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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No. 긍정? Yes!] 기다림

산포로 2024. 1. 15. 10:48

 

 

8-1.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 약속이 있어,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약속 시각 20분 즈음 전에 도착하려 하는데, 급한 메시지가 왔다. 교통상황 때문에 30분가량 늦을 것 같다고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였다. 대신 맛있는 점심을 사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오히려 기뻤다. 50분 정도의 자유 시간이 생긴 셈이었다. 무얼 할까? 기쁜 고민이 시작되었다. 곧장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근처 가게에 들어갔다. 반짝이는 액세서리와 예쁜 문구 용품 등을 구경하고, 베스트셀러 책들을 모아둔 진열대를 구경하다 보니 50분이 5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아예 책 하나를 사 읽으며 내 시간을 즐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생길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오히려 헉헉거리며 달려온 친구가 걱정되었다.  약속한 시각을 지키지 못하고 늦는 것에 발을 동동거리며 얼마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왔을까? 어차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늦어졌고, 그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으니 좋았고, 곧 좋아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음에 기뻤다.

 

8-2. 

 

친구가 괜찮은 남자가 있다며 소개팅을 주선해 주었었다. 약속 시각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갑자기 상대방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죄송한데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식사 장소에 먼저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식사 말고도 맛있는 디저트도 주문할 수 있었다.

 

따뜻한 바닐라 라테 한 잔을 먼저 주문하고 곧바로 다운로드하여 놓은 전자책을 켰다. 한창 읽고 있던 책이 있었는데 짬 내어 읽을 시간이 생겨 좋았다. 하루에 30분 이상은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지만, 계획대로 잘 되질 않았는데, 시간의 여유가 생겨 계획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중해서 책을 읽다 보니 금세 상대방이 도착했다. 첫 만남부터 늦은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기색이었으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어야 했는데 마침 읽을 시간이 생긴 것뿐이고, 마냥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아닌 생산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에 뿌듯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나의 대답이 상대방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 소거해 줄 수 있다면 좋고, 혹시라도 소개팅 이후의 만남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이후의 만남까진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나쁘진 않은 사람이었다 정도 선에서라도 평가된다면 소개팅을 주선해 준 친구의 면목을 어느 정도는 세워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단것을 먼저 먹어 자극되어 그런지 그날의 저녁은 유난히 맛있었고, 그 짧은 시간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은 웬일인지 더욱 기억에 남았다.

 

8-3. 

 

외부 강의 의뢰가 들어온 적 있었다. 2개의 반에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앞반은 오전, 뒷반은 늦은 오후여서 약 3시간의 간격이 있었다. 수업 시간을 조정해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3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시간 죽이기밖에는 안 될 것 같았다. 

 

근처 헬스장을 검색했다. 한 달에 5만 원, 하루 이용료는 1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운동복과 수건도 제공하고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강의장에서 차로 이동하면 5분, 왔다 갔다 해도 10분이면 충분한 가까운 거리였다.

 

어차피 운동화는 항상 자동차 트렁크에 있으니, 보디샴푸와 양말, 이어폰 정도만 챙겨두면 될 일이었다.  곧바로 보디샴푸와 칫솔 세트 등 세면도구를 챙겨 트렁크에 놓아두었다. 이어폰은 항상 충전하여 손가방에 넣어두니 걱정 없었다.  여분의 양말까지 몇 개를 챙겨 작은 가방에 넣고 조수석에 놓아두었다. 

 

매주 수요일 외부 강의를 나가는 날에는 항상 속옷과 양말을 챙긴다.  오전에 앞반 수업을 마치고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간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약 1시간 정도 운동한 뒤, 개운하게 샤워하고 강의장으로 돌아오면 너무나 상쾌하다. 남는 시간 동안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 먹고 다운로드한 전자책을 몇 장 읽으면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운동, 독서 등 나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연구실에 매일 앉아있어도 여러 서류 작업을 마치고, 손님들을 응대하다 보면 어느새 시곗바늘은 6을 훨씬 넘겨버린다. 

 

바쁜 와중에 의뢰 들어온 외부 강의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고, 앞반과 뒷반 사이의 시간 간격이 넓은 것에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나를 위해 온전하게 쓸 수 있는 생산적인 시간이 되다 보니 이제는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8-4. 

 

같은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유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혹은 어떻게든 보내야 하는 시간이 그냥 죽은 시간이 될 수도, 또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전자는 부정적인 기운을 끌어온다면, 후자는 긍정적인 기운을 끌어올 것이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바라보면 부정적이다가도, 또 다르게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변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해야겠다. 그게 내가 행복해지는 길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행복한 만큼 내 주위의 사람들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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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필명)) 등록일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