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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 유대류(marsupial) 탄생

산포로 2021. 7. 28. 10:29

[바이오토픽]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 유대류(marsupial) 탄생

 

Genetically engineered opossums: Genome editing targeting a gene responsible for making body pigments resulted in an albino offspring. / ⓒ RIKEN

일본 이화학연구소(理化学研究所)─리켄(理研)─산하 생명기능과학연구센터(生命機能科学研究センタ)의 연구팀은 CRISPR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의 유전자 변형 유대류(genetically modified marsupial)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Current Biology》에 실린 이번 연구(참고 1)는 유대류에서만 관찰되는 독특한 형질의 유전적 배경을 해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변형 동물, 특히 생쥐와 시궁쥐는 생물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특정한 유전자의 통상적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종종 해당 유전자를 침묵시킨다. 그런데 유대류는 독특한 형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대류를 연구하려면 그들을 대표하는 동물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까지 최선의 옵션은, 모든 유대류의 조상으로 간주되는 주머니쥐(opossum)다. 주머니쥐는 유대류 중에서 전장유전체가 시퀀싱된 최초의 동물로, 크기와 번식특성이 생쥐나 시궁쥐와 비슷하기 때문에 양호한 동물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유대류와 마찬가지로, 주머니쥐는 (다른 포유류에서 발견되지 않는) 다양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기능적 태반(functional placenta) 없이 발생하며, 새끼들은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그러나 다른 비유대 포유동물과 달리), 그들은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피부암에 걸릴 수 있다. 또한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척수가 손상된 채 태어난 주머니쥐 새끼는 자가치유 능력을 지녔다. 유대류 생물학 연구는 이런 독특한 형질들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유대류의 유전자 변형 기술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그들의 기본적인 유전학을 분석하는 것은 지금껏 난제(難題)로 여겨져 왔다. 이제 리켄 생명기능과학연구센터 생체모델 개발팀(生体モデル開発チーム)의 기요나리 히로시(清成寛)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하여 주머니쥐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1. 유전체를 편집하려면 유전체편집의 솔루션을 수정란에 주입해야 하므로, 수정란의 체계적 수집이 요망된다. 주머니쥐는 발정주기(estrus cycle)가 길고 텃세(sense of territoriality)가 강하기 때문에, 설사 동거하는 커플일지라도 짝짓기하는 데 일주일가량의 시일이 소요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실험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연구팀은 고심 끝에 생쥐와 다른 실험동물들에게 사용하는 호르몬(성선자극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암컷 주머니쥐의 발정을 촉진하여, 짝짓기에 필요한 시간을 유의미하게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호르몬 처리에 의한 교미 유도: 암수를 동거시킨 후 교미가 관찰되기까지의 일수(日數)를 나타낸 그래프. 처리되지 않은 쌍(未処理のつがい)은 4~7일째에 교미한 데 반해(왼쪽), 성선자극호르몬을 암컷에게 투여하면 대부분이 0~1일째에 교미를 마쳤다(오른쪽).]

2. 통상적으로, 유전체편집에 필요한 솔루션은 미세한 바늘을 이용하여 수정란에 주입된다. 그러나 주머니쥐의 수정란은 '두꺼운 단백질층'과 '단단한 껍데기 비슷한 구조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주삿바늘이 관통할 수 없다. "우리가 성공한 비결 중 하나는," 기요나리는 설명했다. "바늘과 함께 압전요소(piezoelectronic element)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압전요소는 바늘로 하여금 (알을 둘러싼) 단단한 껍데기와 두꺼운 층을 통과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접합자(zygote)를 손상시키지 않고 유전체편집 솔루션을 주입할 수 있었다."

 

[주머니쥐의 전핵기(pronuclear stage) 수정란: 교미 후 34시간쯤 경과한 수정란. 난관(卵管)을 통과할 때 부가된 뮤코이드층(ムコイド層)과 난관에서 자궁으로 이동할 때 형성된 ‘껍데기 비슷한 코팅(シェルコート)’으로 뒤덮여 있다. 이러한 구조는 발생이 진행됨에 따라 소실되고, 배아는 자궁내막 상피(子宮内膜上皮)에 달라붙는다.]

 

[압전요소를 이용한 유전체편집 솔루션 주입: 일반적인 미세주입법(マイクロインジェクション法)에서는 주삿바늘이 수정란을 자극하지만(왼쪽), 압전요소를 이용한 미세주입법(ピエゾマイクロインジェクション法)を 이용하면 스무스한 주입이 가능하다(오른쪽).]

3. 유전체가 편집된 수정란을 만든 후에는 대리모(surrogate mother)에게 이식해야 한다. 생쥐나 시궁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구팀은 수정란을 대리모(생식력 있는 암컷 주머니쥐)의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새끼를 성공적으로 얻었다. 유대류에서 수정란이식기술(embryo transfer technology)이 확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 방법론의 전체적인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체의 색소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Tyr: 4번 염색체에 있는 티로시나제 유전자)를 겨냥했다. 그 유전자가 파괴되면, 색소가 생성되지 않아 피부색이 사라진다. 이번 연구에서 얻은 새끼 중 일부는 알비노였고, 그들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 대물림되었다. 이는 유대류의 유전자편집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Graphical abstract / ⓒ Current Biology

이제 과정이 확립되었으므로, 연구팀은 유대류의 생물학에 대한 모든 의문들을 해명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유대류는 (다른 포유류와 공유하지 않는) 수많은 독특한 형질을 보유한 세 가지 「현존하는 포유류 하위분류(extant mammalian subclass)」 중 하나다. 이번 개념검증실험(proof-of-concept experiment)을 통해 기술이 확립되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 포유류의 발생학, 유전체각인(genomic imprinting), 생식, 신경생리학, 면역유전학, 암생물학, 심지어 비교진화학(comparative evolution)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형 유대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요나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16/j.cub.2021.06.056

※ RIKEN(理化学研究所)
https://www.riken.jp/en/news_pubs/research_news/pr/2021/20210722_1/index.html(English)
https://www.riken.jp/press/2021/20210722_1/index.html(Japanse)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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