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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산포로 2021. 10. 7. 14:46

[바이오토픽]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 6일, 독일 막스플랑크 촉매·접촉분야 연구소의 벤야민 리스트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맥밀런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분자 구축(構築)의 혁명을 일으킨 도구들

화학자들은 조그만 화학적 빌딩블록을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분자를 창조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물질'을 제어함으로써 원하는 방식으로 조립되게 하는 것은 어렵다. 벤야민 리스트(Benjamin List)와 데이비드 맥밀런(David MacMillan)은 새롭고 기발한 '분자 구축 도구'인 유기촉매작용(organocatalysis)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유기촉매작용의 용도 중에는 신약 연구가 포함되며, 화학을 보다 청정(淸淨)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산업과 연구 분야는 화학의 '분자 구축 능력'에 의존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태양전지 속에서 빛(light)을 포획하는 물질'이나 '배터리 속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에서부터 '가벼운 러닝화를 만드는 분자'이나 인체 내에서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분자'에 이르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의 ‘화학적 창조물 구축 능력'과 우리의 능력을 비교하면, 우리는 석기시대 수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진화(evolution)는 놀랍도록 특이적인 도구인 효소(enzyme)를 만들어, 생물에게 형태와 색깔과 기능을 부여하는 분자 복합체를 구축하게 해 줬다. 맨 처음 그 화학적 걸작(효소)을 분리해 냈을 때, 화학자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도구상자 속에 있는 분자 구축용 망치와 끌은 무디고 비(非)실용적이었고, 그들이 자연의 산물을 베끼려고 했을 때 얻은 것은 무수한 '원치 않는 부산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림 1. 자연의 ‘화학적 창조물 구축 능력'과 우리의 능력

 

정밀화학을 위한 새로운 도구들

화학자들이 자신들의 도구상자에 추가한 새로운 도구들은 분자 구축의 정밀성을 날로 향상시켰다. 그 덕분에 화학은─느리지만 확실하게─'석기시대의 끌질(chiselling)'에서 '장인(匠人)의 기예(技藝)'로 발전해 갔다. 그 기술들은 인류의 복리증진에 크게 기여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노벨화학상으로 보답 받았다.

202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발견은, 분자 구축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화학을 더욱 청정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비대칭 분자(asymmetric molecule)를 훨씬 더 쉽게 만들도록 해 줬다. 화학적 구축이 일어나는 동안 '두 가지 분자들'이 형성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 분자들은─우리의 양손과 마찬가지로─서로의 거울상(mirror image)이다. 화학자들은 종종 거울상 중 하나만을 원하는데, 특히 의약품을 만들 때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벤야민 리스트와 데이비드 맥밀런이 개발한 개념─비대칭 유기촉매작용(asymmetric organocatalysis)─은 기발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걸 왜 진작 생각해 내지 못했는지 의아해한다.

 

그림 2. 많은 분자들은 두 가지 변이체로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는 다른 하나의 거울상(mirror image)이다. 이것들은 신체 내에서 종종 완전히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예컨대 리모넨(limonene) 분자의 한 가지 버전은 레몬향이 나지만, 그 거울상은 오렌지 같은 냄새가 난다.

 

왜 그랬을까? 간단히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대답을 시도하기 전에 역사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촉매작용(catalysis)과 촉매(catalyst)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2021년 노벨화학상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하자.

촉매는 화학반응을 가속화한다

'상이한 화합물들이 서로 반응하는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한 19세기에, 화학자들은 약간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예컨대, 은(銀)을 과산화수소(H2O2)와 함께 비커에 넣었더니, 갑자기 과산화수수가 폭발하여 물(H2O)과 산소(O2)로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은─과정을 시작한─은 그 반응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발아곡물(sprouting grain)에서 추출한 물질'은 전분(starch)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35년, 스웨덴의 저명한 화학자 야코브 베르셀리우스(Jacob Berzelius)는 거기서 패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물리학과 화학의 최신 발전을 소개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연례보고서」에서, 그는 '화학 활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힘'을 기술(記述)했다. 그는 여러 가지 사례를 열거하고, '하나의 물질만 존재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난다'고 지적한 후, 그런 현상이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물질이

촉매력(catalytic force)을 갖고 있다고 확신했으며, 그 현상 자체를 촉매작용(catalysis)이라고 불렀다.

촉매는 플라스틱, 향수, 향긋한 식품을 만든다

베르셀리우스의 시대 이후, 엄청난 양(量)의 물이 화학자들의 피펫을 통과했다. 그들은 (분자를 분해하거나 조립할 수 있는) 촉매를 많이 발견했다. 그 덕분에,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일생생활에서 사용하는) 수천 가지 상이한 물질들─의약품, 플라스틱, 향수, 향신료─을 빚어냈다. 사실, 전 세계의 총 GDP 중 35%는 어떤 형태로든 화학적 촉매작용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칙적으로 2000년 이전에 발견된 모든 촉매들은 두 가지 그룹 중 하나에 속하는데, 그것들은 금속(metal)과 효소(enzyme)다. 금속은 종종 탁월한 촉매인데, 그 이유는 특별한 능력(전자를 일시적으로 수용하거나, 화학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다른 분자들에게 전자를 제공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는 분자 내 원자들 간의 결합을 느슨하게 함으로써, (그러지 않으면 강력했을) 결합을 끊고 새로운 결합을 형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금속 촉매의 한 가지 문제점은, '산소와 물에 너무 민감하게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산소와 수분이 없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산업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상당수의  금속 촉매들은 중금속이어서, 환경에 해(害)를 끼칠 수 있다.

생명의 촉매는 놀랍도록 정밀하게 작동한다

두 번째 촉매 그룹은 ‘효소’라고 알려진 단백질들로 구성된다. 모든 생물은 수천 개의 효소를 보유하고 있어, 생명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추동(推動)할 수 있다. 많은 효소들은 비대칭적 촉매작용(asymmetric catalysis)에 특화(特化)되어 있으며, 원칙적으로 언제나 '가능한 두 가지 거울상' 중에서 하나의 거울상만을 형성한다. 또한 그들은 나란히 작동하므로, 하나의 효소가 하나의 반응을 완료하고 나면 다른 효소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런 식으로, 효소들은 복잡한 분자들(예: 콜레스테롤, 엽록소, 스트리크닌이라고 불리는 독소)을 놀랍도록 정밀하게 구축할 수 있다(스크리닌은 가장 복잡한 분자 중 하나이며, 나중에 자세히 언급할 것이다).

효소는 매우 효율적인 촉매이므로, 1990년대에 연구자들은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반응을 추동하는 새로운 효소 변이체(enzyme variant)'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하나는 고(故) 카를로스 F. 바르바스 3세(Carlos F. Barbas III)가 이끄는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연구팀이었다. 벤야민은 바르바스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던 중, 올해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발견 중 하나로 이어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벤야민 리스트, 고정관념을 허물다

벤야민 리스트는 촉매항체(catalytic antibody)를 연구하고 있었다. 항체는 통상적으로 체내에서 외래 바이러스나 세균에 달라붙지만, 스크립스 연구소에서는 항체를 재설계함으로써 화학반응을 추동하도록 만들었다.

촉매항체를 연구하던 중, 벤야민 리스트는 '효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항체는 일반적으로 거대분자로서,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아미노산에 더하여, 유의미한 비율의 효소들은 (화학과정을 추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금속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이게 핵심이다─상당수의 효소들은 금속의 도움 없이도 화학반응을 촉매한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은 (효소 속에 존재하는) 하나 또는 몇 개의 개별 아미노산에 의해 추동된다. 벤야민 리스트의 '고정관념을 허문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아미노산들은 화학반응을 촉매하기 위한 효소의 일부일까? 혹시 하나의 아미노산, 또는 그와 비슷한 단순 분자(simple molecule)들이 똑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혁명적인 결과를 얻다

그는 1970년대 초에 수행된 연구를 알고 있었는데, 그 내용인즉 프롤린(proline)이라는 아미노산이 촉매로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25년도 더 지난 연구였다. 만약 프롤린이 정말로 효율적인 촉매라면, 누군가가 그 연구를 계속하고 있을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야민 리스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만약 아무도 그 현상을 연구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프롤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일 거야.'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프롤린이 알돌반응(aldol reaction)─두 개의 상이한 분자에 있는 탄소 원자들이 결합하는 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했다. 그것은 간단한 시도였는데, 경이롭게도 지체없이 작동했다.

 

그림 3. 벤야민 리스트의 프롤린 실험
1. 효소는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종종 단 몇 개의 아미노산만이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벤야민 리스트는 ‘촉매를 얻기 위해 효소 전체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2. 벤야민 리스트는 프롤린(proline)이라는 하나의 아미노산─그야말로 단순하다─이 화학반응을 촉매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했다. 그것은 훌륭하게 작동했다. 프롤린은 질소원자 하나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전자를 제공하고 수용할 수 있다.

 

벤야민 리스트, 자신의 미래를 걸다

벤야민 리스트는 실험을 통해 프롤린이 효율적인 촉매임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그 아미노산이 비대칭적 촉매작용을 추동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즉, 두 개의 가능한 거울상 중에서, 하나가 다른 것보다 훨씬 더 흔히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롤린의 촉매작용을 테스트한 선행연구자들과 달리, 벤야민 리스트는 그것이 보유한 엄청난 잠재력을 이해하고 있었다. 금속이나 효소와 비교하면, 프롤린은 화학자들에게 그야말로 꿈의 도구(dream tool)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하고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분자이기 때문이다. 2000년 2월 자신의 발견 내용을 출판했을 때, 리스트는 '유기분자를 이용한 비대칭적 촉매작용'을 '많은 기회를 지닌 신개념'으로 기술했다: "우리의 미래 과제 중 하나는, 이러한 촉매들을 설계하고 검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분야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주의 훨씬 더 북쪽에 있는 한 연구실에서, 데이비드 맥밀런도 동일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맥밀런, 민감한 금속을 뒤로하다

2년 전, 데이비드 맥밀런은 하버드에서 UC 버클리로 자리를 옮겼다. 하버드에서, 그는 금속을 이용하여 비대칭적 촉매반응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했었다. 그것은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끈 분야였지만, 데이비드 맥밀런은 '개발된 효소들이 산업계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그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여, '민감한 금속은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금속 촉매들이 요구하는 '산소와 수분이 없는 조건'을 갖춘다는 것은, 실험실에서는 비교적 쉽지만 대형 제조업에서는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최종 결론은 "만약 내가 개발하고 있는 화학적 도구가 유용하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금속을 뒤로하고, 버클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하여 더욱 단순한 형태의 촉매를 개발하다

금속 대신, 데이비드 맥밀런은 단순한 유기분자(organic molecule)─금속과 마찬가지로, 전자를 일시적으로 제공하거나 수용하는 분자─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유기분자란 무엇인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유기분자란 모든 생물들을 구축하는 분자로, 탄소원자로 구성된 '안정된 틀'을 보유하고 있다. 활성을 띤 화학기(chemical group)가 그 '틀'에 결합하며, 종종 산소·질소·황·인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유기분자는 단순하고 흔한 원소들로 구성되지만, 원소들의 결합방식에 따라 복잡한 속성을 지닐 수 있다. 데이비드 맥밀런이 지닌 화학 지식에 따르면, 유기분자가 '그가 관심을 가진 반응'을 촉매하기 위해서는 이미늄 이온(iminium ion)을 형성할 수 있어야 했다. 이미늄 이온에는 질소 원자 하나가 들어 있는데, 질소 원자는 전자에 대한 내재적 친화력(inherent affinity)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적절한 속성을 지닌 유기분자들을 선별하여, 딜스-알더 반응(Diels-Alder reaction)─화학자들이 탄소 원자의 고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반응─을 추동하는 능력을 테스트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들은 그가 희망하고 믿었던 대로 잘 작동했다. 게다가 그중 일부는 비대칭적 촉매작용을 탁월하게 수행했으므로, 두 개의 가능한 거울상 중에서 하나가 형성될 확률이 90%를 상회했다.

 

그림 4. 데이비드 맥밀런의 유기촉매 설계
1. 데이비드 맥밀런은 (수준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금속 촉매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내구성이 더욱 우수한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2. 그는 (이미늄 이온을 창조하는) 몇 개의 단순한 분자들을 설계했다. 그중 하나는 비대칭적 촉매작용을 수행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비드 맥밀런, '유기촉매작용'이라는 용어를 만들다

연구결과를 출판할 준비를 할 때, 데이비드 맥밀런은 자기가 발견한 촉매작용의 개념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행연구자들이 소유기분자(small organic molecule)를 이용하여 화학반응을 촉매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지만, 그건 고립된 사례이므로 그 방법이 일반화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데이비드 맥밀런은 그 방법을 기술하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 다른 연구자들로 하여금 '앞으로 더 많은 유기촉매가 발견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용어가 유기촉매작용(organocatalysis)이었다.

벤야민 리스트가 자신의 발견을 출판하기 직전인 2000년 1월, 데이비드 맥밀런은 자신의 원고를 한 과학 저널에 제출했다. 그 논문의 서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새로운 유기촉매작용 전략을 소개한다. 이것은 일련의 비대칭적 전환(asymmetric transformation)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촉매작용의 사용이 붐을 이루다

각각 독립적으로, 벤야민 리스트와 데이비드 맥밀런은 전혀 새로운 촉매 개념을 발견했다. 2000년 이후 이 분야의 발전은 거의 골드러시(gold rush) 수준이었고, 그 과정에서 리스트와 맥밀런은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했다. 그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유기촉매작용을 많이 설계하여, 광범위한 화학반응을 추동하는 데 사용되도록 했다.

유기촉매작용은 종종 단순한 분자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천연 효소처럼─컨베이어벨트상에서 작동할 수도 있다. 종전에는 화학생산 과정에서 각각의 중간제품을 분리·정제해야 했으므로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또한 부산물의 부피가 엄청났으므로, 화학적 구축의 각 단계에서 물질의 일부가 손실될 수 있었다.

유기촉매작용은 이점이 많다. 비교적 빈번히, 하나의 생산과정을 이루는 여러 단계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연쇄반응(cascade reaction)이라고 부르며, 화학생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스트리크닌 합성의 효율, 7000배 향상되다

유기촉매작용이 '훨씬 더 효율적인 분자 구축'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는, 놀라울 만큼 복잡한 천연 분자인 스트리크닌(strychnine) 분자의 합성이다. 많은 사람들은 '살인 미스터리의 여왕'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통해 스트리크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학자들에게, 스트리크닌은 루빅큐브(Rubik’s Cube)─완성 단계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과제─와 같다.

스트리키닌이 처음 합성된 1952년, 그것은 29개의 상이한 반응을 필요로 했으며 0.0009%의 수율(收率)을 기록했다. 원료의 99.9991%가 폐기된 것이다.

2011년, 연구자들은 유기촉매작용과 연쇄반응을 이용하여 스트리크닌을 12단계 만에 구축했으며, 그로 인해 생산과정의 효율이 7,000배 향상되었다.

유기촉매작용은 의약품 생산에서 가장 중요하다

의약품 연구는 비대칭적 촉매작용이 가장 빈번히 요구되는 분야이므로, 유기촉매작용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화학자들이 비대칭적 촉매과정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수의 의약품에는 두 가지의 거울상 분자─하나는 약효 성분이고, 다른 하나는 때로 불필요한 효과를 초래한다─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그 비극적인 사례는 1960년대에 일어난 탈리도마이드 스캔들(thalidomide scandal)로, 탈리도마이드의 거울상 중 하나가 수천 명의 발생중인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을 초래했다.

유기촉매작용을 사용함으로써, 연구자들은 이제 대량의 '다양한 비대칭 분자들'을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그들은 희귀식물이나 심해생물에서 소량만 분리할 수 있었던 잠재적 치료 물질을 인공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도 이 방법을 이용하여 기존의 의약품 생산을 간소화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는 파록세틴(paroxetine: 불안 및 우울증 치료제)과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호흡기감염 치료제)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기가 종종 가장 어렵다

우리는 유기촉매작용이 사용되는 사례를 수천 가지 열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 간단하고 청정하고 저렴한 '비대청적 촉매'라는 개념을 일찌감치 생각해 내지 못한 걸까? 이 질문에는 많은 답변이 가능하다. 그중 하나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기가 종종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견해는 '세상은 이러이러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선입견(이를테면, 화학반응은 금속이나 효소에 의해서만 추동될 수 있다)에 사로잡혀 있다. 벤야민 리스트와 데이비드 맥밀런은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화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씨름해 온 문제에 대해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 덕분에, 유기촉매작용은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즉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수상자 약력

 

벤야민 리스트는 196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1997년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 촉매·접촉분야 연구소(Max-Planck-Institut für Kohlenforschung)의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데이비드 W.C. 맥밀런은 1968년 영국 벨스힐(Bellshill)에서 태어났다.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출처: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https://www.nobelprize.org/uploads/2021/10/popular-chemistryprize2021.pdf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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