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DNA 분석에서 밝혀진, 불가사의한 중국 미라의 정체
중국의 타림분지에서 발견된 '놀랍도록 완벽하게 보존된 4,000년 된 미라 13구(具)'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서양에서 기술을 전래한 이주민'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더하여, 그들은 유전적으로 고립되었음에도 문화적으로는 코스모폴리탄이었다.
20세기 초 중국 북서부에서 유럽의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된 이후, ‘타림분지((塔里木盆地) 미라들’은 미스터리로 여겨져 왔다. 그들은 큰 키에 양털로 만든 중절모와 가죽 부츠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금발이었는데, 이 모든 것은 이역(異域)에서 온 이방인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서, "미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그들은 그 지역에 깊이 뿌리박은 지역민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보고되었다. 사실, 그들은 마지막 빙하기(the last ice age) 이후 유라시아에서 사라진 고(古)부족—오늘날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원주민 부족의 조상—의 잔류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미라들이 아시아의 지역민들이었다니, 그야말로 환상적이다"라고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스코틀랜드계 고고학자인 앨리슨 베츠는 논평했다. "신에게 맹세코, 그중 한 명은 골격 구조로 보아 내 할머니처럼 보인다. 양모로 만든 레깅스를 착용한 다리 하며, 파란색과 주황색이 어우러진 랩(여성이 장식 및 보온용으로 어깨에 두르는 천) 하며, 어그 부츠 같은 장화 하며 ..."
인류학자들은 '타림분지 미라들'에 대해 많은 이론을 제시해 왔다. 그중 하나는, 러시아 흑해 지역의 초원(Pontic-Caspian Steppe)에 살던 얌나야(Yamnaya)와 아파나시에보(Afanasievo) 유목민의 후손이라는 거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키가 특출하게 컸고, 양모로 짠 옷을 입었으며, '소(牛) 중심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선(wooden boat)에서 발견된 미라들은 소가죽으로 덮여 있었고, '뿔 달린 소'의 두개골로 치장되어 있었다.] 또 하나의 가설은, 박트리아(Bactria)의 '사막의 오아시스'—농경 및 관개 시스템의 유사성에 기반할 때,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해 온 농부들의 후손이라는 거였다. 두 가지 가설 모두, 그들이 토카라어(Tocharian)—지금은 사라진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를 그 지역에 전달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중국 지린대학교(吉林大学)의 추이인추(崔银秋, 분자인류학)는 다국적 연구팀을 꾸려, 타림분지의 유적지(Xiaohe, Gumugou)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라 13구(4.1ka ~ 3.7Ka)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정충원 교수(집단유전학)는 그들의 DNA를 이웃의 준가얼분지(准噶尔盆地)에서 발견된 5명의 DNA(5 ~ 4.8Ka), 그리고 (그 지역의 선사시대 부족에 대한 최초의 유전체 연구에서 다룬) 고대 및 현생 유라시아인들의 DNA와 비교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타림분지 미라들은 고대북유라시아인(Ancient North Eurasians)이라는 유전집단(genetic group)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북유라시아인들은 한때 널리 퍼졌던 수렵채집인이지만, 마지막 빙하기 말에 이르러 크게 쇠퇴했다. "고대북유라시아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초기 청동기시대에 타림분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전혀 뜻밖이다"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오늘날 고대북유라시아인들의 흔적은 현생인류의 유전체에 '아주 조금' 남아 있으며,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유전체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미라들의 유전적 유사성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연구팀은 10월 27일 《Nature》에 실린 논문(참고 2)에서 말했다. "400킬로미터 떨어진 타림분지의 양쪽 끝에 살았던 개인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DNA는 마치 형제자매의 DNA만큼이나 유사했다." 인근의 계곡으로 이주해 온 유목민들과도 결혼하지 않았던 토착민들이었음에도, 그들은 문화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그들은 이미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채용하고 있었다. 양모로 짠 옷을 입었고, 관개 시스템을 건설했고, 타지(他地)의 밀과 수수를 재배했고, 양과 염소를 방목했을 뿐만 아니라 소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었다.
"청동기시대의 타림분지 주민들은 유전적으로 고립되어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놀랍도록 코스모폴리탄적이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하버드 대학교와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워리너(분자고고학)는 말했다.
"'유전자나 언어가 확산되기 전에, 새로운 사상·기술·문화가 상이한 문화 사이에서 확산되었다'는 증거를 보니, 정말로 흥분된다"라고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의 마이클 프라체티(고고학)는 논평했다. "방대한 교역망(vast trade network)은 사막에 고립된 타림분지 주민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던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872-1 (https://media.nature.com/original/magazine-assets/d41586-021-02872-1/d41586-021-02872-1.pdf)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4052-7
※ 출처
1. 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https://www.mpg.de/17737592/1022-evan-origins-of-the-tarim-basin-mummies-150495-x
2. Science New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western-china-s-mysterious-mummies-were-local-descendants-ice-age-ancestor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