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바이오토픽] <2편>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s), 난치성 뇌질환의 새 희망 될까?

산포로 2021. 4. 19. 14:10

[바이오토픽] <2편>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s), 난치성 뇌질환의 새 희망 될까?

[바이오토픽] <1편>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s), 난치성 뇌질환의 새 희망 될까? 보기(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777&SOURCE=6)

 

ⓒ LIRH (https://lirh.it/en/generation-hd1-roche)

 

획기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누시너센(스핀자라)

엘리엇 & 자넬 루이스의 첫 번째 자녀인 블레이클리는 2011년 희귀한 유전성 신경퇴행병인 척수근위축증(SMA: spinal muscle atrophy)에 걸린 채 태어났다. SMA 환자는 SMN1이라는 유전자의 변이형(mutated form)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생존운동뉴런(SMN: survival motor neuron)이라는 단백질의 생성에 관여한다. SMN이 부족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근육의 약화 및 소모가 악화된다. SMA에는 네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SMA1은 그중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중하다. SMA1 환자들은 전형적으로 출생 직후 증상을 보이며, 그중 상당수는 두 살을 넘기지 못한다.

블레이클리는 생후 3개월에 SMA1으로 진단받았다.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라고 엘리엇은 말했다. "그 당시에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고, 블레이클리는 생후 21개월에 세상을 떠났다."

2017년 봄, 엘리엇 & 자넬 루이스는 두 번째 딸인 이비를 낳았다. 이비도 SMA 환자였지만 운이 좋았다. 그녀가 태어나기 몇 달 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누시너센(nusinersen)이라는 ASO를 최초의 SMA 치료제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비는 생후 12일 만에 첫 번째 용량을 투여 받았다.

과학자들이 'ASOs의 RNA 겨냥 능력'을 처음 확인한 것은 1978년이었지만(참고 1), 임상적 잠재력(clinical potential)이 증명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독성과 역가 부족(lack of potency) 등의 문제 때문에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많은 제약사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 본사를 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 원래 이름은 Isis Pharmaceuticals)가 약물의 화학적 근간(chemical backbone)을 변형함으로써 안정성과 역가를 향상시켰다. 그 결과 ASOs는 붕괴되지 않고 표적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누시너센의 탄생으로 이어진 연구는, 2000년경 뉴욕의 콜드스프링 하버연구소(CSHL: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시작되었다. CSHL의 생화학자 겸 분자유전학자인 에이드리언 크레이너는 (SMN을 코딩하는 또 하나의 유전자인) SMN2의 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SMN2은 '안정적인 SMN'을 SMN1보다 적게 생성하는데, 크레이너는 "SMN2로 하여금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게 할 수 있다면, 변이형 SMN1을 보유한 환자들의 SMN 부족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또한 그는 선행연구를 통해, SMN2의 문제는 거의 모두 스플라이싱(splicing)—RNA 가닥이 절단되어, 단백질 생산 지시서(instructions for making protein)로 가공되는 과정—의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스플라이싱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SMN2의 코드 중 한 부분을 건너뛰므로, mRNA가 짧아진다는 거였다.

크레이너가 이끄는 연구팀은 'RNA에 결합하여, 특정 분절(segment)을 누락시키는 단백질(silencer protein)'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완벽한 SMN 단백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4년, 크레이너는 약학자 겸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의 창업자 중 한 명인 프랭크 베넷과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RNA에 결합하여, 문제의 단백질에 의해 침묵(silenced)되는 RNA 분절을 은폐하는 ASO'를 만들어냈다. 그 ASO는 기능적 SMN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참고 2).

 

ASOs can replace missing proteins. The ASO nusinersen treats spinal muscular atrophy(SMA), in which the body lacks a protein called SMN. There are two SMN genes: in healthy people, SMN1 makes a stable protein and SMN2 an unstable version. In people with SMA, SMN1 is disrupted. Nusinersen makes up for this by acting on SMN2 to stabilize its normally unactive protein. / ⓒ Nature

그들이 만든 ASO인 누시너센은 2011년 임상시험에 진입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아서 'SMA에 걸린 영아(infant)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 3상이 조기(早期)에 완료되었다. 누시너센을 투여 받은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 받은 환자들보다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수명이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3).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00여 명의 사람들이 누시너센—상품명은 스핀라자(Spinraza)로, 2016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이오젠(Biogen)에 의해 생산된다—을 투여 받았다. 스핀자라는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disease-modifying treatment)로, SMA의 진행과정을 극단적으로 바꿨다. 그리하여 출생 직후 스핀자라를 투여 받은 영아들은 더 이상 1년 내에 사망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날, 보호자들과의 대화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지만,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라고 유타 대학교 솔트레이크시티 캠퍼스의 러셀 버터필드(소아신경학)는 말했다(버터필드는 바이오젠에서 자문료를 받고 있다). "그 대신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경이로운 신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그 약을 투여 받아야 합니다."

이제 네 살이 된 이비 루이스는 몇 달에 한 번씩 요추천자(lumbar puncture)를 통해 스핀자라를 투여 받는데, 최근 15번째 용량을 투여 받았다. 비록 아직까지 몇 가지 문제—이를테면 경관급식(feeding tube)—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녀는 걷고 달리는 것은 물론 등산까지 할 수 있다. 엘리엇에 따르면, 그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Four-year-old Evie Lewis plays in the family home in Ogden, Utah.

꽉 찬 파이프라인

누시너센(스핀자라)의 성공에 고무된 연구자들은 다른 「명백히 정의된 유전적 변이(clearly defined genetic mutation)를 가진 질병」들—이를테면 헌팅톤병—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토미너센(tominersen)인데, 그것은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하고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가 임상시험을 진행한 헌팅톤병 치료제다. 토미너센은 (정상적인 HTT 유전자와 결함 있는 HTT 유전자가 모두 생산하는) RNA 가닥의 CAG 반복부(CAG repeat)를 찾아낸 후 태그를 붙여, 리보뉴클레아제 H1(RNase H1: ribonuclease H1)이라는 효소로 하여금 파괴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발표된 임상 1/2상에서(참고 4), 토미너센은 아무런 부작용 없이 뇌척수액 속에서 헌팅틴 단백질 변이버전(mutant version of huntingtin)의 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Diseases such as Huntington's and motor neuron disease(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re caused by a build-up of mutant proteins, ASOs in development aim to quell their production. / ⓒ Nature

토미너센의 초기 임상시험 성공은 다른 신경퇴행병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신경퇴행병의 핵심적인 특징은 단백질 응집체(tangle of protein)이기 때문'이었다. "연구자들은 토미너센의 성공에 열광했다. 왜냐하면 '독성 변이 단백질(toxic mutant protein)의 축적 때문에 발생하는 신경퇴행병을 ASO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라고 토미너센의 임상 1/2상을 이끌었던 유니버니시티칼리지런던(UCL)의 세라 타브리지(신경학)는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발표된 뜻밖의 결과가 헌팅톤병 연구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18개국에서 79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토미너센의 임상 3상이, (사전계획에 따라 데이터를 심사한) 독립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조기 종료(early terminated)되었기 때문이다(참고 5). 로슈의 성명서에 따르면,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욱 디테일한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 뭐가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타브리지는 말했다.

(헌팅톤병과 비슷한 원인 때문에 발병하는) 다른 질병들의 경우, (토미너센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다른 약물들이 아직 선전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ALS 사례는 '너무 많은 변이 단백질' 때문에 초래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ASOs가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것은 토퍼센(tofersen)인데, 아이오니스가 유전성 ALS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현재 바이오젠에 의해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참고 6).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교의 클라우디아 테스타(신경학)에 따르면, "부족한 단백질을 늘리는 약물(누시너센)과 비교할 때, 변이 단백질을 줄이는 약물(토미너센과 토퍼센은)은 독특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한다. 그 내용인즉, 단백질을 줄이는 전략들 중 상당수가 '나쁜 단백질'뿐만 아니라 '좋은 단백질'까지도 줄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ASO가 헌팅톤병과 ALS 등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아직 모르고 있는데, 토미너센의 임상 3상 실패가 그 문제와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누시너센은 다른 약물들(토미너센, 토퍼센)과 근본적으로 다른 일을 한다. 따라서 누시너센의 성공에 기반하여, 다른 ASO의 효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진실(painful truth)이다"라고 테스타는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어떤 ASOs는 변이단백질을 선택적으로 겨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례로 웨이브 라이프사이언시즈(WVE: Wave Life Sciences)는 '미세한 변이'를 겨냥하는 전략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그 변이는 간혹 'HTT의 변이버전(mHTT)에 있는 CAG 반복부'와 나란히 나타난다. WVE의 목표는, '건강한 헌팅틴'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WVE가 개발한 ASO는 '추가적 변이를 보유한 환자'라는 부분집합에만 작동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추가적인 변이를 보유한 환자를 가려내려면 철저한 시퀀싱 방법(exhaustive sequencing method)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것은 임상시험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다"라고 테스타는 말했다. (테스타는 WVE에서 자문료를 받고 있다.)

보다 최근에, 연구자들은 더욱 흔한 신경퇴행병(예: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ASO 기반 치료법(ASO-based therapy)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그런 질병사례 중에는 특이적인 유전적 변이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부지기수이며, 그런 증례가 유전적인 증례보다 훨씬 더 많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ASO는 타우(tau) 수준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참고 7), 타우란 뇌 안에서 독성 응집체로 축적되는 단백질을 말한다. 파킨슨병의 경우, ASO의 목표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수준을 낮추는 것인데(참고 8), 알파시누클레인은 루이소체(Lewy body)라는 병리학적 덩어리로 축적되는 단백질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신경퇴행병들의 경우, 하나의 네트워크에 속하는 수많은 유전자들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케빈 탈보트(신경학)는 말했다. 그는 향후 실시되는 ALS 치료용 ASO의 임상시험에 관여할 예정이다. "그런데 하나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탈보트는 로슈와 바이오젠에 자문을 제공한 적이 있다.)

탈보트에 따르면, ASO의 또 한 가지 이슈는 '반복적인 요추천자를 이용해 중추신경계의 표적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질병에 적용되기에 앞서서, 혈뇌장벽(BBB)을 통과함으로써 비침습적으로 표적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승리감에 도취하기 전에 챙겨야 할 일이 매우 많다."

ASO의 새로운 면모

연구자들은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미래의 ASOs는 뇌 안에서 상실된 뉴런을 대체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UCSD의 푸샹둥(傅向东 세포생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0년, ASOs를 이용하여 별아교세포(astrocyte)라는 비뉴런 뇌세포(non-neuronal brain cell)를 뉴런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참고 9). 그들은 파킨슨병 생쥐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 ASO를 (파킨슨병으로 인해) 뉴런이 상실된 뇌영역에 주입했다. 그랬더니 ASO는 그곳에서 '별아교세포의 뉴런화'를 촉진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실시한 행동평가에서, ASO를 주입받은 생쥐들은 특정한 행동이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A path for astrocyte-to-neuron conversion. / ⓒ Nature (참고 10)

傅의 연구에 관여했던 클리블랜드는 아이오니스가 공급하는 ASO를 이용하여 '뇌의 다른 부분에서도 별아교세포를 뉴런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왔다. "나는 남은 경력을 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장담하건대,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별아교세포를 전환하는 ASO」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 傅에 의하면, 그 기법을 임상에 적용하기 전에 비인간 영장류를 대상으로 테스트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인간 영장류는 생쥐에 비해 인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당분간, ALS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토퍼센의 임상 3상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동시에, 'H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토미너센의 임상시험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려 노력할 것이다.

60대 중반의 은퇴한 간호사인 수전은, 임상 1상 때부터 토미너센의 임상시험에 줄곧 참가해 왔다. 그녀는 임상 3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했지만, 지금껏 참가자로서 받았던 보살핌을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첫 번째 날 이후, 임상시험의 일원이라는 데 특권의식을 느껴 왔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은 인내와 성찰의 시간이지만, 그게 최선이에요. 달리 대안이 없잖아요?"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73%2Fpnas.75.1.285
2. https://doi.org/10.1016%2Fj.ajhg.2008.01.014
3. https://doi.org/10.1056%2FNEJMoa1702752
4. https://doi.org/10.1056%2FNEJMoa1900907
5. https://www.roche.com/de/media/releases/med-cor-2021-03-22b.htm
6.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623699
7.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186989
8.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976349
9. https://doi.org/10.1038%2Fs41586-020-2388-4
1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1817-4

※ 출처: Nature 592, 180-183 (202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870-x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4-19)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