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믿는다? No! 믿는 대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 측두엽 전압 관측결과 네이처에 발표
서양속담에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이 말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2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치료 목적으로 측두엽에 작은 전극을 삽입한 환자 12명에게 네 가지 이미지가 겹쳐진 그림을 보여준 뒤 이들에게 어떤 이미지가 가장 뚜렷이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자들의 의도나 생각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HMI, human machine interface)를 이용해 실험자들의 측두엽 전압 변화를 측정했다. 그림을 접한 뒤 처음 1초 동안 실험자들의 측두엽에서는 공통적으로 전기신호가 스파크 모양으로 여러 개 관측됐다. 이는 환자들이 그림에서 한 개 이상의 이미지를 읽어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험자들에게 한 가지 특정 이미지를 볼 것을 주문하자 전기신호의 개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신호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다른 신호의 세기는 약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짙어졌다.
연구를 이끈 모란 서프 캘리포니아공대 박사는 “이는 실험자들이 처음 그림을 봤을 때와 달리 한 가지 이미지를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의도나 생각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서프 박사는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HMI를 이용해 인간이 여러 감각 정보 중에서 의도한 정보만 뽑아내는 생각의 과정을 눈으로 관찰했다”며 “계획을 세우거나 착각을 하는 등의 인간의 여러 가지 사고 과정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혜 기자 yhlee@donga.com 2010년 10월 27일
http://news.dongascience.com/HTML/News/2010/10/27/20101027200002210468/2010102720000221046801080000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