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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치명적인 바이러스(VEEV)의 침투를 돕는 수용체 발견

산포로 2020. 11. 30. 10:55

[바이오토픽] 치명적인 바이러스(VEEV)의 침투를 돕는 수용체 발견

 

 

미끼를 이용해 VEEV(Venezuelan equine encephalitis virus) 감염 예방하기(참고 1)


a. Ma et al.은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2), LDLRAD3가 포유류의 VEEV 수용체 단백질이라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VEEV는 LDLRAD3의 제1 영역(D1: domain 1)에 결합함으로써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VEEV에 감염된 생쥐는 전원 심각한 질병에 걸려 사망했다. b. 저자들은 D1을 항체의 일부와 결합했다. 이 구성체는 바이러스를 유인하는 미끼(decoy)로 작용하여, VEEV에 결합함으로써 LDLRAD3와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미끼를 이용한 치료는 생쥐를 VEEV 감염으로부터 보호했다. 즉, 치료받은 생쥐들은 증상을 거의 겪지 않았으며, 치료받지 않은 생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 지난 17년 동안 (SARS, MERS에 이어) 세 번째로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서 벗어나게 해 줄 백신의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자연이 늘 새로운 필살기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매년 새로운 인플루엔자 백신을 설계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다음 역병(plague)은 늘 코앞에 닥쳐 있으므로, 연구자들은 그것을 저지할 방법을 찾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팀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 말 뇌염 바이러스(VEEV: Venezuelan equine encephalitis virus)」가 초래하는 뇌감염병(brain infection)으로부터 생쥐를 보호하는 분자를 찾아냈다.


VEEV는 모기 매개 바이러스(mosquito-borne virus)로,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북부에서 '신속히 전파되는 치명적 집단감염'을 초래하기로 악명이 높다. VEEV는 많은 야생 포유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으며, 몇 년마다 한 번씩 (모기를 경유하여) 동물에서 인간으로 점프한 다음 수천 건의 감염과 많은 사망을 초래한다.


심지어 냉전기(Cold War) 동안, 구(舊)소련—미국도 예외가 아니다—은 VEEV를 생물학 무기로 사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VEEV는 선택적 작용제(select agent)로 분류되는데, 그 뜻은 '고도의 보안성을 갖춘 연구소만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날씨가 더워져 모기와 같은 질명 매개체들이 확산되면,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VEEV 집단감염을 억제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에 발견된 분자는 잠재적인 치료제로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요긴한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 일단 모기에 의해 피하(皮下)에 주입되면, VEEV는 뉴런을 겨냥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일주일 내에 두통, 근육통, 피로, 구토, 구역질, 설사, 인후통, 발열 등의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최악의 경우 VEEV는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뇌염(encephalitis)을 초래하는데, 이는 1/4의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잠재적인 예방/치료제를 찾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먼저 (바이러스가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데 사용하는) 표면 단백질—일종의 손잡이(handle)—을 물색했다. "바이러스로 하여금 손잡이를 잡지 못하게 하는 약물은, 감염을 억제하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었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고도의 보안성을 충족할 수 없었으므로, 연구자들은 「신드비스열 바이러스(Sindbis virus)」의 유전자 중 몇 개를 VEEV의 유전자로 교체했다. 이렇게 탄생한 잡종 바이러스(hybrid virus), 일명 '신드비스 바이러스'는 '진짜 VEEV'와 마찬가지로 세포를 감염시켰지만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는 없었다.


연구자들은 「CRISPR에 기반한 전장유전체 검색(genome-wide CRISPR screening)」을 이용하여 생쥐의 신경세포를 하나씩 하나씩 삭제하다가, 마침내 Ldlrad3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Ldlrad3는 지금껏 거의 연구되지 않았던 표면단백질을 코딩하는데, 그게 제거된 '신드비스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후속실험을 통해 Ldlrad3의 중요성을 검증했다. Ldlrad3를 신경세포에 다시 추가했더니, 바이러스의 감염능력이 회복되었다. 인간의 LDLRAD3 유전자는 생쥐의 것과 거의 동일한데, 여러 가지 세포주(cell line)에서 그 유전자를 녹아웃 시켰더니 감염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감염에 저항성을 지닌 세포유형에 Ldlrad3를 추가했더니, 바이러스는 그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저자인 피츠버그 대학교의 윌리엄 클림스트라(면역학)는 고도의 병원성을 지닌 VEEV를 이용한 별도의 실험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재현했다.


▶ Ldlrad3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소량의 바이러스는 그 단백질이 없더라도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주요 방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Ldlrad3는 인간의 세포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어서 제거할 수 없으므로, 연구자들은 Ldlrad3 단백질의 일부를 이용해 '미끼(decoy) 손잡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유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실수로 미끼 손잡이를 움켜잡은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실패하여, 결국에는 면역계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진짜 고병원성 VEEV를 생쥐에게 두 가지 방법—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모방하기 위해 피하에 주입함, 뇌에 직접 주입함—으로 주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6시간 전' 또는 '24시간 후'에, 연구자들은 생쥐에게 '미끼 손잡이'와 '엉뚱한 분자' 중 하나를 주입했다. 그 결과 '엉뚱한 분자'를 주입받은 생쥐들은 전원 사망한 데 반해, 가장 엄중한 실험(바이러스를 뇌에 주입한 실험)에서는 10마리 중 2마리의 생쥐가 '미끼 손잡이'를 주입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의 단백질에 기반한 항바이러스제의 주요 이점은, 바이러스가 저항성을 진화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미끼를 회피하기 위한 어떠한 변이도, 바이러스로 하여금 세포에 달라붙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192-6
2. https://doi.org/10.1038%2Fs41586-020-2915-3


※ 출처: SCIENCE 2.0 https://www.science20.com/news_staff/the_next_plague_veev-25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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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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