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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이후에 발생하는 변이는 오미크론에 비해 독성이 크고 더 많은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이후 나타날 변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코로나19 백신패스를 없앤 영국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격리 의무 규정과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도 없애기로 했다. 사실상 팬데믹 기간 동안 적용해 왔던 기본적인 방역 조치들을 대부분 없애는 셈이다.
영국 당국 집계에 따르면 이달 8일(현지시간)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만6183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4일 21만8724명에 달했지만 이달 6일 5만7337명으로 줄었다.
독일도 오는 16일 총리 주재 연방정부와 16개 주총리 회의에서 전국적으로 상점 출입시 백신패스를 제시하는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자와 완치자만 출입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없애고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제한도 푼다는 것이다. 상점 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는 기본이다.
독일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9일(현지시간) 기준 독일의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확진자는 1451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도 9일 기준 23만4250명으로 1주 전보다 2만5752명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독일은 백신패스 제시 의무를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스웨덴은 지난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제한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광범위한 진단검사도 중단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비용과 진담 검사의 적절성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유럽 대다수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의 방역조치 해제 움직임이다. 식당과 행사 인원 제한은 물론 술집과 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도 해제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웨덴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5만389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해 방역조치 해제를 거론한 당일 직전인 이달 8일 기준 1만8126명으로 줄었다.
독일과 인접한 폴란드와 체코도 코로나19 방역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내달에는 완전히 해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폴란드는 1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가구구성원을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3월에 완전 해제 계획을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크리스 휘티·패트릭 발랜스 영국 정부 코로나19 수석 자문위원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결정을 뒷받침할 증거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학자인 마크 울하우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코로나19 변이가 독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광범위한 가설을 받아들이면서 위험이 야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의 계통과 델타 변이의 계통은 완전히 다르다”며 “이처럼 새로운 변이는 어느 계통에서 변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성이 얼마나 높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러스학자인 로렌스 영 영국 워릭대 교수는 “코로나19 변이가 알파에서 베타, 베타에서 델타,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선형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델타 변이보다 훨씬 병원성이 높은 변이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나바로 세계보건기구(WHO) 특사도 오미크론 변이 이후 변이가 어떤 특성을 지닐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변이는 다른 양상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한 계획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영국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마스크 의무화, 백신패스에 이어 확진자들의 자가격리도 폐지하는 방역조치 해제 조치를 내놓자 불거졌다. 특히 혈액암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방역조치 해제에 대한 공개 설명을 요구하면서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가운데 20명 중 1명이 혈액암 환자였다. 혈액암 환자들은 면역체계가 약화돼 백신 접종으로 인한 보호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방역조치 해제 결정에서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암 환자 단체들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인지 의문”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2022.02.1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