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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초창기 지구에서 일어난 일: 자전 속도 감소 → 낮이 길어짐 → 남세균의 광합성 촉진 → 복잡한 생물 탄생

산포로 2021. 8. 10. 10:59

[바이오토픽] 초창기 지구에서 일어난 일: 자전 속도 감소 → 낮이 길어짐 → 남세균의 광합성 촉진 → 복잡한 생물 탄생

 

It was a long day for microbes: A slowdown in the Earth's rotation could have affected the oxygen content of the atmosphere. / ⓒ 막스플랑크 해양미생물학연구소 트위터(참고 1)

▶ 오늘날, 산소는 지구상의 많은 생물들에게 연료를 공급한다. 그러나 늘 그랬던 건 아니다. 30억 년 전에는, 대기와 바다에 산소가 희박했기 때문이다. 산소가 왜 이렇게 풍부해졌는지 알면, 지구의 생식물상과 동물상이 진화한 과정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유를 찾아내느라 애써 왔다.

이제 한 연구팀이 '지구의 자전속도(이는 낮의 길이를 규정한다)'와 '고대의 추가적인 산소 생산'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했다. '초기 지구의 낮'에 대한 그들의 모델링은 '휴런호(Lake Huron)의 얕고 양지바른 싱크홀을 뒤덮은 미생물 매트(microbial mat)'에서 수집한 증거를 통합한 것으로, 까무러칠 만한 결론을 도출했다. 즉, 지구의 자전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낮의 길이가 길어졌고, 그로 인해 미생물 매트에서 더 많은 광합성이 촉발되어 고대의 바다에 산소가 축적되었고, 그 산소가 대기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일 《Nature Geo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기술된 발칙한 제안은(참고 2) 일부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지구상에 산소가 증가한 것은,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유의미한 환경변화를 쉽게 초래했다"라고 칼텍의 우드워드 피셔(지구생물학)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취향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금껏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상관관계를 도출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억 년 전 생물이 처음 세상을 호령했을 때, 지구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얕고 광대한 바다에 떠 있는 생물들은 죄다 단세포였기 때문이다. 그런 초기 미생물 중 상당수는 남세균(cyanobacteria)으로, 퇴적물과 암석의 표면에 매트를 형성했으며, 오늘날에는 간혹 물고기와 다른 수서동물들에게 치명적인 녹조(algal bloom)를 초래한다. 남세균이 된 미생물들은 일찌감치 광합성용 분자기구를 진화시켜, 이산화탄소와 물이 포도당과 산소로 전환되도록 허용했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그 미생물들이 지구에 초창기 산소를 공급했고, 누대(累代)에 걸쳐 온갖 형태의 호기성 생물(aerobic life) 진화를 선호하는 환경을 창조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늘 머리를 긁적였던 부분이 있었으니, '최초의 광합성 미생물(화석 분석에 의하면 약 35억 전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과 '산소가 축적되었다는 최초의 명백한 지질학적 증거' 사이에 약 10억 년의 세월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그로 인한 '대기 및 해양의 조석(tide)'에 대한 모델링 분석을 통해 이미 알아낸 것은, 초창기 지구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빨리 자전했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45억 년 전에는 하루가 겨우 6시간이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기존의 모델에 따르면, 약 24억 년 전에는 달의 인력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져 하루 길이가 약 21시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 후에는 지구의 중력이 달의 저항력을 상쇄하여, 지구의 자전속도는 약 10억 년 동인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다 약 7억 년 전 이런 힘들 간의 균형이 깨졌는데, 그 이유는 지구와 달 사이의 공조 주기(resonance cycle)가 완전히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구의 자전속도가 오늘날 수준으로 느려져, 하루 길이가 24시간으로 확립되었다고 한다.

▶ 그런데 2016년, 미시간 대학교의 포스닥 연구원(현재 막스플랑크 해양미생물학연구소)이던 유디트 클라트(생물지구화학)는 우연한 제안을 한 후, 지구의 자전속도 감소(slowdowns in Earth’s rate of spin)가 대기 중 산소의 큰 도약(big leaps in atmospheric oxygen)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컨대, 대기 중 산소는 약 24억 년 전 소위 대산소발생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이라는 기간에 최초로 급증했고, 다음으로 10억 년 후인 신원생대(Neoproterozoic era)에 또 다시 급증했다. 그리고 약 4억 년 전인 고생대(Paleozoic)에 대기 중 산소는 마지막으로 크게 증가했다.

클라트는 휴런호의 미들아일랜드 싱크홀(Middle Island Sinkhole)의 퇴적층에서 성장하는 미생물 매트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곳은 수심이 충분히 얕아, 남세균이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받을 수 있다. 호수 바닥에서 뿜어져 오는 '산소가 부족한 물'과 '유황가스 방울'이 초창기 지구의 상태와 얼추 비슷한 혐기성 조건을 형성한다.

스쿠버 다이버들이 미생물 매트 샘플을 채취해 오자, 클라트는 연구실에서 (할로겐 램프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한) '다양한 낮의 길이' 하에서 '매트가 방출하는 산소의 양'을 추적했다. 그 결과,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매트가 방출하는 산소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흥미를 느낀 클라트와 라이프니츠 열대해양연구센터의 아르준 체누(모델링 분석)는 '고대의 남세균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만들 수 있었던 산소의 양'을 계산하기 위한 수리모델을 구축했다. 그런 다음 미생물 매트의 결과와 다른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빛 노출'과 '미생물 매트' 사이의 핵심적 상호작용이 드러났다.

 

전형적으로, 미생물 매트는 주간에 생산하는 산소와 거의 같은 양의 산소를 야간에 들이마신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낮의 길이가 지속적으로 길어지자, 매트의 잉여 산소(들이마시는 산소의 양을 초과하는 생산량)가 축적되어 물속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대기 중 산소 농도'는 누대에 걸쳐 '추정된 낮의 길이'를 뒤따르게 되었다. 즉, '대기 중 산소'와 '낮의 길이'는 가파르게 증가한 후 오랫동안 안정세를 유지했다.

 

☞ '길어진 낮'이 '산소 증가'에 기름을 부었나? (참고 3)

모델에 의하면, 지구의 산소량은 약 24억 년 전 대산소발생사건(GOE: Great Oxygenation Event)이 일어났을 때 가파르게 증가한 후, '지루한 10억 년' 동안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 후 신원생대산소발생사건(NOE: Neoproterozoic Oxygenation)과 고생대산화사건(POE: Paleozoic Oxidation Event) 때 산소는 또 다시 급증했다.
산소량이 급증한 시기에 낮의 길이도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일조량의 증가가 광합성 미생물을 자극하여 산소 증가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 "연구팀의 우아한 아이디어는, 35억 년 전 남세균이 나타나자마다 대기 중 산소가 축적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UC 리버사이드의 티모시 라이언스(생물지구화학)는 말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낮의 길이가 아직 짧아, 매트 속의 산소가 외부로 확산될 정도로 축적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낮의 길이가 길면 더 많은 산소가 물속으로 탈출하여, 궁극적으로 대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라고 라이언스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스와 다른 전문가들은 많은 요인들이 산소의 증가에 기여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피셔에 의하면, 단지 '바위에 고착된 매트'가 아니라 '자유로이 떠다니는 남세균'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리즈 대학교의 지구시스템 모델러인 벤저민 밀스에 의하면, 소개 화산에 의한 '산소에 결합하는 광물질' 배출이 간혹 산소의 축적을 상쇄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리모델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낮의 길이 변화는 더 디테일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나는 그 요인을 나의 지구시스템 모델에 추가할 것이다"라고 밀스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s://twitter.com/MarineMicrobio/status/1423167826148397058?s=20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1-00784-3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8/totally-new-idea-suggests-longer-days-early-earth-set-stage-complex-life

※ 출처: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 https://news.umich.edu/lake-huron-sinkhole-surprise-the-rise-of-oxygen-on-early-earth-linked-to-changing-planetary-rotation-rate/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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