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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 다수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너무 빨리 해제하면서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국장은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너무 이르게 해제하면서 18개국에서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7일간 이들 지역에서 510만명이 신규 감염됐으며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눈에 띄게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그리스, 키프로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의 면역 지속 효과가 감소하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파율,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패스 등과 같은 방역 조치 완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급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WHO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월 말 정점에서 급격히 떨어졌지만 3월 초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부분 방역 조치가 해제됐고 감염자수가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9일까지 최근 7일간 100만명당 감염자수가 하루 평균 2619명으로 코로나19 감염사태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지만 20일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오스트라아도 지난주 한주간 100만명당 감염자수가 하루 평균 4985명으로 급증하자 수요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대다수의 방역조치가 해제된 프랑스도 지난주 100만명당 감염자수가 1331명으로 집계됐다. 인은 3월 5일 774명에서 약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신규 감염자수가 3월 말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지난주 7일간 하루 평균 감염자수는 100만명당 1156명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영국도 2월 말 하루 평균 감염자수가 100만명당 398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주말 1189명으로 뛰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자수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대다수 국가가 방역조치 완화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역조치 완화 움직임과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지난주 국내 감염 중 41.4%를 차지했다. 한달 전인 2월 4주만 해도 10.3%에 그쳤지만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스텔스 오미크론 영향으로 현재의 유행 정점이 길어질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오미크론 유행이 지난 뒤 스텔스 오미크론 재유행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현재 오미크론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 변이의 점유율이 바뀌며 유행 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2022.03.23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