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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동물 식품' 논란

산포로 2008. 5. 20. 20:25

'복제동물 식품' 논란
"안전하고 대량생산" 이점 "윤리적으로 문제" 반대도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가 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가운데, 복제동물의 살코기와 젖을 놓고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6년간 복제동물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FDA 홈페이지(www.fda.gov/cvm/CloneRiskAssessment)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이 보고서에는 복제된 소, 돼지, 염소의 젖과 살코기가 보통 가축의 식품과 똑같이 안전하다는 결론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07년 미국 지앙종 양 교수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월호에 발표한 논문 내용과 비슷하다. 그는 복제된 동물과 보통 동물의 살코기와 젖의 화학적 특성을 비교한 결과 어떠한 차이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복제동물의 식품은 1997년 '네이처' 2월 23일자 표지에 복제양 돌리의 모습이 소개된 것이 계기가 되어 쟁점으로 떠올랐다. 돌리는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복제에 성공한 동물이다. 복제양 돌리의 출현으로 특정 동물을 무제한으로 복제하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최상 품질의 살코기와 젖을 갖춘 가축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복제동물 식품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복제동물의 살코기와 젖에는 콜레스테롤이 비교적 적게 함유되어 있어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인 심장병과 동맥경화증을 유발할 확률이 낮아진다. 또한 인체에 좋은 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복제는 다른 이점도 있다. 가령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프리온(prion)이 제거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소를 복제한다면 쇠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동물 식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내놓는 증거는 실제 소비 사례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1500마리의 소가 수정란 핵 이식 기술로 복제되었는데, 대부분 도살되어 식용으로 팔렸다. 30만㎏ 살코기와 200만L의 우유가 판매되었지만 소비자로부터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처럼 복제동물 식품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자료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국제식품정보회의'(IFI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대부분이 복제동물로부터 나온 식품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소비자 조합'(Consumers Unio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89%가 복제동물 식품에 표시를 해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복제동물의 식품을 가려내는 방법이 마땅찮기 때문에 표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모임 못지않게 복제동물 식품에 비판적인 집단은 동물 복지 운동가들이다. 지난 1월 '과학과 신기술의 윤리에 대한 유럽 그룹'(EGE)은 식품 공급을 위해 동물을 복제하는 처사는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복제 과정에서 복제되는 동물과 그 대리모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등 건강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복제된 동물 태아의 5% 미만이 살아서 태어나고, 이 중에서 20% 정도는 생후 24시간을 견뎌내지 못하며, 젖을 떼기 전에 추가로 15%가 죽는다. 게다가 복제동물 중에는 뇌와 다리는 물론 간장과 생식기관이 기형인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 4월 26일자는 2007년 세계 전체 복제동물의 수는 소 4000마리와 돼지 1500마리 등 5500마리라고 보도했다. 미국에는 소 570마리, 염소 20마리, 돼지 8마리를 합쳐 600마리가 있고 나머지는 유럽, 일본, 중국에 퍼져있다. 복제동물 식품이 안전성 문제를 뛰어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입력 : 2008.05.16 13:47 / 수정 : 2008.05.17 18: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6/20080516007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