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구직으로 살아남기] 1화. 대학원 졸업 후 연구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특정 학문을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서, 실험하고 싶어서, 연구 직무를 직업으로 하고 싶어서 혹은 더 높은 학위를 갖고 싶어서 등등… 나 역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연구 직무를 직업으로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한 국내 제약사에의 학술 PV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나의 대학원 졸업 후 현재 회사에서 맡은 직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
나의 학부 전공은 화학이다. 졸업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고, 자연대학에 소속된 학문 분야인 만큼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친구들도 대다수 있었다. 나 역시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의 계획에 고민이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어렸을 때는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어찌 보면 정해진 루트대로 흘러간다. 성인이 된 이후 진짜 나의 인생을 나의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첫 번째 시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고민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나는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에는 내가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학부 전공 특성상 실험 과목이 전공 필수였기 때문에, 실험이 꽃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때마침 학부 4학년 때 졸업 요건으로 인턴 비슷하게 대학원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한 학기 정도 한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선배들의 모습과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실험실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연구직을 해서 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직은 최소 석사 이상의 학위는 있어야 하므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나의 대학원 생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어떤 전공, 어느 대학교, 어느 교수님의 실험실에 가야 할지 정해야 한다. 그 당시에 제약 업계에 관심이 생겨 학부와 동일한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대학원 진학을 약학과로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원 실험실에서는 저분자 화합물의 활성을 확인하는 세포 실험을 주로 진행하였고, western blot, PCR, WST assay 등등이 가장 루틴 하게 했던 실험이다. 그리고 쥐 실험도 조금 경험해 보았다.
[세포야 너는 왜 이렇게 자주 만나야 하니?]
세포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세포를 키워야 한다. 세포를 키우는 것을 cell culture라고 한다. 세포를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약 2~3일에 한 번씩 media change나 계대 배양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명절이나 휴가와 같이 3일 이상 긴 휴일이 있을 때 온전히 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학교와 본가가 지역이 달랐다. 그래서 휴일이 끝나는 마지막 날 기차를 타고 학교에 와서도 바로 기숙사로 들어가지 못하고, 늦은 밤에도 실험실에 가서 세포 상태를 확인하고 기숙사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긴 휴일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도 있긴 하다. Cell culture를 실험실의 다른 동료에게 부탁하거나, 키우던 세포를 모두 정리하는 방법이다. 실험실 사람 중 서로 시간이 맞으면 한 번은 내가, 다른 한 번은 네가 이런 식으로 서로의 cell culture를 해주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마다 하나의 cell line만 키우진 않기도 하고, 실험에 따라서 cell을 많이 키우는 경우에는 cell culture 시간만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건 흔한 일이다. (물론 세포 관리할 게 많으면 누군가에게 맡기진 않고 본인이 하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본인이 키우는 cell의 상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본인이 관리하는 게 가장 베스트이다.
또 다른 방법인 세포를 모두 정리하는 방법은 말 그대로 키우던 세포를 모두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뒤 돌아와서 세포를 새로 푸는 것이다. 세포는 계대 배양할수록 나이를 하나씩 먹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한 세포를 너무 오래 키우기보다는 한 번씩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긴 휴일인 겸 세포를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닌 것이, 새로운 세포를 풀고 바로 실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풀고 나서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태에서 실험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두 번 정도 계대 배양하고 실험을 진행한다. 따라서 세포마다 다르겠지만 최소 일주일 이상은 실험을 할 수가 없다.
동물 실험을 하는 경우라면, 잠깐 경험해 보았지만, 먹이, 물, 배설물, 톱밥 관리를 해주어야 하므로 더 자주 신경 써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실험은 왜 안 되는 걸까]
실험 결과는 항상 원했던 결과대로 나오지 않는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결과가 왜 나왔고,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정말로 그 결과가 맞는지 재현을 봐야 한다. 또한, 앞으로 어떤 실험이 필요할지 계획도 세워야 한다. 실험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답은 없고 내가 그 답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그동안 알 수 없는 답에 많은 좌절도 있었고, 속상했던 시간도 많았다.
[석사 졸업 후 비연구직을 선택하게 된 이유]
이러한 시간이 지나 여느 대학원생과 같이 인터넷에 떠도는 대학원 관련 밈이 공감돼서 웃픈(웃기고 슬픈)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졸업이라는 시기가 다가오고 졸업 심사와 논문을 잘 마무리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의 기쁨과 함께 박사 과정 진학 혹은 취업 준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나는 박사 진학에 대한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엔 고민 없이 취업 준비 모드로 바로 돌입했다. 약학과 전공인만큼 제약회사를 목표로 하였고, 그다음에 어떤 직무를 할 것인지를 정해야 했다. 학부 졸업 때 생각했던 바와 같이 연구직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선택은 달랐다. 직접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연구직은 하는 일이 대학원 생활과 비슷하다고 한다. 연구직을 한다면 실험실에서 했던 실험을 계속해서 업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직무가 나에게 더 잘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비연구직을 우선으로 취업 준비를 했다. 실험하지 않는 지금, 가끔 실험했던 시절이 새록새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직무에 잘 만족하고 지내고 있다. 물론 일을 하면서 실험했던 경험이 큰 도움과 양분이 되고 있다.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다른 화에서 차차 소개해 보도록 하고, 나의 대학원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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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대리) 등록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