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부정? No. 긍정? Yes!] 인터벌 트레이닝

산포로 2024. 1. 2. 09:55

[부정? No. 긍정? Yes!] 인터벌 트레이닝

 

 

6-1. 

 

발표는 언제나 무섭다.
발표가 예정되어 있을 때면, 발표가 정해진 그날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무겁다. 발표 전 피피티를 제작하고, 발표할 내용을 적어가며 대본을 짜고,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 들어가 수십 번의 연습을 한다. 예상 질문을 적고 그에 대한 답변을 미리 만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심장 박동이 크고 빠르다. 얼굴은 목까지 새빨개지고 목소리는 염소처럼 떨린다.

 

마이크를 잡고 당당하게 발표하려고 해도 떨리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면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목소리가 더 떨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떨고 있는 나를 속으로 비웃고 있지는 않을까? ‘발표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표력도 중요한 평가 대상일 텐데,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 시작하면 전달해야 할 내용을 새하얗게 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발표 좀 멋지게 해보고 싶었다. 발표 잘하는 법을 다룬 각종 서적들을 찾아 읽어보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은 각종 비결을 찾아 적용해 보고 전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스피치 학원에 등록해 발표 연습을 해본 적도 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6-2. 

 

출산 후 급격한 체중 증가와 건강 상태의 악화로 힘들었을 때, 헬스 PT를 추천받았었다. 총 20회의 수업을 등록하고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매일 2시간씩 했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인터벌 트레이닝이었다. 자전거를 타며 속도를 조절하는 훈련 방법이었는데 3분은 평소 빠르기로 달리다가, 2분간 트레이너 선생님이 세워준 기준 속도보다 더 빠르게 힘껏 달리고, 다시 3분을 평소 빠르기로 달리고, 다시 2분간 매우 세게 달리는 것을 4회 반복하는 것이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날이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유난히 힘든 운동이라, 인터벌 트레이닝이 예정된 날은 무단으로 결석하고 싶을 정도로 운동하러 헬스장에 가기 싫었다. 지루한 반복, 혹독한(?) 운동과 식단 조절이 계속되었다. 

 

약속을 잘 지키는지 확인받기 위해 매주 금요일 오전마다 인바디 측정을 해야 했는데, 인바디 측정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전긍긍하느라 목요일부터 스트레스였다. 열심히 노력한 것이 결국 성과를 보였고, 체지방도 감소하고 근력도 높이고 체력도 회복하였다. 

 

한창 운동하던 시기에 갑자기 발표 하나를 맡은 적 있었다. 근데 이게 웬걸? 이상하리만치 전혀 떨리지 않았다. 너무 이상했다. 갑자기 내가 발표를 잘하게 된 걸까?

 

6-3. 

 

20회의 헬스 PT가 끝났다. 이만하면 혼자 운동해도 계획적으로 잘할 것 같았다. 운동을 조금 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발표를 맡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원래의 발표 못 하던 나(?)로 돌아와 있었다.

 

궁금했다. 어떻게 그땐 떨지 않았던 걸까? 운동의 영향인 것 같았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가설 1)
계속된 운동으로 체지방이 빠지고 근력도 올라가고, 몸의 라인도 예뻐졌었다. 이 시기에는 백화점에 가서 옷을 입어볼 때 예전의 나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훨씬 좋았다. 자신감이 생겨 당당해진 마음 덕분에 발표력이 올라갔을 것이다. 

 

(가설 2)
체력이 올라가 감정의 역치가 상승하다 보니,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 덜 반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발표를 앞두고 떠오르는 여러 가지 걱정의 감정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가설 3)
운동, 특히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는 경험을 주기적으로 하다 보니 웬만한 상황에서는 심장이 두근대지 않게 단련이 되어버린 것도 같았다.

 

(가설 4)
업무량은 비슷한데 시간을 내어 운동해야 하다 보니, 걱정 등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니 웬만한 것들은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운동이 발표력에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았다. 정말 운동의 효과인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발표가 예정된 날에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학교 헬스장으로 가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다.전문가 선생님의 지도 하에 운동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발표할 때 덜 떨리는 걸 알 수 있었다.

 

6-4. 

 

발표할 땐 왜 떨리는 걸까?
청중 중에 나보다 훨씬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내 발표를 듣고 속으로 비웃거나 혹은 태클을 걸까 봐 걱정되는 것일까? 발표하는 내 모습을 남들이 나쁘게 평가할까 봐 걱정돼서일까? 발표 시 문장력이나 전달법 등에 자신이 없어서일까?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어쩔까 걱정돼서일까? 발표할 때 보이는 내 모습이 우스워 보이진 않을까 걱정돼서일까?

 

사실 발표를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자리보다는, 정말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 의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니 걱정을 하질 말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그냥 솔직하게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인정하면 된다. 사실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청중의 절반 이상은 내 발표를 제대로 안 들을 가능성이 크다.

 

어찌 되었든, 내가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극복하고 싶었던 것을 어느 정도 해결할 방법 하나를 알게 되었으니 습관적으로 운동하고 신체를 단련하며 마음 또한 단단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BRIC(ibric.org)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필명)) 등록일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