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유모가 된 새들
자연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개체와 그들 안에 존재하는 개별 유전자들은 생존 경쟁을 한다. 스스로 살아남는 일과 자손을 낳아 후대를 이어가는 본능과 생존전략은 종종 ‘이기적’이라고 묘사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는 ‘이타적 행위(altruism)’도 한다는 것이다. 내게 당장 큰 이득이 없어도 다른 개체에 자원을 나눠주거나 위험을 피하도록 돕거나 하는 것이다.
도움을 통해 얻는 간접적인 번식 이익
대개 혈연관계가 있는 개체들 사이에서 상대의 생존과 번식을 유리하게 도와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존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인간이나 침팬지와 같이 사회적 동물들의 경우, 같은 집단 내에서 오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개체들끼리는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친구, 혹은 동맹 관계를 맺고 유지하면 생존과 번식이 유리해질 수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서 이 같은 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베 짜기 새의 한 종류인 ‘white-browed sparrow-weavers (Plocepasser mahali)’의 이야기다. 십 년 가까이 이 새들을 관찰해온 연구진은 더운 환경에서 번식하기 위해 이 새들이 분가하지 않고 동생들을 돌보는 유모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동생들을 돌보는 새들
참새 정도 크기에 아프리카 남부에 서식하는 이 새들은 대가족을 이루어 살며 새끼 기르는 일을 함께 한다. 암컷(이하 ‘어미’)와 수컷 한 쌍과 0에서 10마리 사이의 다 큰 자녀들(이하 ‘도우미’)들이 함께 사는데, 이 도우미들이 분가해 자기 새끼를 낳지 않고 어미가 낳은 새끼들을 먹이고 돌본다. 도우미들은 부모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만큼,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자기 유전자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특히, 이 새들에게서 도우미들의 도움이 들쭉날쭉한 사막의 환경에서 어미의 번식 성공률을 꾸준히 유지하게 돕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였다.
연구진은 2007년에서 2016년 사이 매 번식기(9/10월에서 4/5월 사이) 마다 이 새들 집단을 관찰했다. 대략 40개가량의 가족들이 모여 사는 집단에서 각 가족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미가 몇 개의 알을 낳고 도우미들은 어떻게 새끼들을 돌보는지를 기록해 분석했다.
암컷 도우미들의 역할이 크고, 그 영향은 건기에 중요해
그 결과, 연구진은 암컷 도우미들이 수컷 도우미들보다 더 자주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어미새의 번식 성공률도 암컷 도우미의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에 비해, 수컷 도우미의 숫자는 여기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을 많이 낳은 어미일수록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꾸준한 확률로 새로 낳은 새끼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었다.
이는 이른바 ‘벳-헤징 전략(bet-hedging strategy)’의 일종이라고 연구진은 봤다.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 의해 들쭉날쭉한 번식 성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더불어 자신의 간접적 이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전략에 따르면 주요한 환경 요인은 강우량인데, 연구진은 강우량을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칼라하리 사막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새끼가 알에서 깨어 나오기 36일 전부터 알에서 나온 뒤 9일까지의 기간을 분석했는데, 이 시기 강우량이 높을수록, 그리고 암컷 도우미가 많을수록 새끼들이 더 많이 살아남는 것으로 연관 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암컷 도우미들의 도움은 우기보다는 건기에 새끼들의 생존율에 더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한소정 객원기자 ㅣ 2021.10.28 ⓒ ScienceTimes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