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이가 코로나 상황 1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어" 전문가들 영국 정부에 경고
새 바이러스에 준하는 조치 필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없으면 현재 감염병 사태 종식이 1년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과학 고문들이 장관들에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 계획을 수립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상황을 1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의 출현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그룹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감염과 전염을 감소시키는 새 백신, 영국에 더 많은 백신 생산 시설의 설립, 변종들의 진화를 예측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과학계 인사들도 위기를 다시 한번 심화시킬 주요 위험 요소로 새로운 변종의 등장을 지목했다. SAGE 그룹의 일원이자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모델링 그룹 대표자인 그레이엄 메들리 런던 위생 열대 의학대학원 교수는 “변이 출현은 우리를 먼 길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 방역 기획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들리 교수는 "새로운 변이에 대한 대응 방식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변이에 대응할 백신은 비교적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의 면역력이 새 변종에 어느 정도 대응하느냐에 따라 1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코로나19 대응팀이자 정부의 과학적 팬데믹 인플루엔자 모델링(SPI-M)그룹의 일원인 마크 베글린 연구원은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큰 유행의 질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면역 탈출 특성을 보이는 변이의 유입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글린 연구원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과거의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얻은 모든 면역력을 완전히 회피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일부 면역은 최소한 사망이나 입원 같은 가장 심각한 결과에 대해 유지될 것이고 새 변이를 포함하도록 현재의 백신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글린 연구원은 "하지만 백신이 개선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코로나19 재확산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면 봉쇄 조치 같은 규제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새로운 제한의 수준은 정치적인 결정이 될 것이며 변이가 현재 개발된 백신을 얼마나 회피할 것인가에 비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전 수석 보조관인 도미니크 커밍스는 정부에 대해 “변이에서 벗어날 백신 비상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며 “의원들이 장관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비상 계획과 관련된 국가 위험 평가 발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최근 하루 확진자가 3만명 안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현황판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가장 최근 공식 통계가 보고된 14일 2만9226명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또 새로 9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영국은 7월 이후 하루 3만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와 100명 내외의 사망자가 매일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부터 백신 접종을 끝낸 18세 이하 청소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해도 격리하지 않는 추가 완화 조치가 시행된다. 접촉자들에게 대신 유전자증폭(PCR) 테스트를 받으라는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또 이번 주부터는 9월 개학을 앞둔 16~17세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 장관은 “십대들은 접종을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주사를 맞아 바이러스와 함께 안전하게 계속 살면서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제3당인 자유민주당 무니라 윌슨 의원은 "존슨 총리의 코로나 전략에 대한 신뢰와 지난 18개월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투명성만이 자율적 고립을 거부하고 규칙을 어기고 생명을 앗아가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 되찾을 방법 "이라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심리학과 스티븐 라이처 교수는 “장기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적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번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사회의 많은 결함이 드러났고 더 이상 그것을 모르는 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영국 공중보건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신속한 감시와 게놈 시퀀싱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대변인은 "백신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방어벽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며 “현재 새로운 백신의 진전을 추진하면서 50만 개 이상의 표본의 게놈 시퀀싱을 통해 변이체보다 앞서기 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2021.08.16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