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바이오토픽] COVID 백신과 혈전에 관한 5가지 핵심 의문

산포로 2021. 4. 20. 14:05

[바이오토픽] COVID 백신과 혈전에 관한 5가지 핵심 의문


안전성 문제가 두 가지 COVID-19 백신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Nature》는 과학자들이 답을 원하는 5가지 핵심 의문을 살펴봤다.

 

지난주는 두 가지 COVID-19에게 어려운 주(週)였다. 4월 13일, 미국의 규제당국은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존슨&존슨(J&J)이 만든 백신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 이유는, 거의 700만 명의 백신 접종자 중에서 6건의 '이례적 혈액응고 의심사례'가 보고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조치는, 유럽의 규제당국(EMA)이 '드문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간의 가능한 관계'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이후에 나온 것이었다(참고 1; 한글번역).

두 기관의 결정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자와 규제당국자들은 '이익이 위험을 상회한다'고 강조하지만, 많은 국가들은 AZ 백신의 사용을 특정 연령대로 제한하고 있으며, 덴마크는 AZ 백신의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다. 한편 J&J는 일부 국가에 대한 백신 보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작금의 상황은, 나로 하여금 세상이 약간 미쳤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보건경제학 및 의사결정학 센터(SAMRC Centre for Health Economics and Decision Science)」의 부소장을 맡고 있는 수전 골드스타인은 말했다. "그 동안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었다."

세상을 혼란(참고 2; 한글번역)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는 「뒤죽박죽이고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운 현실세계 데이터에 기반하여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당국이 결정을 강요당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아직도 「드문 혈액응고장애의 '정체'와 '백신과의 관련성'」을 분석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참고 3; 한글번역).

이에 《Nature》는 과학자들이 답을 원하는 5가지 핵심 의문을 짚어 봤다.

1. 혈전과 COVID 백신의 관계는?

잠정적으로 AZ 백신 및 J&J 백신과 관련된 혈전은 특별한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로, 그것은 특이한 신체부위(예: 뇌, 복부)에 나타난다. 둘째로, (혈액응고를 돕는 세포단편인) 혈소판 수치의 감소가 동반된다. 추가적인 분석에서, 헤파린유도혈소판감소증(HIT: heparin-induced  thrombocytopaenia)이라는 드문 질환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더 발견되었다. HIT란 항응고제(anti-coagulant)인 헤파린(heparin)을 투여 받은 사람들에게 간혹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참고 4, 참고 5, 참고 6),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는 헤파린을 투여 받은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다.

HIT는 헤파린이 PF4(platelet factor 4)라는 단백질에 결합할 때 촉발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헤파린과 PF4가 결합하면 면역반응—PF4에 대한 항체 생성 포함—이 일어나, 궁극적으로 혈소판이 파괴되며 혈전촉진물질(clot-promoting material)이 방출된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헤파린이 존재하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이 HIT의 촉발요인으로 작용하는가?'이다.

AZ 백신과 J&J 백신의 공통점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DNA를 인간의 세포에 전달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DNA를 전달받은 세포의 단백질 기구(protein machinery)는 그 DNA를 이용하여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고, 인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을 가동한다.

현재로서, 연구자들은 '백신의 어떤 구성요소가 PF4에 대한 원치 않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를 모르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벡터가 될 수도 있고, 스파이크 단백질이 될 수도 있고, 벡터 속의 오염물질이 될 수도 있다"라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위스타 연구소(Wistar Institute)의 힐데군트 에르틀(바이러스 면역학)은 말했다.

2. 다른 COVID-19 백신들도 혈액응고장애와 관련되어 있나?

AZ 백신과 J&J 백신은 각각 다른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한다. 그러나 "두 가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서 HIT 유사증상(HIT-like symptom)이 나타난 데 반해, 다른 유형의 백신(mRNA에 기반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HIT 유사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HIT 유사증상이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하는 백신의 공통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참고로,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하는 백신에는 모스크바 소재「가말레야 국립역학·미생물학 센터(Gamaleya National Center of Epidemiology and Microbiology)」에서 만든 스푸트니크 V(참고 7; 한글번역)도 포함된다.

한 보도자료에서, 가말레야는 스푸트니크 V와 다른 '아데노바이러스 COVID-19 백신' 사이에 선을 그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라는 플랫폼에 기반한 백신들은 제각기 다르므로,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사용된 바이러스의 종류', '바이러스가 생산된 세포', '바이러스가 운반하는 스파이크 DNA의 시퀀스', '바이러스를 정제하는 데 사용된 방법', '백신을 접종할 때 투여되는 용량'을 열거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교(로테르담 소재)의 에릭 판 호르프(바이러스학)는 「상이한 백신이 (연구실에서 배양된) 혈관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컨소시엄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 컨소시엄은, 상이한 COVID-19를 접종받은 사람들의 혈액 샘플에서 'PF4에 대항하는 항체'도 찾아낼 예정이다.

'촉발요인을 찾아내는 것은 미래의 백신을 위해 중요하다"라고 반 호르프는 말했다. "앞으로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에 의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mRMA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여야 할까? 이것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핵심 의문이다."

3.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중 혈전이 생기는 사람의 비율은?

규제당국이 어떤 의약품의 안전성을 결정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소위 위험편익비율(ratio of risk to benefit)이다. 그러나 그 비율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HIT 유사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낮다는 것은 분명하다. 3월 22일 현재, 유럽에서는 2,500만 명의 접종자 중에서 86건의 잠재적 사례가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유동적이다. "연구자들은 '백신접종 후 유해사례에 대한 보고서'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건 보고서는 편향(bias)과 분류오류(misclassification)에 취약하다"라고 영국 사우스햄튼 소재 약물안전유닛(Drug Safety Research Unit)의 사드 샤키르 소장은 말했다.

예컨대, HIT와 같은 복잡한 증후군의 경우, 간혹(특히, 백신과 HIT 간의 관련성에 대한 소식이 발표되기 전에) 잘못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백신과 HIT 간의 관련성이 공론화 된 지금, 임상의들이 부작용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보고 건수가 증가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앞으로 몇 주 동안 유해사례의 건수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질 수 있다.

4. 특정 그룹의 위험성이 더 높은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위험군(혈액응고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유럽과 영국의 공개된 정보(public disclosure)에는 핵심 정보가 누락되어 있어, 규제당국 이외의 연구자들이 혈액응고장애의 위험을 조목조목 분석·검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설치된 「MRC 생물통계학 유닛(Medical Research Council’s Biostatistics Unit)」의 프로그램 책임자를 역임한 셰일라 버드는 말했다. "그런 정보가 누락되면, 추론하는 방법(how to draw inference)을 아는 전문가일지라도 기본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껏 보고된 혈액응고장애 사례의 수가 적고, 백신의 보급이 불균등하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초기 보고서는 "비교적 젊은 여성들이 혈전을 경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고 제안했지만, EMA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AZ 백신에 대한 데이터에서, 특별한 고위험군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명백한 편향성은, 아마도 많은 나라들이 보건의료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는데, 그중 대다수가 여성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만약 젊은 접종자들의 혈전이 더 흔히 보고된다면, 그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샤키르는 말했다. "혈전과 뇌졸중은 고령자들에게 더 흔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의 경우에는 젊은 접종자들과 동일한 심층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위험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규제당국자들로 하여금 연령 등에 따른 상대적 위험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분석을 실시하려면, 유해사례에 대한 보고서가 더욱 많이 접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위험군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샤키르는 말했다.

5.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공포감이 글로벌 백신접종 노력에 미치는 영향은?

일부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AZ 백신과 J&J 백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안전성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전 세계 접종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드문 부작용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만약 규제당국이 '백신접종 일시 중단'과 '입수된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논의'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안전성 모니터링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약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의 소아감염병 전문가인 노니 맥도널드에 따르면, 신뢰감을 유지하려면 '대중에게 위험을 전달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 몇 주 동안 더 많은 데이터가 입수됨에 따라, 혈액응고의 본질(nature)과 중증도(severity)가 달라졌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위험과 질병에 대한 전문적 논의와 맞물려, 이러한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백신에 대한 신뢰감이 일단 손상된다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부정적 정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단단해지며, 크게 부풀려지기도 한다"라고 맥도널드는 말했다. "이미 불안해하는 사람은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

보건의료당국의 결정 때문이든 백신에 대한 주저함(vaccine hesitancy) 때문이든, 백신의 사용에 대해 더 이상의 제한을 가한다면, 전 세계적인 파급력이 엄청날 수 있다. AZ 백신과 J&J 백신은 mRNA 백신에 비해 저렴하고 보관하기도 쉬우며, 두 회사는 "코백스 프로그램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에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겠다"라고 동의한 상태다.

"남아공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 대유행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겨우 1/3의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백신을 접종 받았다"라고 골드스타인은 말했다. "mRNA에 접근하기는 어렵고, AZ 백신은 남아공에서 지배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은 (혈액응고장애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예정된) J&J 백신의 보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원샷백신으로 알려진 J&J의 경우, 백신에 접종하기 어려운 그룹(예: 홈리스, 마약 남용자, 독거노인)의 백신접종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J&J 백신의 보급 중단을, 보건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지난 4월 14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열린 백신 자문위원회에 참석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카밀 코튼(감염병 전문가)은 말했다. "J&J 백신은 단 한 번의 접종으로 종결될 뿐만 아니라 mRNA 백신과 달리 콜드체인이 필요 없다. 그런 백신의 보급을 중단한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785-7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087&SOURCE=6)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880-9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402&SOURCE=6)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940-0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693&SOURCE=6)
4. https://doi.org/10.1056%2FNEJMoa2104840
5. https://doi.org/10.1056%2FNEJMoa2104882
6. https://doi.org/10.1056%2FNEJMc2105869
7.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209-0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4112&SOURCE=6)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998-w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4-20)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