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실 분?] 1) 기본적인 사항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융합의과학부 조교수 김광은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대학원생이나 회사의 연구 초년생들에게 필요한 발표 방법, 자료 작성법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발표를 앞둔 입문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자신감을 키우고 긴장을 푸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발표를 하게 되었다면, 갑옷을 입으세요. 무슨 뜻이냐면, 어떤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 착장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생각보다 옷차림에 따라 발표자의 자신감과 신뢰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이크가 있다면 최대한 자주 사용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강의실에 보통 구즈넥 마이크나 핸드 마이크가 있을 텐데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해 보세요. 막상 큰 자리에 가서 이런 마이크 별로 안 써봤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긴장이 확 됩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면 20분 정도 먼저 가서 테스트를 해봐도 좋습니다. 종종 발표자가 스크린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릴 때 마이크와 멀어지면서 소리가 잡히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정작 중요한 내용은 들리지 않으니, 마이크를 입에 잘 대고 사용하세요.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할 때, 발표자가 긴장하면 흔들리거나 빙빙 돌리는 일이 생깁니다. 흔들리는 불빛을 보면 더 긴장됩니다. 생각보다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마우스를 사용하세요. 파워포인트에서 포인터 옵션-레이저 포인트로 사용해도 되고, 마우스로 슬라이드를 넘겨야 하면 그냥 커서 상태로 써도 됩니다. 레이저 포인터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레이저를 쓸 때만 두 손으로 사용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파워포인트의 발표자 노트 기능 좋지만… 못 쓰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믿지 마세요. 작은 강의실에서는 듀얼 화면을 제공하지 않아서 발표자 노트만 믿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입문자의 경우에는 간단한 인쇄본이나 큐카드를 참고해도 이해해 줍니다. 오히려 달달 외워서 하는 것보다 긴장도 덜 되고 청중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다만 핸드폰 보면서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요새는 뉴스에 나오는 기자들도 핸드폰 보면서 내용을 전달하지만 그건 현장에 프린터나 프롬프터가 없기 때문이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발표는 관련 자료를 출력해 오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어른을 만날지 모릅니다.
입문자분들의 발표 후에는 다양한 코멘트나 질문이 나올 것입니다. 발표하느라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내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훅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메모할 수 있는 작은 노트와 펜을 준비해 두시면 좋습니다(어떤 어른: 핸드폰 안 됩니다). 키워드만 적어도 마음이 안정되고, 발표가 끝난 후에도 떠올리면서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추후에 관련 내용을 발표 자료에 업데이트해놓으면 같은 질문은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입니다.
질문 시간이 가장 무서운 시간입니다. 다양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실 텐데,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 두시기를 바랍니다. 예컨대 알기는 아는데 기억은 잘 안 날 때 “네, 확실하지 않아서 발표 끝나고 바로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날카로운 지적을 당했을 때는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제가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앞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두 개만 알고 있어도 크게 당황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기초적인 지적 사항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발표 중 내용과 상관없이 여러 딴지가 걸릴 수 있는데 발표의 흐름이 중단되어 발표자와 청중 모두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매끄러운 발표를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설명하지 않을 내용은 넣지 마세요. 슬라이드에 넣었으면 설명하세요. 어떤 분들은 자신의 공부량을 보여주려고 많은 내용을 넣는데 정작 잘 설명하지도 않고 넘어갑니다. 사실 입문자분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해도를 뛰어넘는 내용을 넣었다가 잘못 꼬투리 잡으면 괴롭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학교나 소속 마크는 공식적인 이미지 파일을 사용하세요. 변형되어있거나 저화질의 경우, 마치 옷에 뭐가 묻은 것처럼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CI라고도 하는데, 홍보팀에 문의하면 다양한 형태의 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폰트도 웬만하면 기본 폰트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폰트 설치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고, 어떤 컴퓨터에서는 윈도우 버전이 너무 낮아서 폰트가 호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슬라이드의 제목이나 맨 아랫줄에는 핵심 메시지를 문장형으로 적으세요. 단순히 단백질 이름, Introduction 이렇게 쓰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 보는 청중은 결론을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FGF1은 당 대사와 관련이 있다”라고 적어두면 청중도 이해하기 쉽고 발표자도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이미지 캡처를 할 때는 화면 전체 크기 정도로 최대한 확대해서 캡처해야 깨지지 않습니다. 노트북이나 패드 등 작은 화면에서 볼 때는 크게 차이 안 날 수도 있지만 프로젝터로 보면 민망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워포인트에 이미지로 넣었을 때 슬라이드에 꽉 찬다면 충분한 해상도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이지만 사진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보기가 좋습니다. 임의로 가로, 세로 비율을 변경하면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발표 중 지칭할 때는 대명사를 최소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signaling pathway 설명할 때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다 보면 얘가 얘를 건드려서 쟤가 어쩌고~로 설명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정확한 단백질의 이름(EGFR, STAT 등)과 반응명(인산화, 전사조절 등)을 사용하셔야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입니다.
앞에서 인쇄본이나 큐카드를 참고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고 읽으면서 발표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선 처리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집니다. 쉬운 방법은, 두 문장 정도 읽고 청중을 보세요. 눈을 바라보면 가장 좋지만, 아직 좀 무섭다면 이마나 코를 봐도 괜찮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어디를 봐도 티가 잘 안 납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구실 내 미팅인 저널 클럽과 랩미팅 발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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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광은) 등록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