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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호모 에렉투스,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10만 년 전까지 살았던 듯

산포로 2019. 12. 20. 09:40

[바이오토픽] 호모 에렉투스,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10만 년 전까지 살았던 듯


19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의 일부가, 160만 년 전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까지 이동하여 150만 년 동안 살다가 10만 년 전 멸종한 듯하다.


A reconstruction of Homo erectus - the first known human to walk fully upright.


지금으로부터 약 40,000년 전 바다를 건넌 현생인류가 자바섬에 과감히 진출했을 때,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생명의 땅'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섬을 '고향'이라고 부른 인류는 그들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바섬이 육지다리(land bridge)를 통해 본토에 연결되어 있었던 먼 옛날, 그들의 먼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일파(一派)가 자바로 여행하여 자그마치 150만 년 동안 살았기 때문이다. 그 호모 에렉투스 일파는 약 10만 년 전까지 자바섬에서 끈질기게 버텼는데, 그 즈음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들의 혈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상은, 종전에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에 신뢰할 만한 연대를 부여한 새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 지역에 살았던 다양한 인간들 간의 복잡한 뒤섞임 덕분에, 오늘날의 동남아시아인들의 유전체 속에 호모 에렉투스 DNA의 흔적이 남아있을 거라고 한다.


"새로운 연대측정 결과는 '놀랍도록 오래 명맥을 유지한 종족'의 존재를 뒷받침한다"라고 독일 예나 소재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패트릭 로버츠(고고학)는 논평했다. "새로운 연대를 적용하면, 호모 에렉투스가 동아시아를 점유했던 기간은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기간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호모 에렉투스는 매우 성공적인 종족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9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 비교적 큰 뇌(腦)를 가진 이 도구제작자들은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를 횡단한 후, 약 160만 년 전 육지다리를 경유하여 (그 즈음, 상당 부분이 사바나 비슷한 드넓은 삼림지대로 뒤덮여 있던) 자바로 건너갔다. 그 뒤로 해수면이 상승하자, 이 고자바인(ancient Javans)들은 섬에 고립되었다. 그러는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본토에서는 50만 년 전쯤 호모 에렉투스가 종적을 감췄다.


1930년대에 네덜란드의 한 탐험대는 자바의 응간동(Ngandong) 마을 근처에 있는 솔로강 지역을 발굴했다. 그들은 희귀한 화석들을 무더기로 발견했는데, 그중에는 수만 개의 동물뼈와 12개의 부분적인 두개골, 그리고 두 개의 다리뼈가 포함되어 있었다. 두개골과 다리뼈는 호모 에렉투스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네덜란드의 탐사대는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더욱 정교한 연대측정법이 개발되었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연대측정에 애를 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일한 퇴적층에서 발견된 물질들이 필요했지만, 오리지널 발굴장소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The excavation sites lie along the Solo river in central Java.


"그 화석들은 수수께끼였다"라고 새로운 연구의 주요저자인 아이오와 대학교의 러셀 치오촌(고인류학)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를 측정하려고 애썼지만, 정확한 연대측정 방법이 없었다."


이번 연구의 공저자 중 한 명인 UT 오스틴의 O. 프랭크 허프먼(고고학)은 네덜란드 탐사대의 사진과 기록물들을 5년 동안 들여다보며 골똘히 생각했다(심지어 그들의 손주들을 만나봤다). 허브먼과 동료들은, 1930년대의 발굴지가 '오늘날 비포장 도로에 인접한 사탕수수밭 근처'일 거라고 추론했다. 2008년과 2010년, 치오촌이 이끄는 연구팀은 그 지역을 다시 발굴하여 사슴, 들소, 그리고 스테고돈(코끼리 비슷한 멸종동물) 등의 화석 867점을 새로 발견했다. 그런 다음 오리지널 발굴물의 사진과 기록물들에 기반하여, "새로 발견된 동물화석이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과 동일한 '풍성한 골층(bone bed)'에서 나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다섯 가지 방사성연대측정법(그중에는 연대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모두 제공하는 방법도 포함되어있다)을 이용하여, 동물뼈 화석과 퇴적층의 연대를 추정했다. 그리하여 "그 뼈들은 지금으로부터 117,000년 전부터 108,000년 전 사이에 매몰되었다"는 최종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12월 19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1).


Excavations at Ngandong in 2010.


"호모 에렉투스가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살았을 가능성은 낮다"라고 치오촌은 말했다. 약 10만 년 전 온난 습윤한 기후는 자바의 드넓은 삼림지대를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바꿔놓았고, 호모 에렉투스는 그런 변화한 풍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리고 약 4만 년 전 현생인류가 자바에 도착했을 때, 호모 에렉투스는 멸종한 지 오래였을 것이다."


"저자들은 오리지널 발굴지를 찾아내기 위해 엄청난 탐사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그들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라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인류학자 아이다 고메스-로블레스는 말했다. "모든 종(種)의 '시조(始祖)'와 '마지막 생존자'를 확실히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호모 에렉투스의 마지막 생존자가 약 10만 년 전에 발견되었다는 추론은 납득할 만하다."


호모 에렉투스는 인상적인 유산을 남겼다. 많은 연구자들은, 그들이 동남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며 최소한 두 종(種)—하나는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 floresiensis)이고, 다른 하나는 필리핀의 루손섬에서 발견된 호모 루조넨시스(H. luzonensis)—으로 갈라졌으며, 어느 시점에서 데니소바인(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가까운 친척)과 이종교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뒤이어, 데니소바인들은 인도네시아와 뉴기니에서 현생인류와 짝짓기를 했는데(참고 2; 한글번역), 그 시기는 3만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짝짓기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의 DNA가 일부 동남아시아인들의 유전체에 유입되어, 현생인류·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에 해당하지 않는 흔적(약 1%)을 남겼을 거라고 한다.


@ Cell(참고 3)


"이번 연구는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 전역을 누비는 동안 호모 에렉투스가 자바섬에 아직 살아있었다고 제안함으로써, 기존의 시나리오에 힘을 보탰다"라고 로버츠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확인할 만한 증거가 너무 적다. 어쨌든 간에, 이제 동남아시아는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 중 하나로 부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863-2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3/our-mysterious-cousins-denisovans-may-have-mated-modern-humans-recently-15000-years-ago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3728&SOURCE=6)
3.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8)30175-2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2/ancient-human-species-made-last-stand-100000-years-ago-indonesian-island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19-12-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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