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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키메라의 시대가 올까?

산포로 2023. 11. 22. 09:35

반인반수 키메라의 시대가 올까?

 

날개가 달린 말이나 사자와 같이 서로 다른 동물의 몸을 합체해 놓은 ‘상상 속 동물’들을 우리는 이야기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종종 접한다. 이들을 키메라라고도 부르는데 그리스 신화의 ‘키메라’에서 따온 것이다. 몸은 사자인데 등 위로 불을 뿜는 염소가 솟아있고 꼬리에는 뱀의 머리가 달린 괴물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키메라’. 그리스 신화 속 키메라는 몸은 사자인데 등 위로 불을 뿜는 염소가 솟아있고, 꼬리에는 뱀의 머리가 달린 괴물이다. ⓒ gettyimages

 

괴물 키메라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생명체는 몸의 일부를 떼어다 붙이면 풀로 종이가 붙듯이 이리저리 붙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로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었을 때 다시 붙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로 다른 신체 부위를 조각처럼 붙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서로 다른 종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을 해 수정이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사자와 호랑이의 교배와 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그런데 종이 다른 ‘종 간의 교배’는 자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더러 새끼가 태어나더라도 번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종은 면역이나 대사의 체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잡종의 경우 생물학적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쉽다.

 

인간의 장기와 인간의 뇌

 

그런데 이 키메라의 원리는 현재 과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간의 장기’를 가진 돼지를 만들어 이를 이식에 사용한다거나, ‘인간의 뇌’를 가진 쥐를 만들어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을 이해하는 모델로 사용한다거나 하는 일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장기’와 ‘인간의 뇌’는 돼지나 쥐와 같은 다른 동물의 유전체에 인간의 유전자가 짜깁기된 상태에서 돼지의 몸속에 인간의 신장이 만들어지고, 쥐의 머릿속에 인간의 뇌가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이것이 이론상으로 가능한 이유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Cas-9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체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인데, 이를 이용해 특정 부위를 삭제할 수도 있고, 또는 잘라낸 부위에 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넣을 수도 있다. 이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유전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는 식으로 쓰일 수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CRISPR-Cas9 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체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잘라낸 부위를 삭제하거나 다른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 gettyimages

 

또, 이것을 돼지의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에 적용해 신장을 만드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고, 인간의 전분화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와 결합시켜, 잘린 부위에 인간의 유전자가 대신 들어가 발현되도록 하면 인간의 신장을 가진 장기가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는 그냥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발생하는 면역 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훨씬 줄여준다. 특히, 환자 개인의 세포에서 채취한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사용하면 환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론은 그런데, 아직 이 기술들은 개발단계에 있다. 장기이식을 목적으로 인간의 장기를 다른 종에서 키우는 것은 비교적 개발이 진행된 상황이지만, 실험 모델용으로 인간과 결합한 키메라를 만드는 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인간의 뇌를 다루는 연구는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원숭이 키메라

 

최근 <셀>지에 실린 논문은 이 기술이 한발 더 앞으로 나갔다는 것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 연구진은 게잡이원숭이(이하 원숭이)의 난자를 이용해 원숭이와 원숭이를 결합한 키메라를 만들었다.

 

먼저, 일주일 된 원숭이의 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채취해 형광 녹색을 띠도록 유전자조작을 하고, 이것을 다른 난자에 삽입해 형광 녹색을 띠는 새로운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배아들은 40마리의 대리모 원숭이들에게 이식이 되었는데, 이중 12마리의 대리모만이 임신에 성공했고, 그중 한 마리만이 키메라 원숭이를 낳는 데 성공했다. 같은 종끼리의 키메라를 만드는 것도 실험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하게 한다.

 

연구진은 태어난 키메라 원숭이에서 뇌, 폐, 심장 등 26개 종류의 세포를 조사한 결과 대략 67%가 유전자조작을 해 결합시킨 배아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영장류에서 한 키메라 연구로서 가장 성공적인 실험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태어난 유일한 키메라 원숭이는 저체온증과 호흡 문제 등의 심각한 건강 이상을 보여 태어난 지 10일 만에 안락사되었다. 이 같은 연구가 동반하는 윤리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유전자가위 기술과 줄기세포와 배아를 키우는 환경과 조건 등이 최적화될수록 키메라 기술의 완성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생리병리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한소정 객원기자저작권자 2023.11.21 ⓒ ScienceTimes(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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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사이언스타임즈) 등록일202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