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기술] CRISPR/Cas-9의 탄생 배경과 적용 (2)
- 2세대 유전자 가위 – ZFN (Zinc Finger Nuclease)
SUMMARY
지난번 연재에서는 CRISPR/Cas-9에 대한 간략한 개요와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의 개발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한효소는 유전공학/생명공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였으며 그 독보적 지위는 약 40년간 유지되었다. 제한효소 다음으로 개발된 유전자 가위는 ZFN(Zinc Finger Nuclease)이다. 필자는 이 유전자 가위를 제한효소에 이어 2세대로 분류하였다. 기존 제한효소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특정 유전자 시퀀스를 좀더 정밀하게 선택적으로 잘라낼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한효소와 다른 세대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그 개발 과정을 보면 그 성과만큼이나 존경스러운 연구자들의 여러 연구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있었다. 이번 연재에서는 ZFN이 개발되는데 밑거름이 되었던 연구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마치 손가락처럼 생긴 Zinc Finger 단백질의 발견
ZFN의 역사는 1985년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그 맥을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 (Xenopus laevis)의 난자를 연구하던 영국 연구팀은 난자에 들어 있는 5S RNA 전사에 필요한 40kDa 짜리 단백질을 하나 찾아낸다. 이 연구팀은 그 당시 연구수준으로 쉽지 않았을 연구를 거듭하며 분리된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이 단백질이 고유 구조를 유지하는데 아연(Zn)이 필요하며 약 3kDa 짜리 단백질이 기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또 아미노산 서열 분석을 통해 이 단백질이 이미 1980년에 확인된 Transcription factor IIIA 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Miller, McLachlan et al. 1985).
Figure 1. 1985년 밀러 등이 발견한 Zinc Finger 단백질. C는 Cystein을, H는 Histidine 아미노산을 의미하는데 이 아미노산들이 아연(Zn)과 결합하고 있으며 마치 손가락처럼 보이는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남을 밝혔다 (자료 출처 : (Miller, McLachlan et al. 1985))
그런데 이러한 세가지 연구성과보다 더 중요하고 통찰력 있는 성과는 이들 단백질이 DNA에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영국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 성과가 약 10년 뒤, 혁신적인 형태의 유전자 가위의 핵심적인 구성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것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Figure 2. Transcription factor IIIA가 DNA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모식도. DNA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 ZFN이라는 걸출한 유전자 가위 탄생의 시작이었다 (자료 출처 : (Miller, McLachlan et al. 1985)).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988년, 이번에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 존홉킨스 대학교 화학과에서 Zinc Finger 관련 9개 단백질, 47개 시퀀스 분석을 통해 Zinc Finger 단백질의 시퀀스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Berg 1988). 여러 개 단백질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Zinc Finger 단백질은 다음과 같은 시퀀스 특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Figure 3. Zinc Finger 단백질 시퀀스 Cystein loop와 Histidine loop는 나중에 아연(Zn)과 결합하는 부분이고 Zinc Finger tip은 손가락 모양에서 끝부분이 될 부분이다. Xaa는 어떤 아미노산도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바꾸면 특정 DNA와 결합을 시킬 수 있다 (Figure 1, Figure 2 참조).
Zinc Finger 단백질이 DNA와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알게 되다
Zinc Finger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시퀀스를 분석해보니 Cystein loop와 Histidine loop는 나중에 아연(Zn)과 결합하는 부분이고 Zinc Finger tip은 손가락 모양에서 끝부분이 될 부분이었다 (Figure 1, Figure 2 참조). Xaa 자리에는 어떤 아미노산도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이 부분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특정 DNA와 결합을 시킬 수도 있겠다고 존홉킨스대학 연구진들은 생각했던 것 같다. 근거로는 존 홉킨스 대학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이 논문의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기 때문이다.
“Zinc Finger 단백질의 구조 자체에 변화를 주거나 손가락 모양의 단백질들 사이의 연결부위 (linker)의 간격을 조절하면 Zinc Finger 단백질과 DNA 사이의 상호작용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Zinc Finger 단백질 구조 변화가 DNA 시퀀스를 인지하는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이 십여 년 뒤에 나올 ZFN이라는 유전자 가위에서 유전자를 인지하는 도메인이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것이다.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인지하는 도메인에 영향을 주었던 이 놀라운 아이디어는 이렇듯 1988년에 이미 먼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이 도메인에 제한효소가 연결되기만 하면 ZFN이 만들어질 참이었다. 그러나 유전자 인지 도메인과 연결될 제한효소 관련 연구성과가 세상에 나오는 데에는 또 6~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ZFN의 초기 모델 : Ubx homeodomain과 FokI의 키메라 제한효소
1994년 2월, 존홉킨스대학교 공중보건대학 환경보건과학부 (Department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Hygiene and Public) 소속 연구자들이 논문을 한편 발표한다. 제 1저자는 누가 봐도 한국인 이름인 김양균 (Kim and Chandrasegaran 1994). 이 연구자들은 초파리 유래 Ubx homeodomain에 FokI 제한효소를 연결하여 키메라 제한효소를 만들었다. Ubx homeodomain은 특정 DNA에 결합하는 능력 (Figure 4 참조)이 있었기 때문에 Ubx homeodomain을 DNA와 선택적으로 결합시킨 다음 FokI의 유전자 절개 도메인으로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도록 하는 설계였다. 이미 이 연구팀은 ZFN의 제한효소 파트인 FokI 제한 효소에 대해서 선행연구를 진행했던 터라 FokI 제한효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에 나온 유전자 가위 초기 프로토타입 모델인 키메라 제한효소는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FokI이라는 제한효소 기능에 다른 DNA 결합 단백질을 연결하여 충분히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대단한 연구성과였다.
Figure 4. Ubx homeodomain이 DNA에 결합하는 모식도 (자료 출처 : (Passner, Ryoo et al. 1999)).
같은 해인 1994년 12월, 같은 대학, 같은 실험실, 같은 저자에 의해서 10개월 전보다 더 진보된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성과가 발표되었다 (Kim, Li et al. 1994). 이 논문은 FokI 제한효소와 다른 단백질을 연결하는 경우에 대비한 키메라 제한효소 구조에 대한 정밀 연구였는데 큰 가치를 가진 부분이라 논문의 초록 부분을 일부 인용한다.
“우리는 이미 앞서서 FokI 제한효소가 두 개의 단백질 도메인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한 개의 도메인은 DNA를 인지하여 DNA와 결합하는 부분이고 또 다른 도메인은 제한효소로서의 기능으로 DNA를 잘라내는 부분입니다. 이 두 부위가 링커(linker)라고 하는 부분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두 개의 도메인 사이를 연결하는 링커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4, 8, 12, 18, 19, 23개의 아미노산을 추가로 연결한 FokI 과 4,7 아미노산이 제거된 FokI을 각각 비교해 보았습니다. …(중략)…. 연결하는 링커에서 4개의 아미노산을 제거했더니 특이도가 감소하였고, 7개를 제거했더니 제한효소로써의 기능을 잃어버린 반면 원래 링커 길이보다 더 늘리는 경우 FokI의 활성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Figure 5 참조)“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연구가 중요했던 이유는 유전자 가위를 만듦에 있어서 DNA를 인지하는 부위와 제한효소 부위를 연결시 DNA 인지 부위가 커질 경우에도 유전자 가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런 기초 연구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내용은 그대로 특허로 제출되었다 (Chandrasegaran 1996). 이로써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데 필요했던 필수적인 연구가 한 가지 더 완료되었다. 1985년부터 1996년 까지 ZFN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약 10년 동안 영국과 미국의 많은 과학자에 의해 연구결과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러한 연구성과 덕분에 이제 드디어 ZFN이 세상에 나오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다음 연재에서는 드디어 ZFN 탄생과 그 탄생을 위해 존홉킨스 대학에서 연구에 몰입하여 ZFN 탄생에 크게 기여했던 한 한국인 과학자, 그 이후 상용화 과정에서 ZFN의 가치를 알아본 한 미국인 경영자의 특허 유치와 관련된 결정, 그리고 ZFN이 차세대 유전자가위에 미친 영향 등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다음 연재에서 계속)
EPILOGUE
과학사에서 큰 연구성과들이 대부분 그렇듯, 놀라운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선행연구가 쌓여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큰 업적이 한번에 이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생물학/바이오 분야에서 특허나 사업적인 부분보다는 놀라운 연구성과가 가능했던 배경 및 역사적 사실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연구과정의 배경과 역사적 사실을 찾다 보면 훌륭한 논문을 많이 읽게 되는데 순수하게 연구에 몰입했던 과학자들의 논문들을 읽어보면 그들의 논문은 단순 과학적 결과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들의 논문에는 연구에 대한 고민이 아이디어의 형태로 드러나 있으며 연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그 시대에 하기 어려운 실험의 형태로 녹아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성과가 과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기술한 미래 전망과 겸손한 기대, 그러한 것들이 논문에 고스라니 녹아 있기 때문에 좋은 논문을 보면 꼭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필자는 그 감동을 연구자 분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연구성과를 소개함에 있어 사실 관계, 단순 연구성과의 나열 보다는 다른 연구에 미친 영향, 이 세상에 미친 영향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집필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참고문헌
Berg, J. M. (1988). "Proposed structure for the zinc-binding domains from transcription factor IIIA and related protei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85(1): 99-102.
Chandrasegaran, S. (1996). Insertion and deletion mutants of FokI restriction endonuclease, Google Patents.
Kim, Y.-G. and S. Chandrasegaran (1994). "Chimeric restriction endonucleas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1(3): 883-887.
Kim, Y.-G., L. Li and S. Chandrasegaran (1994). "Insertion and deletion mutants of FokI restriction endonuclease."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69(50): 31978-31982.
Miller, J., A. McLachlan and A. Klug (1985). "Repetitive zinc-binding domains in the protein transcription factor IIIA from Xenopus oocytes." The EMBO journal 4(6): 1609.
Passner, J. M., H. D. Ryoo, L. Shen, R. S. Mann and A. K. Aggarwal (1999). "Structure of a DNA-bound Ultrabithorax–Extradenticle homeodomain complex." Nature 397(6721): 714-719.
땡칠이닥터(필명)
수의학박사, 주요 연구분야는 바이러스 유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이종이식 동물개발, 2016년부터 뜻한 바가 있어 어려운 바이오, 산업동물, 수의학 관련 학술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만들어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땡칠이닥터(필명) (2016-03-28 13:15)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0828&Page=1&PARA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