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형 당뇨' 잡을 단서 찾았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뇨 진단 환자 중 절반 이상(53.2%)이 비만이다. 특히, 비만은 20~30대 젊은 당뇨 환자 급증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엔도트로핀은 비만과 당뇨 간의 연결고리로 알려진 물질이다. 그런데 이 엔도트로핀의 분비를 억제 할 수 있는 유전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당뇨를 비롯한 비만 연관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단서를 제시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UNIST 생명과학과 박지영 교수팀은 ‘마이크로리보핵산-29’(miRNA-29)라는 유전물질이 엔도트로핀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유전물질이 엔도트로핀을 콜라겐으로부터 분리해내는 효소의 합성을 막는 원리다.
엔도트로핀은 세포를 둘러싼 제6형 콜라겐에서 잘려져 나온 신호전달물질이다. 지방세포 주변 환경을 변화 시켜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을 딱딱하게(섬유화) 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당뇨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가 지난 2012년 최초로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박 교수팀은 일반인과 비만인의 지방조직을 대조 분석해 엔도트로핀을 분리해내는 단백 분해 효소(MMPs)를 찾아내고, miRNA-29로 이 단백 분해 효소 합성 자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또 HIF1a 단백질이 해당 단백 분해 효소와 제6형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엔도트로핀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로 처음 밝혀졌다. HIF1a는 암처럼 세포가 과다 증식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일 때 합성되는 전사인자 단백질이다.
miRNA-29를 고지방식을 먹여 살찌운 쥐의 지방조직에 투여하자 대조군 쥐에 비해 세포의 염증, 섬유화, 인슐린 저항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지방조직에서 HIF1a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도록 유전자 변형된 쥐에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 실험결과는 HIF1a 억제제를 miRNA-29와 병용 투여하면 세포 독성은 억제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HIF1a 단백질을 표적 하는 약물 치료방식은 세포 독성 때문에 고용량 처방이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같은 전략은 비만 연관 당뇨치료 뿐만 아니라, 엔도트로핀의 생성이 크게 증가한 상태인 간 섬유화, 간암, 유방암 등 다양한 염증성, 섬유화 질환의 치료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 의료기술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선도연구센터 (SRC), 기초연구(중견)지원사업 및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R&D 사업지원으로 수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당뇨병의 생리학, 병태생리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당뇨’(Diabetes)에 2월 15일 (화) 온라인 선공개 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박지영 교수팀은 이 결과를 기반으로 엔도트로핀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명: MicroRNA-29 Ameliorates Fibro-Inflammation and Insulin Resistance in HIF1α-Deficient Obese Adipose Tissue by Inhibiting Endotrophin Generation(diabetesjournals.org)
연구 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많은 연구에서 비만 내 관찰되는 지방조직의 과도한 팽창과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1) 리모델링은 저산소 미세환경을 만들고 만성적 저산소 미세환경은 지방조직 내 섬유화, 염증반응, 전신 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병리학적 변화를 야기함을 밝혔다. 그러나 저산소 미세환경 내에서 다음과 같은 병리학적 변화를 어떻게 야기하는 지에 관한 작용 기전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저산소 미세 환경과의 비만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는 엔도트로핀(Endotrophin)2)이 생성 기작과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엔도트로핀을 분리해해는 단백 분해 효소를 찾아냈다. 또 이 단백 분해 효소를 합성을 억제하는 유전물질을 활용해 동물 실험에서 섬유-염증 반응 줄고 인슐린 감수성이 개선됨을 확인했다.
한편, 엔도트로핀은 제6형 콜라겐에서 유래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으로서 2012년 처음 발굴됐다. 당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niversity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이 단백질을 발굴한 박지영 UNIST 교수는 비만과 암의 연결고리로 엔도트로핀을 제시했다. 지방세포에서 늘어난 엔도트로핀은 지방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염증화), 굳어가는 현상(섬유화)를 촉진하면서 당뇨의 원인이 된다. 비만인 당뇨환자의 지방세포 섬유화는 질병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박 교수의 연구로 201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2. 연구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 내 지방조직에서 저산소증이 유도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엔도트로핀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지를 최초로 규명했다.
비만 지방조직 내 저산소증-유래 HIF1a3) 단백질은 ① 지방세포 내 제6형 콜라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② 지방세포 및 기질세포 (Stromal cell)4) 내 단백분해효소(MMP, Matrix metalloproteinase)의 발현을 증가시켜 제6형 콜라겐을 잘라 엔도트로핀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③ 비만 지방조직 내 섬유-염증을 일으켜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정상인과 비만환자군의 지방조직을 비교분석해 miRNA-295)의 발현도가 비만 지방조직에서 감소해있음을 밝혀내었다. miRNA-29는 제6형 콜라겐을 잘라내 엔도트로핀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단백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miRNA다. miRNA는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들을 타겟하여 해당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유전물질이다.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동물실험을 이를 통해 HIF1a 결핍 비만 지방조직 내 miRNA-29를 처리함으로 써 저산소증에 의한 엔도트로핀 생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섬유-염증 반응을 감소시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내 지방조직에서 저산소증-연관 miRNA-29 신호전달이 잠재적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HIF1a-표적 치료와 병행한다면 엔도트로핀 생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하여 지방조직 내 섬유-염증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엔도트로핀은 비만 연관 당뇨 및 암 질환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본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HIF1a-표적 약물과 조직 특이적으로 조절되는 miRNA를 함께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지방 조직 뿐만 아니라 엔도트로핀의 생성이 많이 일어나는 다양한 암조직 및 섬유화 조건 내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의학약학 UNIST (20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