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장기를 지닌 휴마이스 시대 열리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형질전환 쥐 대거 투입
지난 1년 동안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사태가 잇단 백신 개발로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 개발을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땀을 흘렸지만, 이들 외에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존재들이 있다. 바로 실험쥐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도 실험쥐들은 백신이나 신약 개발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기존의 실험쥐들과는 달리 사람의 세포가 이식된 형질전환 쥐들을 임상 시험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인간 세포 가진 형질전환 쥐로 코로나19 백신 연구
‘형질전환 쥐(transgenic mouse)’란 신약 성능 테스트 같은 의료용 목적을 위해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신체에 이식시킨 실험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인간 세포 수용체(hACE2)’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험쥐가 인간 세포를 갖고 있으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사람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이 줄어들면서 전신에서 열이 나고, 심하면 폐렴 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형질전환 쥐는 미 워싱턴의과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탄생되었다. 자연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쥐가 감염되지 않지만, 사람 세포를 갖고 있는 형질전환 쥐는 인간처럼 호흡기 관련 증상이 발생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쥐들은 코로나19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 워싱턴의대 측의 설명이다. 염증을 동반한 폐렴 증상을 보인다거나, 감염 기간 동안 체중이 10~15% 정도 줄어드는 것이 그런 설명이 사실임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렇게 일정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로 존재하던 실험쥐들은 약한 것은 죽고, 강한 것은 살아남아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이때 생긴 항체를 이용하여 사람에게 적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형질전환 쥐들을 미리 확보했던 중국의 셰허의학원 소속 연구진은 이들 쥐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을 때 나타나는 면역 반응을 모니터니링 하면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형질전환 쥐들이 코로나19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학계에 알려지면서 현재 실험쥐를 키우고 있는 시설들 중에서 형질전환 쥐를 사육하는 곳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형질전환 쥐를 구매하고 싶다는 주문 건이 폭주하고 있지만 제대로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쥐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쥐가 임상 시험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비하여 가장 효과적인 실험 대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약물을 선별하여 투입한 뒤, 반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이상이 발생할 시 다시 다른 약물을 투입하여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 원숭이나 개 같은 실험동물로는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순환 과정이 가장 빠른 쥐를 선택한 것이다.
사람의 장기 가진 쥐 탄생 예정
최근에는 사람의 장기를 배양하는 쥐도 만들어지고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런 쥐들을 ‘휴마이스(humice)’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을 뜻하는 ‘휴먼(human)’과 복수의 쥐를 뜻하는 ‘마이스(mice)’가 합쳐진 신조어다.
동물의 체내에서 사람의 장기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의 배아에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사람의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주입해야 한다. 이후 iPS가 배아 안에서 사람의 장기로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이 사람과 동물 세포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배아’를 다른 동물의 자궁에 다시 주입하여 사람의 장기를 몸에 지닌 새끼를 낳게 한다.
이 같은 혁신적인 시도는 일본 도쿄대 줄기세포연구소의 ‘나카우치 히로미쓰(Nakauchi Hiromitsu)’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담당하고 있다. 나카우치 교수와 연구진은 과거 실험용 쥐의 배아에 인간의 iPS를 주입하여 췌장을 배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한동안은 일본 정부 규제에 막혀 더 이상의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사람과 동물의 세포를 함께 배양하다 보면 사람의 뇌를 가진 이종간 동물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멈췄던 나가우치 교수의 연구는 사람의 뇌와 생식세포를 제외한 장기 부분만 동물 체내에서 생성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다시 진행될 수 있었다. 현재 나가우치 교수와 연구진은 2021년에 사람의 장기를 가진 휴마이스를 탄생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장기 이식 실험 대상으로 활용된 동물은 돼지였다.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한 돼지의 장기가 이식할 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의 생육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서 실험 결과를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쥐는 사람과 유전자가 99%가 같다는 점 외에도 체내 구조와 면역 체계 또한 비슷한 점이 많은 동물이다. 공교롭게도 쥐와 인간의 체온은 36.5℃로 똑같고, 한 세대의 수명도 2~3년 정도에 불과해 돼지보다 훨씬 짧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신약의 효능을 검증할 때, 대부분 쥐가 활용되는 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2020.12.3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