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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APOE4 유전자의 딜레마: 알츠하이머 위험↑, 기억상실↓

산포로 2021. 10. 12. 16:00

[바이오토픽] APOE4 유전자의 딜레마: 알츠하이머 위험↑, 기억상실↓

 

Association Between Apo E Isoforms and Alzheimer's Disease: The APOE gene is located on the long arm of chromosome 19 at position 13.2. There are 3 different alleles of the APOE gene, producing 3 major isoforms, Known as ApoE2 (cys112, cys158), ApoE3 (cys112, arg158), and ApoE4 (arg112, arg158). The APOE4 isoform of increases an individual's risk for developing late-onset Alzheimer disease. / ⓒGenaro Gabriel Ortiz, MD, PhD, et al. (참고 1)

 

APOE4라고 불리는 흔한 유전자 변이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 그것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만약 APOE4가 그렇게 나쁘다면, 왜 (자연선택을 통해) 인구집단에서 사라지지 않았을까? 새로운 연구에서, 놀랍게도 APOE4라는 변이가 인지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단기기억을 증진할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초기에 미묘한 기억상실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APOE4 대립유전자에는 뭔가가 있다. 심지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쉬운 뇌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도 인지기능에 약간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으니 말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조너선 쇼트(신경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그 변이가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 시사점을 던진다."

APOE 유전자는 지방(fat)의 대사를 돕는 「아포지단백 E(apolipoprotein E)」이라는 단백질을 코딩한다. 사람들은 '네 명당 한 명' 꼴로 APOE4라는 버전을 한 개(copy) 보유하는데, 이것은 만발성 알츠하이머병(late-onset Alzheimer’s disease)의 위험을 세 배쯤 높인다. (소수의 사람들은 APOE4를 두 개 보유하는데, 이럴 경우 위험이 12배 이상 높아진다.)

 

Risk of susceptibility, based on alleles. Alzheimers.org, CC BY-SA / The Conversation (참고 2)

 

유해한 유전자가 수십만 년 동안 하나의 집단 속에 남아 있다면,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하나를 갖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겸상세포 유전자(sickle cell gene)를 하나만 갖고 있으면 말라리아에서 보호된다.

과학자들은 수년간 'APOE4를 보유한 사람들은 뇌 안에서 끈끈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그게 (뉴런의 사멸로 이어지는) 다른 변화를 촉발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소규모 연구에서는 'APOE4가 이로울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이를테면 생식능력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말이다. 작년에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APOE4 보유자는 비(非)보유자에 비해 모든 연령대에서 '대상과 그 위치를 신속히 떠올리도록 요구하는 테스트'에서 약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라는 결과가 나왔다(참고 3).

▶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 UCL의 연구자들은 (출생 이후 연구자들이 추적해 온) 70대의 참가자 398명을 연구했다. 모든 참가자들은 표준 인지능력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고, 아무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지 않았다. 선행연구와 달리, 연구팀은 뇌영상 촬영을 통해 일부 참가자들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징후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미세한 인지결손(cognitive deficit)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컴퓨터 화면 앞에 앉히고 프랙탈 패턴을 가진 하나의 대상(object)이 잠깐 동안 나타나는 장면을 보여줬다. 그리고 몇 초 후, 두 개의 대상—둘 중 하나는 새것이다—을 보여주며, 방금 전 본 것을 원위치에 끌어다 놓으라고 요청했다.

테스트 결과, APOE4를 보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상을 확인하는 능력'이 14%, '대상을 원위치에 끌어다 놓는 능력'이 7%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사람들—이들은 전체적으로, '대상을 확인하는 능력'이 19% 열등했다—의 경우, APOE4는 특히 '대상을 원위치에 끌어다 놓는 능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작고 미묘한 차이이지만, 아밀로이드와 APOE4는 단기적인 시각기억(visual short-term memory)에 상반되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쇼트는 말했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10월 7일 《Nature Aging》에 발표했다(참고 4).

그러나 APOE4의 이점은 제한적이다. APOE4를 보유한 사람들은 단기기억에 대한 구술검사에서 약간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장기기억 검사에서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밀로이드의 축적에 따른 인지결손은 APOE4의 모든 이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APOE4의 인지적 이점(cognitive advantage)이 심지어 알츠하이머의 병리학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라고 USC의 듀크 한(신경심리학)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점 때문에 APOE4가 대대손손 지속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단, APOE4가 젊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인지능력 강화는, 그게 유전자풀(gene pool)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예컨대, APOE4가 단기기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우리의 수렵채집인 조상들이 식량을 찾던 시절에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020년 논문의 주요 저자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나히드 자카이(심리학)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일종의 보상 메커니즘(compensatory mechanism)이 개입하여 고삐를 죄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메커니즘'과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해명했다."

"이번 연구는, APOE4를 차단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을 망설이게 한다"라고 쇼트는 말했다. "만약 APOE4 겨냥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연령대별로 장단점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1. https://www.intechopen.com/chapters/48159
2. https://theconversation.com/genetic-testing-should-i-get-tested-for-alzheimers-risk-97065
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0-66114-6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021-00117-4

※ 출처
1. University College of London https://www.ucl.ac.uk/news/2021/oct/potential-cognitive-benefits-major-alzheimers-risk-gene
2. Science New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most-common-alzheimer-s-risk-gene-may-also-protect-against-memory-los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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