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피카츄의 슬기로운 생활: 「엽기적인 먹이」로 춥고 배고픈 겨울 나기
중국 칭하이-티베트 고원(Qinghai-Tibetan plateau)에 서식하는 '불가사의한 소형동물'인 피카(pika)는 이름과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포켓몬 피카츄」의 실존모델로 흔히 일컬어진다. 그러나 사실, 피카츄의 원래 모델은 다람쥐이며, '피카'는 ‘반짝거림’이라는 뜻의 일본어(ピカピカ)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 1).
각설하고, 영국 애버딘 대학교 생물학과와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의 과학자들은 13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피카(pika)─정확한 명칭은 고원우는토끼(plateau pika), 학명은 Ochotona curzoniae─가 세계의 지붕(the roof of the world)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독특한 생존전략을 구사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카는 동면(冬眠)을 할 수 없으므로, 그들의 생존전략은─특히 미래의 기후변화가 그들의 전략에 어떤 형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과학자들의 관심거리다. 또한 피카는 티베트 원주민인 야크(yak) 사육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육용 야크와 먹이를 놓고 다투는 관계로, 농업상 유해동물(agricultural pest)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7월 19일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연구팀은 피카가 '에너지 수요 억제'와 '엽기적인 식량원'을 이용하여 슬기로운 겨울생활을 한다고 보고했다. '엽기적인 식량원'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경쟁자인 야크의 분변(feces)이다.
해발고도가 평균 4,000미터인 칭하이-티베트 고원은, 겨울철이 되면 극도로 낮은 기온(영하 30도)과 낮은 산소분압(oxygen partial pressure)이라는 두 가지 악조건이 결합하여 독특한 도전적 환경(challenging environment)을 제공한다. 설상가상으로, 겨울철에는 풀이 바짝 말라붙는 바람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연구팀은 두 개의 야생 피카 개체군을 대상으로 하루 에너지소비량(daily energy expenditure)을 분석한 결과, 겨울철에 에너지소비량이 약 30%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카가 그러한 내핍생활을 영위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피카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그들에게 체온기록장치(temperature logging device)를 이식했다. 그 결과, 피카는 동면을 하지 않는 동안 체온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기온이 낮을수록 억제 정도는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사육용 야크의 밀도가 높은 곳에 서식하는 개체들의 경우 독특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야크의 분변을 먹는 것이 아닌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한 연구팀은 피카의 위 내용물(stomach contents) 분석을 통해 야크의 DNA를 검출함으로서, 그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야크의 분변은 접근성이 높고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먹이채취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해 주고, '피카는 야크가 출몰하는 곳에 더 많이 서식한다'는 역설적 현상을 설명한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야크는 피카와 먹이를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야크가 많은 곳에는 피카가 얼씬거리지 않는 게 이치에 맞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연구는 약 15년 전, 당초 간단하리라고 생각했던 '피카는 겨우내 어떻게 견디나?'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라고 애버딘 대학교의 존 스피크먼 교수(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건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문제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연구팀은 결국 '피카가 경쟁자인 야크의 똥을 먹는다'는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 그들은 역경에 처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야크의 똥 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귀중한 영양분(valuable, undigested nutrient)이 들어 있다."
중국과학원의 장옌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야크의 똥을 식량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자원으로 선택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우리는 다른 연구에서, 그 덕분에 피카가 겨우내 살아남을 확률이 94~96% 증가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국과학원의 왕더화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나는 피카의 「극한환경(추위와 산소부족)에 대한 생리적 적응사례」에 오랫동안 흥미를 느껴 왔다. 내가 품었던 의문 중 하나는 '기나긴 겨울 동안 동면을 하지 않는 작은 토끼목(Lagomorpha) 동물의 에너지원은 뭘까?'였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피카는 겨울철에 체온을 억제하고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부 피카들이 혹독한 겨울철에 야크의 분변을 잠재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 참고문헌
1.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00264
2. https://www.pnas.org/content/118/30/e2100707118
※ 출처: University of Aberdeen School of Biological Sciences https://www.abdn.ac.uk/news/15175/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피카츄의 슬기로운 생활: 「엽기적인 먹이」로 춥고 배고픈 겨울 나기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3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