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진정한 미니멀세포(minimal cell) 탄생
「세계 최소(最小)의 유전체」를 가진 세포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뿐만 아니라 증식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정한 미니멀세포(minimal cell)가 탄생한 것이다.
ⓒ Cell (참고 1,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1)00293-2)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연구자들은 "어떤 알려진 생물보다도 적은 유전자를 갖고 생존할 수 있는, 소위 「미니멀세포(minimal cell)」를 만들었다"라고 큰소리를 쳤다(참고 2). 그러나 그 미니멀세포는 종종 비정상적으로 분열하는 게 문제였다. 이제 한 연구팀은 '딱 7개의 유전자'를 되돌려 줌으로써, 그 세포로 하여금 자연계 버전(natural version)처럼 증식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어떤 기능이 정상적인 세포에 필수적인지'와 '미니멀세포를 구성하는 불가사의한 유전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미네소타 대학교 트윈시티 캠퍼스의 케이트 아다말라(합성생물학)는 말했다. "이로써, 우리는 그 '미지의 유전자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걸음을 내디뎠다."
필수적인 유전자를 콕 찝어내는 것은, 합성생물학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포나 세포유사물체(cell-like object)를 합성하여, 화합물을 생성하고 환경조건을 감지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등 산업계/의료계의 견인차로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과정(process of life)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미니멀 부품 목록(minimal parts list)을 알아내야 한다"라고 미시간 대학교 앤 아버 캠퍼스의 안토니 베키아렐리(미생물학)는 말했다. 또한, 미니멀세포는 원시세포(primordial cell)의 필수적인 능력을 밝혀냄으로써 생명의 기원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최초의 미니멀세포를 만든 사람들은, 유전체 시퀀싱의 선구자인 크레이크 벤터 연구소(JCVI: J. Craig Venter Institute)의 J. 크레이그 벤터와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미코플라스마(Mycoplasma)라는 기생세균(parasitic bacteria)을 갖고서 연구를 시작했다. 미코플라스마의 한 변종은 525개의 유전자로 어떻게든 꾸려나가는데, 흔한 장내미생물인 E. coli가 약 4,000개의 유전자를 보유한 것을 감안할 때, 이미 상당한 수준의 미니멀세포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그들은 '985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유전체'가 '901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유전체'로 대체된 미코플라스마를 만들어, 잘 굴러가는 것을 확인한 후 「JCIV-syn1.0」이라고 명명했다(참고 3). 그 이후 그들은 「JCVI-syn1.0」의 유전체에서 DNA 덩어리를 지속적으로 제거하여, 2016년에는 훨씬 더 슬림한 버전인 「JCVI-syn3.0」을 발표했다(참고 4). 「JCVI-syn3.0」은 겨우 473개의 유전자를 갖고서도 대사와 생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JCIV-syn3.0」에는 괴상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대부분의 자손들이 기형이라는 거였다. '혹시나 실험조건이 섬세한 합성세포에게 스트레스를 준 게 아닌지'를 체크하기 위해,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의 엘리자베스 스트리찰스키(합성생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 세포들을 미세유체칩(microfluidic chip)의 방(房) 속에서 애지중지 길렀다. 그 딜럭스 룸은 세포들을 영양배지의 흐름에서 보호해 줌으로써 세포의 손상을 방지하고, 연구자들로 하여금 세포분열 장면을 꼼꼼히 지켜볼 수 있게 해 줬다.
그러나 웬걸. 아무리 애지중지 길러도 차이가 없었다. "개별세포 수준에서 봤을 때, 그것들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라고 (JCVI의 동료들 및 3개 대학교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한) 스트리찰스키는 말했다. 그 세포들은 작은 구형체(球形體)였어야 했는데, 어떤 것들은 정상적인 크기의 약 25배인 베헤모스(behemoth)였다. 연구자들은 '거칠게 다룬 건 문제가 아니었다'고 결론짓고, '생식과 세포형태를 제어하는 유전자가 제거된 게 문제인 듯하다'고 추론했다.
'어떤 유전자가 누락되었는지'는 불분명했지만, 한 가지 단서가 실험실의 냉동고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벤터와 동료들은 「JCVI-syn3.0」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주(「JCVI-syn1.0」의 유전체 중 일부가 결핍된 세포)들을 만들었었는데, 스트리찰스키가 그중 하나(「JCVI-syn3.0」보다 유전자가 76개 많은 세포)를 해동(解凍)했더니, 정상적인 형태의 자손을 낳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우리는 유전자의 범위를 428개(=901-473)에서 76개로 좁힐 수 있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MIT의 제임스 펠레티어(생물물리학)는 말했다.
결과적인 세포가 정상적으로 분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단한 시행착오를 통해 76개의 대상을 1차적으로 19개까지 좁힌 후, 연구팀은 더욱 고삐를 죄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JCVI-syn3.0」에 딱 7개의 유전자만 추가하면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미니멀세포를 「JCVI-syn3A」라고 명명하고, 이상의 연구결과를 3월 29일 《Cell》에 발표했다(참고 1).
7개의 유전자 중 2개(ftsZ, sepF)는 이미 세포분열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5개의 유전자들─그중 하나는 미지의 기질을 가수분해하는 효소(hydrolase of unknown substrate)를 코딩하며, 나머지 4개는 기능을 알 수 없는 막 관련 단백질(membrane-associated protein of unknown function)을 코딩한다─은 뜻밖이었으며, 그것들이 미생물의 세포분열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아직 미지수다. "이번에 수정된 미니멀세포(「JCVI-syn3A」)는 '아직 불가사의한 생명과정(세포분열 및 형태학)'을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스트리찰스키는 말했다. "5개 유전자의 기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생명의 기본적인 측면 중 하나에 관여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 참고문헌
1.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1)00293-2
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0783&SOURCE=6
3.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28/5981/958
4.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51/6280/aad6253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scientists-coax-cells-world-s-smallest-genomes-reproduce-normally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1-03-30)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239 )