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2020 과학계의 총아(寵兒) mRNA: 현황과 전망
올해 11월에 발표된 두 가지 COVID-19 백신의 극적(劇的) 성공은 지금껏 증명되지 않았던 의료기술의 승리였다. 이번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을 받은 두 백신은 전령 RNA(mRNA: messenger RNA)라는 유전자 지시서에 의존한다. 그것은 세포에게 "SARS-CoV-2의 단백질을 만듦으로써, 면역계를 훈련시켜 바이러스를 인식하게 하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mRNA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오래 전, mRNA는 '백신과 의약품을 인체에 전달하는 간단하고 융통성 있는 방법'(참고 2)을 약속하며 제약산업을 유혹했다. 예컨대 하나의 mRNA 시퀀스는 '혈관증식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만듦으로써 손상된 심장을 수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mRNA 시퀀스는 '누락된 효소'를 코딩함으로써 희귀한 유전병을 역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mRNA 백신이 탄생하여, mRNA라는 개념에 대한 열광의 쓰나미를 일으켰다"고 오리건 주립대학교 코밸리스 캠퍼스의 가우라프 사하이(약학)는 말했다.
(1) 그러나 mRNA 의약품—특히 만성질환을 초래한 단백질을 대체하는 의약품—은 임상에 진출하기 위해 백신보다 더 험난한 길을 걸어 왔다. 이 계통의 의약품은 'mRNA를 특정 조직에 보내, 지나친 부작용 없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현재 극소수의 실험적 의약품이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하나의 시퀀스를 인체에 얼렁뚱땅 투입하여 무슨 질병이든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겐트 대학교의 헬레인 데비터(약학)는 말했다. "어떤 질병과 관련된 mRNA 의약품을 만든다는 것은 종종 mRNA 자체는 물론 (그것을 인체에 배달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지질 나노입자는 최근 보고된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과 관련하여 논란에 휩싸여 있다(참고 3).
백신(그리고 일부 mRNA 의약품)의 경우에는 비교적 간단히 투여할 수 있다. 팔에 주사를 놓으면, 근육세포가 mRNA를 받아들여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그러면 면역계가 그 단백질을 외래단백질로 인식하여, 항체와 T세포를 생성함으로써 미래의 침입에 대비하게 된다. SARS-CoV-2 말고도, 광견병 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들이 임상시험 속에서 진군하고 있다.
국지적 주입(local injection)의 경우에도, mRNA기반 치료제(mRNA-based therapy)를 근육, 피하(皮下), 또는 종양 내에 직접 배달함으로써 면역계를 자극해 암과 싸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 10여 가지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치료제들은 '종양의 단백질'이나 '면역계의 신호전달분자'를 코딩하여 암세포에 대한 인체의 공격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다른 mRNA 의약품 중 상당수가 혈류를 통해 인체의 특정 부위에 도달하느라 무척 애를 먹는다. 예컨대 「오르니틴트랜스카바미라제(OTC: ornithine transcarbamylase) deficiency)결핍」의 경우, 어떤 누락된 효소가 체내에 암모니아 축적을 초래하여 경련·혼수상태·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적을 방지하려면, mRNA 의약품이 간 속의 세포에 도달해야 한다.
아크투루스 테라퓨틱스(Arcturus Therapeutics)라는 업체는 「OTC 결핍」을 치료하는 mRNA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CEO인 조지프 페인에 의하면 "간에 도달하는 약물의 양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질 나노입자의 크기와 전하(電荷)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아크투르스는 약 30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안전성 연구를 완료했으며, 이번 달 12명의 (예정된) 환자 중 한 명에게 실험적 의약품을 투여했다.
아크투루스가 「OTC 결핍」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간이 혈류로부터 입자—치료용 나노입자 포함—를 자연스레 포획하여 축적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의 경우, mRNA가 도달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조지아텍의 제임스 달먼(의공학)은 말했다. 많은 연구팀들은 지질 나노입자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지질 나노입자에 '특정한 기관이나 세포유형으로 유도하는 분자'를 부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달먼의 연구실과 그가 공동으로 설립한 가이드 테라퓨틱스(Guide Therapeutics)가 개발한 기술은, 나노입자에 "DNA 바코드"를 부탁함으로써 수천 가지의 '화학적으로 독특한 나노입자'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질나노입자의 구조와 그 목적지 간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앞으로 10년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달먼은 말했다.
(2) 'mRNA 백신'과 'mRNA 의약품' 간의 두 번째 차이점은, 백신의 경우 한두 번의 접종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일단 면역계가 병원체를 즉시 공격하도록 훈련되면, mRNA에서 생성된 단백질은 붕괴되며 보충될 필요가 없다. "지금껏 임상시험에 진출한 mRNA 의약품 중 대부분은, '약품의 효과'가 '약품 자체'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달먼은 말했다. mRNA를 이용하여 효소(유전체를 절단하여, 영구적으로 편집하는 Cas9 포함)를 코딩하는 치료법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RISPR 편집업체인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는 「트랜스티레인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이라는 유전병 환자를 위해 mRNA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달 첫 번째 환자에게 실험적 의약품을 투여했다.
그러나 mRNA 백신과 달리, mRNA 의약품은 평생 동안 단백질을 재공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투여되어야 하므로, 부작용—'지질 나노입자의 체내 축적'과 '외래 RNA에 대한 염증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풍선처럼 불어난다. "COVID-19 백신을 접종받은 환자는 하루이틀 동안 화끈거림과 발열을 경험할 수 있다." mRNA기반 치료제 개발업체인 트랜슬레이트 바이오(Translate Bio)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앤 바비어는 말했다. "그러나 당신이 그런 부작용을 남은 여생 동안 3주마다 한 번씩 경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복적 투여의 내약성(tolerance)을 향상시키기 위해, 트랜슬레이트 바이오와 다른 업체들은 '인체에게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mRNA'를 설계한 후 '생분해성 나노입자'로 포장하여 배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낭성섬유증(CF: cystic fibrosis) 치료를 위한 mRNA 의약품을 임상시험하고 있는데, 1회요법(single dose)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환자들은 발열, 근육통, 두통을 경험했지만, 단기적(short-lived)이고 관리 가능(manageable)했다고 한다. 그들은 현재 다회요법(multiple doses)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 번 투여된 mRNA로부터 인체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양이 증가한다면, 투여 빈도와 1회 용량이 감소할 것이다. 사하이에 따르면, 한 가지 접근방법은 "지질 나노입자가 (세포가 지질 나노입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사용하는) 막주머니(membranous sac)에서 탈출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나노입자에 적재된 mRNA 화물이 세포기구(cellular machinery)와 상호작용할 기회가 증가하여, 더 많은 단백질이 생성될 것이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월 발표한 in vitro 연구 결과에서(참고 4), 지질 나노입자에 천연 콜레스테롤 유사체(naturally-occurring cholesterol analogue)를 첨가함으로써 mRNA의 세포내 전달(intracellular delivery)을 향상시켰다고 보고했다.
COVID-19에 대항하는 'mRNA 백신'들은 'mRNA 치료제'가 직면한 '전달'과 '용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다른 방식(물량공세)으로 전달경로를 원활하게 했다. 즉, 백신 생산자들은 수십 억 개의 나노입자와 mRNA 가닥들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하이 팀은 '최선의 나노입자를 이용해 mRNA를 인체 속 깊숙이 에스코트하는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건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mRNA 의약품이 임상에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cell.com/molecular-therapy-family/molecular-therapy/comments/S1525-0016(18)30217-X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55/6324/446
3.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5788&SOURCE=6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0-14527-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2/messenger-rna-gave-us-covid-19-vaccine-will-it-treat-diseases-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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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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