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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상식 바로잡기] 손가락마다 혈당이 다르게 나오네?

산포로 2022. 2. 3. 11:07

[생활 속 과학 상식 바로잡기] 손가락마다 혈당이 다르게 나오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 음식물이 분해되어 영양성분이 발생되고 이 영양분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 활동을 할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 몸의 세포에서 흡수되는 영양분의 형태는 당(대표적으로, 포도당-glucose)이다.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기관에서 몸의 각 영역의 세포들로 당이 전달되는 경로는 혈액을 통한 전달 경로이며 혈액 안에 포함된 당의 양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되어야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당은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음식물을 섭취하여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당이 지나치게 많이 존재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며 신체 여러 기관에서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혈액 내 당의 수치가 높으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당뇨라는 명칭은 처음에 소변에서 단 맛이 나는 증상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120여 년 전 동물실험을 통해 이자(췌장)을 제거해 당뇨에 걸린 실험동물의 사례도 전해지고 있고, 인도의 전승 의학인 아유르 베다(Ayur veda)에는 당뇨병에 걸린 환자의 소변에 개미와 다른 벌레들이 모이는 현상이 기록되기도 했다 [1].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으면 신체 기관 중 이자(췌장)에 자극이 전달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당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슐린의 주요 기능은 혈액 내의 당을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열쇠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슐린의 작용으로 높아진 당 수치를 낮출 수 있으며, 당 수치가 낮아지면 그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 인슐린의 분비가 멈추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 몸에서 당 수치를 낮추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호르몬은 인슐린이 유일하며, 체내 당 수치의 제어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뇨병에 걸리게 되면 고혈압과 기타 대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은 장기간 몸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만성 질환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당뇨병이 지속되면 심장질환, 시력 상실 및 간 질환 등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2]. 

당뇨는 크게 1형 당뇨, 2형 당뇨 그리고 임신성 당뇨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형 당뇨는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이는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자의 β 세포(인슐린의 분비 기능을 담당)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거나 생성되더라도 극소량만이 생성된다. 1형 당뇨는 보통 청소년기나 젊은 나이에 발견되며,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주기적으로 인슐린을 체내로 주입하는 수밖에 없다.

반면, 2형 당뇨는 이자에서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생산되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높은 혈당을 낮추도록 제어하지 못해 당뇨로 발전되는데 주로 고령층에서 발병해왔지만 요즘에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2형 당뇨에 걸린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2형 당뇨는 세포의 적응과 관련이 있는데, 오랜 기간 고혈당 환경에 있던 세포는 인슐린의 작용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이자에서는 계속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인슐린의 과다 발현으로 인해 세포는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되어 혈당의 제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림 1). 2형 당뇨는 비만과도 상관성이 높은데, 인슐린의 기능 중 하나는 지방의 합성으로 당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지방이 많이 합성되고 비만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활동성이 줄어들게 되므로 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임신성 당뇨는 임신 중인 산모에게서 발생하며 임신성 당뇨에 걸린 산모와 태아는 출산 후에 2형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인슐린은 당을 세포 내로 진입하게 해주는 열쇠의 역할을 한다.

그림 1. 고혈당 환경에서의 인슐린 작용에 의한 세포의 반응(A)과 정상 환경에서의 인슐린 작용에 의한 세포의 반응(B) - 인슐린은 세포 내로 당이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은 기능을 한다. 고혈당 상태에서 세포는 인슐린 저항성을 갖게 되어 인슐린의 작용에 의한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정상 환경에서의 세포와 비교했을 때 세포 내로 당이 들어가는 효율을 급격히 떨어트린다.

 

대부분의 당뇨환자들은 2형 당뇨(약 80%)에 해당되며 1형 당뇨와 임신성 당뇨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발병하는 경우와는 다르게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이는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음식물을 섭취하며, 꾸준한 운동을 통한 활동적인 삶을 삶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되고 위에 제시한 세 가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혈당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혈당은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는 손가락 마디 끝을 찔러 나온 혈액을 검사지에 묻혀 혈액 내 당(glucose)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혈당 수치는 보통 공복 상태일 때를 기준으로 하는데 공복 상태에서 혈당이 126mg/dL(100mL 당 126mg) 이상일 때나, 시기와 상관없이 혈당 수치가 200mg/dL 이상인 경우에 당뇨로 판단한다.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여 여러 손가락을 측정할 경우 각기 다른 수치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약 20%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 여러 번 측정한 후에 평균값을 사용하기도 한다. 만일 측정된 혈당 수치가 평소에 200이 넘거나 공복시에 126을 넘는다면, 당뇨로 판단하게 되며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섭취하는 음식물 양이 다르고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에너지를 얻는 대사 속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의 진단을 위해 포도당부하 검사(glucose tolerance test)를 하기도 한다. 포도당부하 검사 시 검사 3일 전부터 충분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검사 전날 금식을 해야 한다. 금식 후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측정한 후, 보통 300mL의 포도당 용액(일반적으로 25g/dL)을 마신다. 그다음 1시간 후, 2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하며 최대 3시간 후까지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2시간 경과 후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200mg/dL 이상일 경우, 당뇨로 판단한다.

앞서 이야기한 혈당 측정이나 포도당부하 검사 외에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의 특징은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 중 당이 부착된 것의 비율을 분석하는 것으로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을 경우 당화된 적혈구 세포의 비율이 올라가며, 이 비율이 6.5% 이상인 경우 2형 당뇨의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이 반영된 값으로 단기간에 이 결괏값을 조절할 수는 없고,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일반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실시한다.

앞선 언급한 대로 당뇨와 같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의 경우,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뇨로 발달하기 전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로 판단하는 기준은 공복 시 혈당 126mg/dL, 포도당부하 검사 200mg/dL, 당화혈색소 검사 6.5%인데, 당뇨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은 단계인 전당뇨(prediabetes)의 기준은 공복 시 혈당 100-125mg/L, 포도당부하 검사 140-199mg/dL, 당화혈색소 검사 5.7-6.4%로 보고 있다(미국 당뇨병 협회). 아래 표는 위에서 언급한 검사들의 판단 기준을 요약한 것이다. 평소 가정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혈당 측정기로 수시로 혈당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만일 평소와 다르게 혈당이 높아서 정상 범위를 벗어나 전당뇨 혹은 당뇨로 판단되는 결과가 나왔다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 및 관리 프로그램을 해보는 것도 좋다.

 

당뇨로 인한 건강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현재,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방식의 개선과 함께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자발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용 혈당 측정기와 같은 개인용 의료 장비들의 중요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오차율이 20%나 되고,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에서의 수치가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스스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의도된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가정용 혈당 측정기의 목적도 매우 정확한 혈당의 측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값이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검사자로 하여금 건강에 위험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박지욱, 당뇨병의 역사 https://www.e-jkd.org/upload/pdf/jkd-10-3-176.pdf
[2]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https://www.cdc.gov/diabetes/basics/diabetes.html

 

생활 속 과학상식 바로잡기 서규원 (연구자, 고려대학교)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과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이라는 말이 주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작은...

 

의학약학 서규원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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