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폐경 시점(timing of menopause) 예측하는 유전자변이 발견
생식수명(reproductive lifespan)에 영향을 미치는 「DNA 손상반응」 유전자들 (참고 1)
a. Chek1과 Chek2는 복잡한 「DNA 손상반응(DNA-damage-response)」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난소 속에 있는 알세포의 DNA가 손상되면, 한편에서 Chek1이 발현되어 DNA 수리를 촉진하고 다른 한편에서 Chek2가 발현되어 병든 세포의 파괴를 촉진한다.
b. Ruth at al.은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인간 CHEK2 유전자와 (「DNA 손상반응」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들이 자연적인 폐경나이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하여, 그들은 '여벌의 Chek1 유전자를 보유'하거나 'Chek2 유전자의 발현이 완전히 결핍'된 생쥐의 생식수명이 정상적인 생쥐보다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여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참고 2), 그녀들이 폐경을 경험하는 연령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
이번에 발견된 290개의 변이 중 상당수는 '인체가 (손상된 DNA를 보유한) 미성숙 난자에 반응하는 방법'에 관여하는 것이어서,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언젠가 그것을 이용하여 '사람의 자연적인 생식수명'을 연장하거나 '체외수정(IVF)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에 작성된 유전자 목록은 여성의 폐경이 일어나는 시기를 더 잘 예측하는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인 세계에서, 우리는 자연적인 생식기간이 짧은 여성을 분별하여,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생식 선택권(more informed reproductive choice)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존 페리(유전학)는 말했다. "현재로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가임기(可姙期)를 전혀 모르고 있다."
난자의 재고(在庫)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시스젠더(cisgender)여성, 트랜스젠더 남성, 일부 비이분법적(non-binary)이고 간성(intersex)인 사람 포함—중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난소 속에 '장차 난자가 될 세포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런 세포를 난모세포(oocyte)라고 하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난자로 성숙하여 배란기간 동안 방출된다. 인체는 (손상된 DNA를 포함한 것으로 밝혀진) 다른 난모세포들을 파괴하게 된다.
이러한 미성숙 난자의 상실(loss of immature egg)은 나이가 들수록 가속화되는데, 그 이유는 DNA 수리 메커니즘의 효율이 감소함으로써 '손상된 DNA'가 더 많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폐경이 찾아올 때—전형적으로 약 50세—는 난소 속의 난자 재고가 소진된다. 생식능력은 종종 폐경보다 약 10년 전에 극적으로 쇠퇴하기도 한다.
그러나 폐경나이는 천차만별이며, 환경과 유전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적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 페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 혈통을 가진 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여성) 2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참가자가 경험한 폐경 나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시퀀스를 찾아내, 약 8만 명의 동아시아계 여성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결과를 확인했다.
이렇게 발견된 290개의 변이는 이미 알려진 '생식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수'의 다섯 배 이상이며, 폐경나이의 차이를 약 10% 설명한다. 개별적인 변이들은 폐경의 '수 주 ~ 수년 이름/늦음'과 상관관계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은 CHEK2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상실한 여성에게서 나타났는데, 이 유전자가 변이된 여성들은 폐경이 평균 3.5년 지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CHEK2 유전자는 CHEK2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은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로 하여금 분열을 중단하거나 자멸사(apoptosis)하게 만든다. 페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CHEK2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2개의 기능적 유전자를 보유한 생쥐'보다 난소 속의 미성숙 난자 재고가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CHEK2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IVF에서 미성숙 난자의 방출을 촉진하는 데 사용되는 호르몬'에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더하여, 연구팀은 CHEK1이라는 유전자(DNA 수리에 관여하는 유전자) 사본을 '여벌로 가진(extra copy) 생쥐'가 '2개 가진 생쥐'보다 (출생 시와 나중에 모두) 난소 속에 더 많은 미성숙 난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에 대한 시사점
'CHEK 단백질을 겨냥하여 폐경을 지연시킨다'는 아이디어가 임상시험에 진입할 정도로 무르익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생식능력 향상'이나 '생식수명 연장' 방법의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CHEK2 저해가 건강하지 않은 난자의 보존(preservation of unhealthy egg)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 DNA 수리방법을 향상시킴으로써 폐경을 연장한다는 아이디어는 전망이 매우 밝다"라고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소재 예일 대학교의 생식 전문가인 쿠틀룩 옥타이는 말했다. "그러나 '손상된 난모세포 제거의 체크포인트(checkpoint)'를 폐지한다는 것은 위험한 제안이다."
그밖에도 다른 건강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즉, 폐경 연장은 '2형당뇨' 및 '뼈 건강 불량' 위험의 감소와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 감수성 암(예: 일부 유방암) 가능성의 증가와도 관련되어 있다.
"특정한 환자가 조기폐경(early menopause)을 경험할지 여부를 예측하는, 신뢰할 만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영국 엑세터 대학교의 캐서린 루스(유전학)는 말했다.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임상에 적용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측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여러 개의 유전자 변이들 간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메인주 바하버 소재 잭슨 연구소(Jackson Laboratory)에서 DNA 손상과 생식을 연구하는 에웰리나 볼쿤-필라스는 말했다. "그러나 폐경의 타이밍은 환경요인(이를테면 흡연이나 비만)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유전학을 이용한 예측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폐경의 이면에는 수백 가지—수천 가지는 아닐지라도—외부요인(예: 생활방식, 환경, 심지어 식생활)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이탈리아 마냐 그레차 대학교의 로베르타 벤투렐라(산부인과)는 말했다. "우리는 머나먼 여정에서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710-8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779-7
3. https://doi.org/10.14336/AD.2020.1113
※ 출처: University of Exeter https://www.exeter.ac.uk/news/homepage/title_870643_en.htm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