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저 / 김명남 역, 김영사>
현재 83세로,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의 진화 생물학, 동물학자로써 여러 책을 저서하고 있는 작가이다. 저서는 1976 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출간하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실제 그 책에서 meme [1] 이라는 단어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역시나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신의 존재에 대한 고찰이 빠질 수 없듯이, 그가 출간한 책들 곳곳에 신과 종교에 대한 의견이 다수 실려 있다. 그 의 책 중 판매량 1위를 한 ‘만들어진 신’을 읽어보면 그의 확실한 입장을 더 알 수 있다. 어찌 됐든, 그는 우리 생물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신이 아닌, 생물학적 관점인 진화에서 찾은 듯하다. 본 책은 총 13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론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부터 기본적 생물학, 유전자학 그리고 지리적 설명까지 아울러 결국 우리가 왜 지금 이 시간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진화가 왜 그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침묵과 느린 시간
한 동식물이 유전적인 진화를 거쳐 표현형까지 나타나게 됨, 곧 진화 과정을 인간이 왜 입증하기 어려운가 하니 그것은 인간이 가지고 이는 시간 때문일 것이다. 본 책에서는 인간이 생물진화를 연구할 때 마치 살인 사건이 난 현장에 도착한 형사의 비유를 많이 쓰고 있다. 말은 즉 슨, 우리는 이미 진화과정을 거쳐온 동식물들을 거꾸로 추측하여 즉, Chronological dating(연대측정)을 통해 진화과정을 입증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 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나무의 나이테 연대 측정이다. 간단히 보면, 나이테를 세어 나이를 알고 나이테의 넓이를 측정하여 나무가 성장한 상태 즉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나무의 연륜을 추측한다. 나이테는 세포분열에 의해 일어나는데 봄부터 여름까지는 세포분열이 활발하며, 따라서 세포벽이 두껍지 않으며 수분이 많아 세포의 부피가 크고 색이 연한 반면 추운 곳에서는 성장속도가 더뎌 세포벽이 두껍고 따라서 조직이 더 치밀하고 색이 더 짙다. 이렇게 사계절이 뚜렷해야만 두 사이클이 번갈아 일어나며 나이테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dendrochronology,연륜연대학에서는 서로 다른 나무들을 비교하여 표준나이테 그래프를 만들어 유물들의 연대, 기후를 가늠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샘플링의 수를 늘려 비교대조 하는 crossdating 이라는 기법을 함께 사용한다.

그럼 1. 나이테 연륜연대법, crossing dating (이미지 출처: 나이테연구센터, https://www.dendro.kr/blank-1)

그림 2. 수소의 동위원소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방법으로는, 방사능시계가 있다.
동위원소란, 원자의 전자와 양성자수가 같으나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이다. 동위원소는 안정 동위원소와 에너지를 분출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자연적으로 붕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는데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동위원소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다만 각 원소마다 가지고 있는 모양과 질량에 의해 분자의 진동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광학적 특성을 가져 반감기가 다르게 된다. 생물계에서 가장 흔한 원자는 탄소로 예를 들면, 탄소12와 13은 안정 동위원소이고탄소-14 가 방사능시계로 흔히 쓰인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6천년이고, 칼륨40 는 12억 6천만 년이다. 특히 칼륨-40은 붕괴하면서 주기율 표에서 한 단계 낮은 아르곤 원소, 아르곤-40와 한 단계 높은 칼슘-40으로 붕괴하기 때문에 칼륨/아르곤 시계 [2]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존재하는 아르곤-40의 양과 칼륨-40양과 반감기인 12억 6천만 년을 가지고 시간을 측정 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화석들은 보통 화강암에서 발견되지 않고 여러 유기물들이 층층이 쌓여 생긴 석회암, 사암 같은 퇴적암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이런 경우, 층층마다 가지고 있는 시간들이 다르게 초기화 되기때문에 화강암같이 나이를 추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근에서 발견된 화강암의 나이를 분석하여 화석들의 나이를 추측한다.
마지막으로 탄소연대측정이다. 앞전에서 이야기 했듯이 탄소는 생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소이며,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14로 존재 한다. 탄소14는 생명체가 죽는 동시 반감기 5-6천년을 가지며 천천히 질소14으로 붕괴한다. 따라서 탄소14와 질소14의 비율을 측정하여 시간을 추측할 수 있다.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탄소12 와 탄소14로 결국 남게 되며 이 비율을 측정해서도 시간을 추측하기도 한다.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5장에서는 1988년 리처드 렌스키가 진행한 대장균의 진화 실험을 예로 들으며 한 실험실 플라스크 안에서 일어났던 진화연구를 소개하였다. 본 실험은 20년 넘게 장기적으로 대장균의 45000 세대를 거듭하며 유전형과 표현형 조사를 하였다. 박테리아의 장점은 무성생식을 통해 세대 기간이 짧으며 원하는 시간에 샘플링을 하여 냉동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냉동화석기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진화를 기록할 수 있다. 실험 시작으로 열두 개의 플라스크에 동일한 대장균들을 각각 포도당이 함유된 배지에 배양하였고 매일 1%의 개체군의 새로운 배지로 옮겨 배양하였다. 총 7000 이상의 플라스크가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대장균 63000 세대가 사용되었으며 매 500 세대(75일) 마다 fossil record 를 진행한 이 실험에서는, 대장균의 환경에 따른 여러 가지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게 발견한 적응은 fitness이다. 20000 세대까지 초기 박테리아의 번식속도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 밀도가 높아지면 번식속도가 현저히 저하되었다. 초기 증가한 번식속도는 조상보다 70% 이상 증가하였고 이를 통해 power law model [3]을 제시하여 적응하는 능력이 증가할 수 있는 속도는 상한이 없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또, 플라스크를 옮길 때마다 박테리아는 포도당이 풍부하게 있는 환경에서 번식하다가, 세대가 넘어갈수록 포도당이 다시 부족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박테리아의 수보다 사이즈가 현저하게 커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런 사이즈의 커짐은 다른 형태의 진화적 압력에서도 발견되었는데, Ara- 와 + 군 [4]을 비교해 보았을 때 이와 같은 사이즈가 달라지는 표현형이 나타났으며 유전적으로는 59개의 유전자에 발현이 다르게 조절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3. 렌스키 실험 진행도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 몸에 쓰인 역사
점점 과학의 고도화로 인해 진화 연구에서도 분자생물학적인 접근을 통해 증명하는 시도가 이제는 평범한 시대가 되었다 (본 책 10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따라서 각 생물체의 지놈을 읽어 서로 다른 종간의 유전자 비교, 분석이 가능하면서 생물체의 유사성 등 여러 추측과 관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곤충과 사람은 hox genes, 혹스유전자 [5]를 공유하고있다. 발생학 적으로, 곤충의 분할과 척추동물의 분할은 매우 독립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분류학상 서로 다른 문에 속하는 이 두 생물체의 발생 분할은 같은 유전자인 혹스 유전자들로부터 동일하게 조절된다는 것을 밝혀 내었고, 심지어 유전자들이 존재하는 배열 순서나 염색체도 보존되어 있다.

그림 4. 노랑초파리의 호메오박스 (혹스) 유전자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그래서 이것이 왜 중요할까? 진화라는 이 현상을 연대상 거꾸로 생각해보면 혹스 유전자의 예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기본 현상을 보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환경에 따라 어떠한 기능은 퇴화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암흑 속에서만 사는 동굴 도롱뇽은 자연적으로 피부색소를 발현하지 않고 눈이 퇴화된 생물이다. 이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이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생각해 볼 때 보호기능을 가진 피부색과 눈을 가지는 것은 발생학적으로 에너지 차원에서 낭비인 것이 맞는 듯하다. 특히, 눈의 발생은 굉장히 에너지 소모가 큰 과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의 결과물인 것이다.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일어나며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사실상 생물학상 불리(fatal)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는 무작위의 돌연변이 중 아주 작은 확률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며, 그것이 환경에 유리할 경우 자연선택으로 살아남아 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굴 도룡뇽에게 눈의 퇴화라는 발생학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난 이 생물체는 사실상 평범한 관점으로 보았을 때 자연선택으로 소멸했어야 하지만 환경 정황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림 5. Axolotls과 olms동물 도롱뇽, 흔히 하얀색 또는 옅은 핑크색을 띠며, 눈의 발생이 되지 않는다. 왼쪽 Axolotls는 눈의 자취는 있으나 보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이 동물들은 팔다리가 잘려도 금방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eyewire.org/axolotl-vs-olm-salamander-battle/)
특히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여러 예들을 공부해 가며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을 때 실제 과학에 대한 혹은 책 자체에 대한 블로그들보다 일명 창조과학이라 하는 분야에서 본 연구를 언급한 사이트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과학과 신의 영역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그냥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연과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주면서 열린 토론을 하는 그날 이 왔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1] Meme : 밈은 복제된 것이라는 그리스 단어 'mimema'에서 나온 'mimeme'을, 유전자(gene)와 유사한 한 음절 단어로 만들어서 '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밈(meme)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이자 대중문화의 일부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2] 이 칼륨/아르곤 시계는 지질학자들에게 많이 쓰이며 화성암의 나이를 추측할 때 흔히 쓰인다. 예를 들어 마그마가 식어 막 형성된 화성암이라면 칼륨-40만 존재하고 아르곤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다.
[3] Sustained fitness gains and variability in fitness trajectories in the long-term evolution experiment with Escherichia coli, RE Lenski et al, 2015, Royal Society
[4] 총 열두개의 개체군에서 여섯 개의 군은 아라비노스를 대사 할 수 없는 군 즉, Ara- 그리고 대사 하는 군 Ara+ 로 표기한다. 이 대장균들을 arabinose 와 색깔을 내는 배지를 함유한 플레이트에 배양 할 경우 Ara- 군들은 빨간색 콜로니를 형성하고 Ara+ 군들은 하얀색 콜로니를 형성한다.
[5] 혹스유전자 호메오박스를 가지고 있는 전사 유전자로 동물의 머리-꼬리 축을 따라 배아의 신체구조 영역을 지정하는 관련 유전자 그룹이다. 초파리의 혹스 유전자는 다리,더듬이, 날개에 해당하는 영역을 지정하고 척추동물의 혹스 유전자는 척추의 유형과 모양을 지정한다. 여기서 척추가 우리의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관할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초파리와 척추동물의 혹스 유전자의 발현이 위치를 지정하는 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혹스 유전자는 말미잘 같은 자포동물에서도 발견되었으며 따라서 이 유전자는 약 5 억 5천만년전에 발생했다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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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옐로우펜(필명) 등록일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