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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하나의 칩(chip)으로, 수천 개의 변이효소를 동시에 테스트

산포로 2021. 7. 27. 11:17

[바이오토픽] 하나의 칩(chip)으로, 수천 개의 변이효소를 동시에 테스트

 

하나의 폴리머 칩에서 수천 가지 미세한 실험을 동시에 수행하게 하는 도구가 개발되어, 효소의 변이를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포괄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HT-MEK – short for High-Throughput Microfluidic Enzyme Kinetics – combines microfluidics and cell-free protein synthesis technologies to dramatically speed up the study of enzymes. (Image credit: Daniel Mokhtari)

하나의 단백질이나 효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유전자 변이가 그런 (생명에 필수적인) 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내는 데 종종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빌딩블록(아미노산)들을 하나씩 변형시켜 각각의 변이된 효소(mutated enzyme)를 만든 다음, 각각의 변이가 효소의 활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미세한 채널들이 새겨진 유리 칩(glass chip)이 개발되어 1,000여 개의 변이를 한꺼번에 테스트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그 소요기간을 겨우 수 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게 되었다. 7월 22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연구자들은 「고성능 미세유체 효소 동력학(HT-MEK: High-Throughput Microfluidic Enzyme)」이라는 시스템이 질병을 초래하는 단백질을 연구하고, 환경독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하고, 상이한 종들 간의 진화적 관계를 이해하는 신속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캘리포니아 캠퍼스의 폴리 포다이스(생명공학)와 대니얼 헤어슐락(생화학)이 이끄는 연구팀은 6년간의 노력 끝에, 크기 7㎠, 단가 10달러의 칩(HT-MEK)을 개발했다. 그 칩은 (효소의 변이 버전이 들어 있는) 1,568개의 미세한 홈(well)과 (모든 변이체들에게 동시에 시약을 배달하는) 미세유체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스템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른 단백질의 변형에 관여하는) PafA라는 세균 효소를 선택했다. 그들은 DNA 시퀀스 설계를 통해 상이한 변이효소(different mutant enzyme)의 라이브러리를 창조했는데, 그 내용은 PafA를 구성하는 526개 아미노산이 각각 상이한 아미노산으로 교체된 것이다. 연구팀은 로봇을 이용하여 DNA 시퀀스들을 칩상의 개별 홈에 투입한 다음, 시약을 첨가함으로써 단백질이 생성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칩에는 PafA에 의해 처리될 때 빛을 발하는 화합물이 첨가되었다(PafA의 활성을 감소시키는 변이는 빛을 덜 방출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스캐너를 이용하여 화합물이 방출하는 빛의 양을 측정했다.

 

The scientists used HT-MEK to study how mutations to different parts of a well-studied enzyme called PafA affected its catalytic ability. (Image credit: Daniel Mokhtari)

새로운 플랫폼은 연구자들에게 실험의 작동 여부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각각의 변이효소가 반응을 수행하는 속도'와 '화합물이나 pH의 변화가 효소의 접힘(folding)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줬다. "그건 마치 단백질의 뚜껑을 열어, 내부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라고 포다이스는 말했다.

 

The inner workings of an enzyme, Science (참고 2)

지금껏 모르고 지낸 이웃들(참고 3)

 

수많은 변이체들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으므로, HT-MEK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활성부위(active site)의 변이' 너머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활성부위란 효소의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으로, 연구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다. 그러나 다른 영역의 변이도 다양한 방식으로—이를테면 효소의 접힘이나 (다른 단백질과의) 결합 방법을 바꿈으로써—효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효소를 다년간 연구해 온 헤어슐락에 의하면, 활성부위 주변의 곳곳에 '효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가 포진하고 있다고 한다. "당신의 동네에는, 가까이 살지만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많은 이웃들이 있을 것이다.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들은 당신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헤어슐락은 설명했다.

헤어슐락과 포다이스에 의하면, 원거리 변이(distant mutation: 활성부위에서 먼 곳에 위치하는 변이)는 연구자들이 지금껏 '약물치료 불가(undruggable)'로 간주했던 효소들—이를테면 활성부위가 이웃의 건강한 효소와 비슷한 효소—를 겨냥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암을 초래하는 효소(cancer-causing enzyme)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적 영역(additional region)을 알아내면, 그 영역을 겨냥하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라고 그들은 말했다.

"HT-MEK가 할 수 있는 일은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워싱턴 대학교 시애틀 캠퍼스의 더글러스 하울러(단백질과학)는 말했다. "이 기술의 규모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는 흥미거리다." 파울러는 HT-MEK가 많은 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PafA 말고 다른 효소에도 잘 작동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

HT-MEK 시스템의 구축방법은 온라인으로 출판되어 있지만(참고 4), 포다이스와 헤어슐락은 (연구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효소를 테스트할 수 있는) 센터를 건립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들의 특별한 관심사는 '특정한 유전자 변이가 질병을 초래하는 메커니즘'과 '그러한 변이효소를 약물로 겨냥하는 방법'이다. "만약 연구자들이 변이의 기능을 더욱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분자 수준의 변화를 넘어 궁극적으로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헤어슐락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126%2Fscience.abf8761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3/6553/391/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034-3
4.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11.24.383182v1

※ 출처:  Stanford University in California https://news.stanford.edu/2021/07/22/new-tool-drastically-speeds-study-enzyme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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