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AZ 백신의 「혈전 초래 메커니즘」을 밝혀라." 과학자들 총력전
AZ 백신(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의 COVID-19)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 일부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불가사의한 혈액응고장애(blood-clotting disorder) 때문에, 연구자들은 'AZ 백신 접종이 그런 이례적인 반응을 정말로 촉발하는지'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메커니즘이 뭔지'를 밝혀내느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참고 2).
수 주(數주)에 걸친 조사 결과, 유럽의약청(EMA)은 4월 7일 "혈전과 백신이 관련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라고 발표했다. 설사 그렇더라도 혈액응고장애—자세한 내용은 4월 9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참고 3, 참고 4)에 기술되었다—의 발생빈도가 매우 낮아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여전히 상회하므로, EMA의 전무이사 에머 쿡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매우 드문 부작용이다. 따라서 'COVID로 인한 사망 위험'이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백신이 그런 특이한 질환을 촉발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의학적 미스터리와 씨름하고 있다. "물론 가설은 존재한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 첨가물, 생산과정 등이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난 모르겠다"라고 오스트리아 빈(Wien) 의대의 자비네 아이힝어(혈액학)는 말했다.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특이한 부위
아이힝어는 불가사의한 혈액응고장애에 주목한 최초의 연구자 중 한 명인데, 그 내용은 「혈전(blood clot) 발생」과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인 혈소판(platelet) 부족」의 이상한 조합(組合)이었다. [혈전은 위험하며, 만약 그로 인해 뇌(腦)나 폐(肺)의 혈류가 차단된다면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 혈소판은 혈액응고를 초래하는 세포단편(cell fragment)인데, 상식적으로 볼 때 이게 부족하면 혈액응고가 억제되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혈전은 인체의 특이한 부위—대부분의 심부정맥혈전(deep-vein blood clot)이 형성되는 다리가 아니라, 뇌(腦)와 복부—에서도 나타났다.
이러한 특이성은 아이힝어에게 비상벨을 울렸다. 그는 종전에 헤파린(heparin)이라는 혈전용해제(blood-thinning drug)를 투여 받은 환자 중 일부에서 그와 비슷한 현상을 관찰했었다. 헤파린은 통상적으로 혈액응고를 억제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 「헤파린유도 혈소판감소증(HIT: heparin-induced thrombocytopenia)」이라는 증상을 초래하는데, HIT의 특징은 「혈소판 수치 감소를 동반하는 혈액응고」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2일, EMA는 86명의 환자들(AZ 백신을 접종받은 지 2주 내에 뇌나 복부의 혈전을 경험한 사람들)에 관한 보고서를 수집했다. 그 환자들 중 일부는 HIT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그중에서 헤파리을 투여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위험요인(risk factor)
EMA는 (위험요인에 대한 추가정보를 얻기 위해) AZ에게 다양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는데, 그중에는 '백신이 혈액응고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 실험실 연구'와 '임상시험 데이터의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혈액응고장애가 남성보다 여성(특히 60세 미만)에게 더 빈번히 일어난다'는 보고서가 있지만, EMA는 여성이 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나라들이 보건의료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는데, 그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EMA는 네덜란드의 두 학술 컨소시엄이 수행하는 연구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무스 대학교가 주도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유트레히트 대학교와 유트레히트 대학교 의료원이 주도하고 있다.
두 컨소시엄은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례로, 스무스 대학교의 에릭 C. M. 판 호르프(바이러스학)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컨소시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혈액응고에 미치는 연구를 연구하는) 22개 병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AZ 백신과 그 밖의 COVID-19 백신을 접종받은 후 혈전이 발생한 환자들 중에서 잠재적인 HIT 사례를 찾아낼 예정이다. 또한 그들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의 용량을 줄임으로써, 기존의 낮은 위험이 더 낮아질 수 있는지'(참고 6)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실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향후 2개월 내에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EMA의 「데이터 분석 및 방법론 태스크포스(Data Analytics and Methods task force)」를 지휘하는 페테르 아를렛은 말했다. 또한 에라스무스 대학교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혈액응고장애가 특정 인구집단에 국한된 위험인지 여부로 밝혀낼 예정이다. "우리가 서유럽에서 발견한 내용이 남아메리카나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판 호르프는 말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판 호르프와 동료들은 '혈전과 백신의 관련성이' 단순한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인과관계인지 여부도 판단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한 백신과 관련된 드문 부작용—특히 수천만 명에게 접종된 백신의 경우—이 정말로 그 백신과 관련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참고 7; 한글번역). "어떤 환자들은 이미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진행되고 있다가, 백신을 접종받은 지 일주일 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 걸렸을 수도 있다"라고 브리검 여성병원의 베흐누드 비크델리(심장학)는 말했다. "연구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이 점을 명심해야겠지만, 유해사례의 절대적인 건수와 비율이 매우 작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근본적인 원인
비크델리의 바람은, 연구자들이 '비접종집단(unvaccinated population)의 혈액응고장애'에 대한 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하여 공유하는 것이다. "'백신과 유해반응 간의 관련성'에 관심이 집중되면, 비접종자(unvaccinated)보다 접종자(vaccinated)들의 유해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기 마련이다. 이는 '인지된 발병률(perceived rate)'의 증가(부풀림)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칫하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은 '증상을 촉발한 진짜 요인'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HIT는 「'음전하를 띤 헤파린 분자'가 '양전하를 띤 혈소판인자4(PF4: platelet factor 4)'에 결합할 때 형성되는 복합체」에 대한 면역반응의 결과물로 간주되고 있다. 일단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혈소판이 활성화되는 것은, 불쏘시개에 성냥불을 붙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존 켈턴(혈액학)은 말했다. "그것은 더 많은 혈소판을 동원하며, 수많은 혈소판들이 활성화되면 폭발하여 응고물질을 만들게 된다. HIT는 자기영속체(self-perpetuate)이며, 쉽게 말하면 산불과 같다."
비록 극단적으로 드물지만, 헤파린을 투여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HIT(spontaneous HIT)」는 종전에도 보고된 적이 있다. 그것을 촉발한 것으로 여겨지는 용의자 중에는 '무릎치환술(knee replacement surgery)'과 '음전하를 띤 약물 투여'가 포함되어 있다. 켈튼이 수년 전 경험한 사례는, 한 40대 여성이 헤파린을 투여 받지 않았는데도 심각한 뇌졸중을 경험한 것이었다. "그녀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AZ 백신과 동일한 반응이 확인되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켈턴의 연구실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 HIT 유사증상(HIT-like symptom)을 초래한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다른 연구실에서도 동일한 노력을 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연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현상이다. 워낙 드문 현상인지라 환자의 샘플을 채취하기가 어렵고, 마땅한 동물모델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켈턴은 말했다.
연구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 '면역계와 혈액응고 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나아가, 이는 향후 백신개발에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향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를 만날 것이고, 그에 대응하여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미래의 의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1. https://www.bbc.com/news/explainers-56665396
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184&SOURCE=6
3. https://doi.org/10.1056%2FNEJMoa2104840
4. https://doi.org/10.1056%2FNEJMoa2104882
5. https://www.bbc.com/news/health-56665517
6.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4/hard-choices-emerge-link-between-astrazeneca-vaccine-and-rare-clotting-disorder-becomes
7.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880-9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402&SOURCE=6)
8. https://www.intechopen.com/books/anticoagulation-drugs-the-current-state-of-the-art/update-on-mechanisms-pathogenicity-heterogeneity-of-presentation-and-laboratory-diagnosis-of-heparin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940-0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4-1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