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미국의 많은 야생사슴에서 검출
미국의 잔디밭과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꼬리사슴(white-tailed deer) 중 1/3에서 SARS-CoV-2 항체가 검출되었다.
미국 북동부에 서식하는 흰꼬리사슴(white-tailed deer) 중 1/3이 SARS-CoV-2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증거다(참고 1).
"팬데믹이 시작된 후 수집된 샘플을 분석해 나온 이번 결과는, 야생동물 개체군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널리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첫 번째 사례다"라고 캐나다 새스캐처원 대학교의 아린제이 바네르지(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이는 7월 29일 《bioRxiv》에 업로드된 출판전 논문을 통해 보고되었으며(참고 2), 아직 동료심사를 받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많은 동물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사슴들이 야생에서 서로—그리고 다른 종(種)들—감염시키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그것은 흥미로운 관찰이지만,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라고 중국 하이닝(海寧) 소재 저장대학교(浙江大學校)의 애런 어빙(감염병 연구자)은 말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그 바이러스가 사슴에게 전파된 과정'과 '감염된 사슴에서 다른 야생둥물이나 가축(예: 소)에게 확산될 수 있는지' 여부다"라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우스터 캠퍼스의 린다 사이프(바이러스학)는 말했다.
동물 저장소(animal reservoir)
흰꼬리사슴(학명: Odocoileus virginianus)은 북아메리카에서 번성하며, 특히 미국 동부의 도심 근처에 자주 출몰한다. 선행 실험실 연구에서(참고 3), "사슴은 SARS-CoV-2에 감염될 수 있으며, 다른 사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라고 보고되었다. 흰꼬리사슴은 야생에서 소규모로 무리 지어 서식하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슴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동물 저장소(reservoirs)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는데, '동물 저장소'란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의 개체군—감염된 동물의 풀(pool)—을 말한다. '저장소'는 바이러스에게 피난처(refuge)를 제공하고, 그 속에 은신한 바이러스는 백신의 효능을 위협하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다. 또한 '저장소'는 바이러스로 하여금 다른 종에게 옮아갔다가 (심지어 팬데믹이 잠잠해진 후에도) 인간에게 복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사이프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종(種) 사이에서 점프한 사례를 수집해 왔다. "바이러스가 종간장벽을 넘어—이를 월경(越境, spillover)이라고 한다—야생동물에게 확산되는 현상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많은 사슴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그러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 소재 미국농무부(USDA)의 수전 슈라이너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1년 1월~3월에 4개 주(州)—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뉴욕—에서 실시된 정기적인 야생동물감시 활동의 일환으로 수집된 385개의 혈액샘플을 검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40%의 샘플에서 SARS-CoV-2 항체가 검출되었다. 항체는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지만, 질병의 증상을 보이는 사슴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SARS-CoV-2가 미국에 퍼지기 시작한 2020년 초 연구팀이 수집한 샘플 중 3개에서도 항체가 검출되었다. 두 결과를 합산하면, 2020년과 2021년에 채취된 샘플 중 1/3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검사되었다.
"항체의 검출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과, 미국 전역에 많은 흰꼬리사슴들이 서식한다(이들은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주의 사슴들도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USDA의 대변인은 말했다.
"이번 데이터는, 사슴들이 어느 시점에 SARS-CoV-2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바네르지는 말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사슴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RNA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동물 저장소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RNA 검사가 요망된다."
알 수 없는 원천
바네르지에 의하면, 진짜 미스터리는 '사슴이 어디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냐'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동물일 수도 있고, 심지어 오염된 폐수(참고 4)일 수도 있다. "만약 사슴들에게 공통적인 원천이 존재한다면, 다른 동물들도 그 원천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사슴은 물론 '그 포식자', '그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다른 동물들'을 감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강조한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110-8
2. https://doi.org/10.1101/2021.07.29.454326
3. https://doi.org/10.1128%2FJVI.00083-21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234-1
※ 출처: U.S. Department of Agriculture’s (USDA) 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 (APHIS) https://www.aphis.usda.gov/animal_health/one_health/downloads/qa-covid-white-tailed-deer-study.pdf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