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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 오염의 게임 체인저 등장

산포로 2020. 12. 4. 13:37

비소 오염의 게임 체인저 등장
[금요 포커스] 식물 조직에 결합하는 나노 바이오닉 광학 센서 개발


비소는 권력 다툼으로 인한 독살 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악명 높은 독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서태후에 의해 네 살 때 청나라 11대 황제로 즉위한 광서제다. 죽은 지 약 100년 후에 그의 유해를 조사한 결과 정상인보다 4000배 이상 높은 비소 성분이 검출되었던 것.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 백색의 비소는 인체 내에서 쉽게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광서제도 체내에 조금씩 축적된 비소로 인해 서서히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비소가 함유된 맥주를 먹고 6000명이 중독돼 그중 7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 결과 맥주의 발효 원료인 포도당의 제조 과정에 사용된 황산에 비소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살아 있는 식물의 비소 흡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나노 바이오닉 센서는 식물 내 비소 수치를 휴대용 전자 장치에 보고한다. ©Dr. Tedrick Thomas Salim Lew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비소 집단중독 사건은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의 약 89%가 우물이나 시냇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3000명 이상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물 생활권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인 비소는 토양과 지하수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때문에 양배추, 당근, 셀러리, 옥수수, 오이, 고추, 시금치 같은 농작물은 물론이고 우리의 주식인 쌀에서도 고농도의 비소가 발견되곤 한다. 쌀에 함유된 비소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인원은 연간 약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 있는 식물 기반의 센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점점 상승하는 미래 기후를 상정한 온실 실험을 진행한 결과, 2100년에는 쌀의 비소 함량이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나는 반면 쌀 생산량은 4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광 및 제련 같은 인위적 활동으로 인해 토양의 비소 수치가 상승하면 엄청난 농작물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인간이 비소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장마비, 당뇨병, 선천성 기형, 피부병, 심혈관질환, 폐암 등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농업과 환경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비소 수준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비소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정기적인 현장 샘플링, 식물 조직 분해, 질량 분석을 사용한 추출 및 분석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광범위한 시료 처리가 필요하며 값비싼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공학적으로 설계된 나노 바이오닉 광학 센서를 결합한 살아 있는 식물 기반의 센서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연구 기업인 싱가포르-MIT 연구 및 기술연합(SMART)의 학제간 연구그룹인 DiSTAP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이 나노 센서는 0.2ppm의 낮은 비소 수준까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이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비소 검출기로 변환


비소 오염 정도를 살아 있는 야생형 식물로 감지할 있는 이 획기적인 방식은 재료 분야의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비소 검출용 식물 나노 바이오닉 센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비소 검출 시 형광 강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 새로운 광학 나노 센서는 식물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고 식물 조직에 내장돼 토양에서 식물이 흡수하는 비소의 내부 역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광학 나노 센서를 통합시키면 살아 있는 식물이 자연환경에서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비소 검출기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측정된 비소 수치는 저렴한 휴대용 전자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쌀, 시금치를 비롯해 비소를 과도 축적할 수 있는 프테리스 크레티카(Pteris cretica)라는 양치식물을 이용해 0.2ppm이라는 매우 낮은 농도의 비소까지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새로운 나노 센서는 다른 식물 종에도 통합될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비소에 대한 살아 있는 식물 기반 센서의 첫 번째 성공적인 시연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MIT의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는 “심각한 환경오염 물질이자 잠재적인 공중보건 위협요소인 비소를 감지할 수 있는 나노 바이오닉 센서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발전”이라며 “기존의 비소 검출 방법에 비해 수많은 장점을 가진 이 새로운 센서는 정확하고 배포하기도 쉬우므로 비소 오염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2020.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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