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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C형간염 발견의 잊힌 영웅들(unsung heroes)

산포로 2020. 10. 20. 11:26

[바이오토픽] C형간염 발견의 잊힌 영웅들(unsung heroes)


절친한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그중 한 명만이 노벨상을 받았다.

 

The 1989 discovery of the hepatitis C virus by George Kuo, Qui-Lim Choo and Michael Houghton (from left) was a triumph of new techniques and good old human perseverance. / LIZ HAFALIA/SAN FRANCISCO CHRONICLE/ ⓒ Protomag (참고 1)

바이러스학자 주구이린(朱桂霖)은 1980년대의 상당 기간 동안, 일주일 내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연구에 열중했다. 그 연구는 절망적이었다. 그와 두 명의 동료는 혈액공급을 오염시키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찾고 있었지만,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회사가 프로젝트를 접을 수 있다—따라서 그가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협력연구자인 조지 쿠오에게, 그 시기는 야근 때문에 가족과의 오붓한 식사 기회를 놓치던 시기이기도 했다. 쿠오의 회고에 따르면, 한번은 자정에 귀가하던 도중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San Francisco–Oakland Bay Bridge) 위에서 승용차가 고장나고 말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그때는 어려운 시기였고 일도 많았다." 주는 말한다. "그러나 매우 행복했다." 궁극적으로 그들의 연구는 성공하여, C형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발견은 '혈액 오염을 검사하는 방법'과 '대부분의 HCV 감염자를 치료하는 치료법'으로 귀결되었다.


올해 10월 5일, 그 프로젝트에서 朱의 상사였던 마이클 호튼은 HCV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참고 2). 朱와 쿠오는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 대학 교수,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 부소장,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로 구성된) 세 명의 수상자 명단에 없었다. 노벨상은 과학에서 최고의 영예로 간주되지만, 호튼은 노벨상—그리고 다른 명망있는 상—을 받으며 착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런 상을 받으면 한편으로 행복하지만," 그는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씁쓸하다. 왜냐하면 시상위원회에서는 연구팀 전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튼은 오랫동안, 두 명의 동료가 HCV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이론 대학교"


호튼는 1982년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바이오텍 업체 카이론 코퍼레이션( Chiron Corporation)에서 바이러스 사냥을 시작했다. 그 회사는 '학문적인 사풍(社風)'과 '첨단과학을 추구한다는 명성' 때문에 "카이론 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ron)"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HCV로 오염된 혈액수혈 때문에 매일 160명의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HCV는 간(肝)을 손상시키고 간암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간 검사 및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7,100만 명의 지구촌 주민들이 아직도 HCV에 감염되어 있다.


1970년대 중반, 연구자들은 간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바이러스(A형간염 바이러스와 B형감염 바이러스) 외에, 제3의 불가사의한 오염원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혈자를 감염시키는 요인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자들은 그 혈액매개질환(blood-borne disease)을 “비 A, 비 B형 간염(non-A, non-B hepatitis)"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만 해도, DNA를 쉽게 증폭해 주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올해 초 등장했던 SARS-CoV-2의 경우와 달리, 등장한 지 며칠 안 된 신종바이러스를 시퀀싱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호튼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대니얼 브래들리가 공급하는 '감염된 침팬지와 감염되지 않은 침팬지에서 추출된 샘플'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핵산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朱는 1984년 호튼의 연구실에 합류했고, 두 사람은 이내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오염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으므로, 연구팀은 수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연구실의 상급자로서, 호튼은 카이론의 관리팀 인원을 6주마다 한 번씩 다시 뽑아야 했다. 관리팀원 중 일부는 그 프로젝트가 돈을 낭비하고 있음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였다. "나는 종종 해고의 위협에 시달렸다." 호튼은 말한다. "그러나 그 당시 내 생각은 이러했다. '딴 일을 해 봤자 더 나을 것도 없다.'"


발상의 전환


호튼의 연구실 바로 옆 연구실에서, 1981년 카이론에 입사한 쿠오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단백질인 종양괴사인자(tumour necrosis factor)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朱와 호튼은 수년간 연구하며 수천만 개의 유전자 시퀀스를 분석했지만, 불가사의한 바이러스의 단서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는 朱가 실망하는 것을 본 쿠오가 몇 가지 조언을 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즉, 바이러스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탐지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쿠오가 제안한 방법은, 감염된 샘플에서 RNA 단편을 수확한 다음, 세균에게 발현시켜 풍부하게 증폭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비 A, 비 B형 간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청을 이용해 그 라이브러리를 검사해라. 바라건대, 감염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시퀀스를 인식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테니, 당신이 구축해 놓은 라이브러리에서 그 시퀀스를 낚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쿠오는 말했다.


브래들리도 그런 접근방법을 권했지만, 위험부담이 많아 보였다. 왜냐하면 「비 A, 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분리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튼은 망설였다. 그러나 1986년, 쿠오는 호튼을 설득하여 한번 시도해 보게 했다. 그러면서 프로토콜의 설계를 돕다가 결국에는 호튼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To be continued...)


※ 참고문헌
1. http://archive.protomag.com/assets/out-of-the-shadows-hepatitis-c2679.html?page=1
2.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2504&SOURCE=6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932-y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10-20)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