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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나방’ 왜 화려한가

산포로 2008. 9. 12. 13:10

봄철 나방’ 왜 화려한가 

 


맛이 없게 보여 새들의 먹잇감서 벗어나

‘여름 나방’은 청각 발달… 박쥐공격 피해

 

나방이 천적을 피하기 위해 몸 색깔을 변화시키거나 초음파 감지능력을 발달시키는 등 다양한 방어전략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 마리 니덤 박사와 덴마크 서던덴마크대 존 랫클리프 박사 공동연구팀은 나방이 계절이나 시간대의 변화에 따라 새나 박쥐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캐나다 온타리오에 사는 나방 26종이 천적에게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조사했다.

 

봄에 활동하는 나방은 몸 색깔이 화려했다. 봄에는 나방을 잡아먹는 새가 많다. 연구팀은 나방의 화려한 색이 새에게 맛이 없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여름에는 박쥐의 위협이 커진다. 이 때문에 여름철 나방은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게 진화했다.

 

또 낮에 주로 활동하는 나방은 몸 색깔로, 밤에 활동하는 나방은 초음파로 천적을 피했다. 나방이 천적의 활동 유형에 따라 방어전략을 다양하게 선택한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 제임스 윈드밀 박사팀은 박쥐의 초음파를 감지하는 나방의 청각세포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박쥐가 나방을 잡아먹으려고 접근하면서 초음파의 세기와 속도가 증가할 때 나방 청각세포의 반응도 함께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바이올로지 온라인’에 실렸다.

 

원래 나방은 청각세포가 2∼4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박쥐가 초음파의 세기나 속도를 바꾸면 제대로 감지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윈드밀 박사는 “박쥐는 초음파를 다양한 형태로 발사하는 방향으로, 나방은 이에 대응해 청각세포의 민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며 “천적과 먹이가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共進化)’의 한 가지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f=k_s&n=200809120030&main=1

 

* [뉴 테크놀로지] 곤충은 '신약의 보고<寶庫>'

딱정벌레 애벌레=패혈증 예방, 매미 허물=심장병 치료

무당거미 효소=피부 각질 제거
사람의 100배에 달하는 병원균 감지능력 이용
감염 확인 진단 키트 개발
 
동화를 보면 마법사는 커다란 솥에 온갖 곤충을 집어넣어 어떤 병도 낫게 하는 신비의 약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마법사는 딱정벌레 애벌레와 매미 허물에서 패혈증을 예방하고 심장병을 치료하는 약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무당거미의 효소를 이용한 피부 각질 제거 화장품도 나왔다. 곤충이 신약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애벌레로 세균 감염 감지

 

곤충과 같은 무척추동물은 사람과 달리 몸 안에서 면역 기능을 하는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 면역력이 없는 만큼 세균과 곰팡이가 침입하면 그 즉시 죽여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병원균 감지 능력이 사람보다 100배 이상 발달돼 있다. 구더기가 더러운 곳에서도 멀쩡하게 잘 자라는 것도 그 덕분이다.

 

1996년 프랑스 과학자들은 초파리에서 병원균 감지 단백질인 '톨(Toll)'을 발견했다. 곰팡이에 감염되면 정상적인 초파리는 아무 문제없이 자라지만 Toll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한 초파리는 곰팡이에 뒤덮여 죽었다. Toll 단백질은 곰팡이의 침입을 감지해 항균 물질을 분비한다. 이를테면 정찰병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이용해 세균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이 부산대 이복률 교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2년 전부터 비슷한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사는 딱정벌레인 갈색거저리 애벌레에서 멜라닌(melanin) 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아 냈다. 멜라닌은 파리를 달라붙게 해 죽이는 끈끈이처럼 세균과 곰팡이에 달라붙어 꼼짝 못하게 해 죽이는 물질이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세균 감염 신호를 증폭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유한양행은 이 단백질로 패혈증을 일으키는 혈소판 세균 감염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최근 멜라닌 합성이 SPH1과 SPE라는 단백질 효소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혀 냈다. 멜라닌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곤충을 죽일 수도 있다. 이 효소들은 무척추동물의 체내에서 멜라닌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생화학 분자 생물 학회지' 12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진단 키트가 개발됐지만 어떤 단백질이 세균 감지 신호를 증폭시키는지 몰라 그냥 누에의 몸에서 추출한 체액을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세균 감지 단백질만 골라내 사용하므로 훨씬 정확하게 감염 여부를 진달할 수 있다"며 "패혈증뿐 아니라 학교나 군대처럼 단체 급식을 하는 곳에서 식중독균을 감지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병 치료하는 매미 허물

 

세계미래학회가 2005년 발표한 20년 후의 '10대 미래 기술'에는 '곤충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생명 공학 기술 중에서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누에. 혈당강하물질,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피브로인 BF-7, 항생 펩타이드 등 신약 후보 물질이 누에를 이용해 개발됐다.

국내에서 곤충이 주목받은 것은 1999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가 무당거미의 뱃속에 사는 미생물에서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아라자임(Arazyme)'을 추출하면서다. 이 효소는 무당거미가 잡은 곤충의 단단한 껍질을 녹일 때 사용된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아라자임 상용화를 위한 바이오 기업을 만들어 피부 각질을 없애주는 화장품 등을 개발해냈다.

 

박 박사는 요즘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곤충에서 치료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선퇴(蟬退)로 불리는 매미의 허물. 한방에서는 태열 등 아이들의 두드러기에 선퇴를 써왔다. 박 박사는 "제주산 말매미 허물에서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지혈증 치료 물질을 분리해냈다"며 "동물 실험을 마치고 사람 대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8.09.11 03:5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10/20080910017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