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159년 만에 풀린 시조새 깃털 미스터리
최초의 깃털 화석, 시조새의 첫째날개덮깃으로 밝혀져
186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깃털 화석<사진>이 발견됐다. 석회암에 들어 있는 겉모습은 지금 하늘을 나는 어느 새가 떨어뜨린 것 같았지만, 나이는 무려 1억5000만년이나 됐다. 공룡시대에 살던 어느 동물에게서 떨어져 화석이 된 것이다.
미국 플로리대의 라이언 카니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독일의 깃털 화석은 모양이나 크기로 볼 때 같은 시기에 살았던 시조새(Archaeopteryx)의 날개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깃털 화석은 첫 발견 당시 인근에서 먼저 발굴된 시조새의 깃털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후 다른 깃털 달린 공룡에게서 나왔다는 반박이 계속 나왔다. 이번 연구는 159년 동안 이어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니 교수는 “159년간 깃털 회석이 시조새에게서 왔는지, 그렇다면 날개 어느 부분이고 색은 어땠는지 논란이 이어졌다”며 “오래된 화석, 문헌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1세기 넘게 이어온 미스터리를 마침내 풀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자현미경 통해 생전 색깔도 확인
시조새 화석은 1860년 독일의 한 의사가 바바리아 지역에서 처음 발굴했다. 팔 아래에 나있는 선명한 깃털 흔적과 날카로운 이빨이 나있는 부리는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전이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카니 교수 연구진은 깃털 화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늘날 조류와 함께 시조새 화석 13구와 비교했다.
깃털은 길이나 폭, 곡면 형태가 시조새 화석의 첫째날개덮깃 부분과 들어맞았다. 첫째날개덮깃은 첫째날개깃을 덮은 짧은 깃털로, 체온을 유지하고 공기가 날개 위로 미끄러지게 한다. 연구진은 깃털 화석이 발굴지 인근에서 나중에 새로 나온 시조새 화석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깃털의 생전 색깔도 확인했다. 깃털 화석에서는 멜라노좀 색소 분자가 수천개 발견됐다, 색소로 볼 때 생전 깃털은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물론 시조새의 나머지 깃털의 색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로 깃털 화석이 시조새에게서 나왔다는 주장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독일의 깃털 화석이 다른 공룡에게서 나왔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 홍콩대의 마이클 피트먼 교수는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깃털이 시조새의 어딘가에 들어맞는다고 해서 다른 공룡에게서 나온 깃털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새나 다른 공룡이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10.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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