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혁신적인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가능성 보여
COVID-19 팬데믹은 역학자들에게 또 하나의 바이러스에 대한 오랜 악몽─"치명적인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할지도 모른다"─을 떠올리게 했다.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universal flu vaccine: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그 동안 진척이 더뎠다. 그러나 12월 7일 《Nature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서(침고 2), 연구자들은 "신개념의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이 첫 번째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논문이다"라고 미시간 공중보건 대학원에서 인플루엔자의 전파 및 백신을 연구하는 오브리 고든(역학)은 논평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신속히 누적되며, 바이러스주(strain)들끼리 유전자를 쉽게 재편성(또는 교환)하기 때문에,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획득한) 면역성을 무력화하는 변이체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매년 새로운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기존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적혈구응집소(HAs: hemagglutinins)의 혼합물'을 보유한 약독화(또는 불활성화)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백신들은 주로 HA(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표면에 박혀 있는 단백질)의 꼭대기(또는 머리)에 대항하는 항체반응을 촉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리의 대부분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극히 일부'가 빈번하게 재편성(또는 변이)함으로써, 새로운 바이러스주(株)로 하여금 모든 면역기억(immunity memory)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자들은 매년 업데이트된 HAs가 포함된 백신을 새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
그와 대조적으로, HA의 밑바닥(또는 줄기)은 별로 변화하기 않으며, 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엔자에 노출된 후 줄기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한 사람들은 광범위한 바이러스주를 물리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새로 개발되고 있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중 하나는 HA의 줄기를 가장 중요한 위치에 배치했다. "이번 연구는 '인체로 하여금 「줄기에 반응하는 항체(stalk-reactive antibody)」를 생성하게 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고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의 플로리안 크라머(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는 미국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지원하에 다국적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컨소시엄(universal flu vaccines consortium)을 공동으로 지휘하고 있으며,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후보백신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다른 줄기기반 범용백신(stalk-based universal flu vaccine)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줄기를 겨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평생 동안의 인플루엔자 감염'을 토대로 만들어진 면역기억세포들이 HA 머리의 보존된 영역(conserved region)에 너무나 강력히 반응하는 바람에, 줄기에 대항하는 항체의 생성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HA의 줄기만 포함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그 단편(fragment)은 매우 불안정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우회하기 위해, 크라머와 동료들은 소위 「키메라 HA(conserved region)」를 만들었다. 키메라 HA란 'HA의 보존된 줄기'를 (인간의 면역계에 전혀 새로운) '특이한 머리'와 결합함으로써 면역기억을 촉발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경우 머리에 대한 항체는 조금만 생성되기 때문에, 줄기에 대한 새롭고 강력한 면역반응이 면역계를 지배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키메라의 머리는 줄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현행 인플루엔자 백신은 3~4가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는 다시 H1N1과 H3N2라는 하위그룹으로 세분된다)와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포함한다(참고 3). 연구팀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한 가지 하위그룹만을 대표하는) 키메라 HA를 포함한 약독화(또는 불활성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백신을 개발했다.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총 51명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백신을 접종한 다음, 그들의 항체를 15명의 대조군(위약을 투여받은 그룹)과 비교했다. 그 결과, 키메라 HA를 접종받은 사람들은 괄목할 만한 수준의 항줄기 항체(antistalk antibody)를 생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임상시험은 (안전성을 확립하고 면역반응을 측정하기 위한) 임상 1상이므로, 사람을 인플루엔자로부터 보호해 주는 능력을 테스트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항체를 생쥐에게 주입한 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봤더니, 대조군 생쥐보다 체중이 훨씬 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체가 생쥐를 인플루엔자로부터 보호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줄기항체가설(stalk antibody hypothesis)을 검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밴더빌트 대학교 백신센터의 제임스 크로(면역학)는 말했다.
크라머에 따르면, 제대로 된(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다른 주(株)를 충분히 대표하는) 키메라 HA를 개발하려면 최소한 2년이 더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한 키메라 HA가 개발된 후에는, 기존의 계절형 백신(seasonal vaccine)보다 효능이 우수한지를 증명하기 위해 수년에 걸친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계절형 백신의 HA는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할 때 나름 잘 작동하므로, 키메라 HA의 진정한 효능은 드문 경우(HA가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을 때)에만 증명될 것이다.
"우리가 최초의 파트너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결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개발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라고 크라머는 말했다. 글락소는 현재 다른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을 임상시험하고 있다. "이런 백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는 어렵다."
※ 참고문헌
1.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HA-stalk-based-approaches-Influenza-HA-comprises-two-functionally-distinct-domains_fig5_336383937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0-1118-7
3. https://www.cdc.gov/flu/about/viruses/types.htm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2/innovative-universal-flu-vaccine-shows-promises-it-first-clinical-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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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bric.org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12-08)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5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