향후 연구계획] 인슐린에서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백질들의 섬유화 과정 (특히 액체-액체 상 분리 (LLPS) 매개 섬유화)을 추적하여 생물학적 환경을 더 잘 묘사하는 구체적인 섬유화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 할 것이다.
[그림 1] 2차 적외선 분광법을 이용한 물에서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관찰
2차 적외선 분광법을 통해 기존의 적외선 분광법에서 불가능했던 물에서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 특히 초기 구조에 집중해 추적하는 것을 보여준다.
생명과학 기초과학연구원 (202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