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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기술 아이디어 보고

산포로 2011. 1. 6. 09:54

생명체는 기술 아이디어 보고
까치날개 본뜬 비행체등 각종 영감 얻어
나비 날갯짓 닮은 카메라 셔터 개발 중  

 


독수리가 날개를 비틀거나 굽혀 바람 받는 각도를 바꾸는 데 착안해 라이트 형제가 글라이더를 설계했듯이 21세기 과학자들도 자연과 생명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생물체 기능을 공학적으로 실현하는 생체공학(Bioengineering)이 그것이다.

 

다만 예전보다 더 세밀하고 첨단화하면서 응용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인체 동작에서 전기를 얻어내는 연구도 그중 하나다. 피부처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건축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있다.

 

◆ 인체에서 전기 생산

 

= 몸으로 전기를 만들어 저장했다가 지니고 다니는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는 없을까. 김용준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인체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 등을 전기로 만들어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 스마트 의류에 장착된 소형 전자기기를 작동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이 활용되면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전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등산복에 장착된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몸에서 에너지를 얻어 위치신호를 보냄으로써 구조요청을 할 수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소형 정보기술(IT) 기기는 따로 충전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미세 기계전자시스템(MEMS)을 전공하는 김 교수는 "인간 몸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면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를 실현할 수 있다"며 "고해상도 스크린으로 만든 안경, 바이오센서가 달린 속옷, 심장 박동을 자동으로 체크해주는 모니터링 칩 등 유비쿼터스 기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체 운동뿐만 아니라 체열과 진동에 따른 에너지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저장ㆍ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새처럼 움직이는 비행기 날개

 

나노 기술과 생체공학 등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새의 날개처럼 움직일 수 있는 비행기 날개 개발에 나섰다. 이 기술은 항공기 비행 능력과 안전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까치 날개 특성을 비행기 날개에 응용해보려는 연구도 눈에 띈다. 12년째 까치를 연구하고 있는 이상임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까치 날개 모양은 비슷하지만 깃털이 생태주기와 성별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갓 태어난 까치는 자기 영역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깃털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일단 자기 영역을 확보한 뒤에는 1㏊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단거리 비행만 하므로 그에 맞게 깃털 모양이 달라진다.

 

이 연구원은 날개 털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다양한 비행 상황에 적절하게 날개 모양을 바꾸는 비행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연구재단 모험연구사업 지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비행체 날개에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은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 주목하는 분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날개 면적이 50%로 줄었다가 늘어나는 등 변형이 가능한 비행기(모핑 항공기)를 개념화했다. `모핑 항공기`는 날개 각도를 변경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날개 모양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킬 수 있다. 양력을 많이 받을 때는 활짝 펼쳤다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면 독수리 날개처럼 구부려 추진력을 만든다. 비행기 날개 모양을 바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다.

 

또 나비 날개에서 초소형 카메라 셔터 기술의 답을 찾은 사례도 있다. 조영호 KAIST 바이오ㆍ뇌공학과 교수팀은 나비 날개를 본뜬 전자기력 플래핑(Flapping) 셔터를 개발했다. 초소형ㆍ저전력ㆍ고속 성능을 구현해 휴대폰 카메라에 적용할 수 있다. 나비는 작은 힘으로 큰 회전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관성을 줄이기 위해 최소 에너지로 빠르고 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조 교수팀은 이 같은 나비 날개 모양과 날갯짓 구동 원리를 셔터 블레이드에 응용했다.

 

◆ 피부 같은 건물벽

 

= 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미국 UC버클리 석좌교수(생명공학과)는 건축에 생체공학을 융합하는 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 교수는 건축 분야 전문가와 함께 `스스로 제어하는 건물 외벽` 개발에 나섰다. 땀 증발로 체온을 조절하는 땀샘구조를 건물 외벽에 적용해 온도 습도 바람 햇빛 등 환경에 반응하는 건물 `피부`를 개발하는 셈이다. 새로운 물질을 적용한 건물 표면은 뜨거워지면 스스로 바람을 통하게 하고 나쁜 공기는 알아서 걸러낸다. 습한 지역에서는 습기를 빼내고 건물 내 박테리아도 줄일 수 있다. 에너지는 태양 등 자연에서 얻어 외부에너지는 최소화한다. 윤헌주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정책관은 "미지의 질서와 원리에 따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생태계를 모티브로 삼는 생체공학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성공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실현되면 활용도가 높은 기초ㆍ원천기술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기사입력 2011.01.05 17:00:35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10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