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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촉감의 비밀: 마이스너소체(Meissner's corpusle) 속의 단백질

산포로 2020. 12. 16. 11:18

[바이오토픽] 촉감의 비밀: 마이스너소체(Meissner's corpusle) 속의 단백질

 

Schematics illustrating (a) main mechanoreceptors and (b) process of tactile perception / ⓒ Wear (참고 1), Wikimedia Commons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종이와 거친 종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나? 어셔린(usherin)에 감사하라. 어셔린이란 당신의 손가락 끝에 있는 불가사의한 구조체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 시각과 청각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감각들(시각, 청각, 촉각) 사이에 깊은 분자적 관련성(molecular connection)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연구는 놀랍다." UC 버클리의 엘런 럼킨(신경과학)은 말했다. "우리가 외부세계를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단백질이 독특한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관여한다고 하니 말이다."

과학자들은 '어셔린이 촉감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셔린을 코딩하는 USH2A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어셔증후군(Usher syndrome)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시각 및 청각 상실을 초래하며, 손가락 끝의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없게 하는 희귀한 유전병이다.

어셔린이 촉각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독일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센터(Max Delbrück Center for Molecular Medicine)의 게리 레빈(신경과학)이 이끄는 연구팀은 (특히 촉각에 영향을 미치는) 어셔증후군 환자 13명을 모집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통증, 온도 변화, 10Hz와 125Hz의 미세한 진동(손가락 끝으로 거친 표면을 만질 때의 감각을 모방한 것임)을 얼마나 잘 감지하는지를 측정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이상의 측정 결과를 65명의 건강한 지원자들의 결과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어셔증후군 환자가 건강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온도의 변화와 경미한 통증을 잘 감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미세한 진동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어셔증후군 환자들은 125Hz의 진동에는 4배, 10Hz의 진동에는 1.5배 덜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를 초래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USH2A 유전자가 있거나 없는) 생쥐들을 이용하여 실험 결과를 재현했다.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두 그룹의 생쥐들은 온도변화와 통증을 탐지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USH2A가 있는 생쥐'는 'USH2A가 없는 생쥐'보다 두 가지 진동을 더 잘 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지난주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참고 2).

또한, 연구팀은 어셔린의 놀라운 원천을 발견했다. 어셔린은 전형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인간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연구팀은 손가락의 신경신포를 둘러싼 마이스너 소체(Meissner corpuscle)—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달걀 모양의 캡슐—에서도 어셔린을 발견했다.

"이번 논문은 새로운 연구 분야를 하나 추가했다. 그것은 지금껏 신경세포를 지지하거나 보호하는 것으로만 알려졌던 '뉴런 밖의 분자'가 촉감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다"라고 UC 데이비스의 테안 그리피스(신경과학)는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연구자들은 뉴런들이 독자적으로 뇌에 감각신호를 전달한다고 생각했었다."

레빈이 이끄는 연구팀은 USH2A가 진동의 탐지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쥐는 힘(grip strength)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마이스너 소체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43164816306639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0-00751-y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2/protein-found-fingertip-capsules-may-be-critical-our-sense-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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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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